부기스(Bugis)는 싱가포르에서도 유난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과거에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쇼핑과 관광, 젊은 문화가 뒤섞인 공간이 되었다. 이 지역의 변화는 단순히 건물의 신축이나 상권의 이동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부기스는 싱가포르가 스스로를 어떻게 재정의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에 가깝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곳이 바로 부기스 플러스다. 부기스 플러스는 겉으로 보면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중형 쇼핑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깔끔한 외관, 여러 층으로 구성된 구조, 의류 매장과 식당, 카페들이 고르게 들어서 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특별히 눈길을 끄는 요소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 쇼핑몰이 가진 묘한 성격이 서서히 드러난다.


쇼핑몰 위층에 자리한 ‘오락의 층’
부기스 플러스의 3층과 4층에는 유희를 위한 공간들이 모여 있다. 당구장, 다트장, 그리고 작은 규모의 오락실. 한국의 쇼핑몰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구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분위기는 꽤 다르다.
당구장과 다트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이용객도 제법 많다. 반면 오락실은 비교적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락실이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는, 게임의 종류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락실’이라고 하면 대부분 전자기기 기반의 게임을 떠올린다. 리듬 게임, 레이싱 게임, 슈팅 게임, 인형 뽑기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부기스 플러스의 오락실에서는 전자 화면보다 사람의 손과 기억, 판단이 필요한 게임들이 중심을 이룬다.


기계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게임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게임의 상당수가 아날로그적 요소를 강하게 품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링 토스(Ring Toss) 같은 게임이다. 단순히 링을 던져 목표물에 걸면 되는 게임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실제 상품이 걸려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테이블 위에서 직접 조작하는 축구 게임이 놓여 있고, 동전 던지기나 메모리 게임처럼, 전자장치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게임들도 보인다.
이런 게임들은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형태다. 한때는 동네 놀이방이나 유원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효율과 수익성, 관리 문제로 인해 점점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도심 한복판 쇼핑몰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풍경은 묘한 인상을 남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첨단 도시이고, 디지털 행정과 스마트 인프라로 유명한 국가다. 그런데 그 도시의 쇼핑몰 위층에서는, 사람의 감각과 기억력에 의존하는 게임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억력 빙고 게임에 참여하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고 지나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한쪽에서 진행 중이던 기억력 빙고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이 다가와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고, 여행 중 경험 삼아 참여해 보기로 했다.
게임 방식은 단순하지만 의외로 긴장감을 준다. 1부터 30까지 숫자가 적힌 판 위에서 18개의 숫자를 고른다. 그리고 게임 시작 전 10초 동안, 자신이 고른 숫자를 빠르게 기억해야 한다. 이후 무작위로 숫자가 불리고, 그 결과에 따라 빙고가 완성된다. 한 줄을 완성하면 3등, 두 줄은 2등, 세 줄은 1등이다.
완전히 운에 맡기는 게임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숫자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중 즉흥적으로 참여한 입장에서는, 전략을 세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한 줄도 완성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아 한 번 더 도전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게임 비용은 한 번에 SGD 10, 두 번의 도전으로 총 SGD 20을 사용했다. 한국 돈으로 약 16,000원 정도다. 결코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만, 이 돈을 ‘잃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이 오락실이 특별했던 이유
이 경험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단순히 게임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공간에서는 게임이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된다. 직원이 직접 설명을 해주고, 플레이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본다. 결과가 나오면 반응이 오가고, 작은 상품이 건네진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한국의 오락실에서는 점점 보기 힘들어진 풍경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기계와 사람의 일대일 관계로 끝난다. 하지만 부기스 플러스의 오락실에서는, 게임을 둘러싼 ‘사람의 존재’가 여전히 중심에 있다.
이 점은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성격과도 닮아 있다. 효율과 질서를 중시하지만, 완전히 인간적인 요소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현대성과 과거의 감각이 공존하는 방식이다.

부기스라는 공간 안에서의 의미
부기스 플러스의 오락실은 관광 명소라고 부르기에는 규모도 작고, 접근성도 제한적이다. 굳이 찾아가야 할 장소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기스를 걷다가 우연히 이 공간을 마주한다면,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꽤 좋은 단서가 된다.
이 오락실은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상에 남는다. 싱가포르가 단순히 ‘잘 정돈된 도시’가 아니라, 선택적으로 과거의 감각을 보존하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결국, 유명한 장소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부기스 플러스의 오락실은 그런 의미에서, 싱가포르 여행 중 의외로 오래 기억에 남는 장소였다.
🎮 장소 정보 — 싱가포르 부기스 플러스 (BUGIS+)
- 📍 주소 : 201 Victoria Street, Singapore 188067
- 📞 전화번호 : +65 6634 6810
- 🕒 영업시간 : 10:00 – 22:00
- 🌐 홈페이지 : http://www.bugisplus.com.s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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