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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하네다 공항에서 사이타마 라라포트 후지미까지 ‘이동이 만든 하루의 방향’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먼저 고려할 줄 아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영어도 어느 정도 가능해서,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는 점도 이동 시간을 훨씬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입국장을 나오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

입국 절차를 마치고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원래는 도착해서 짐을 찾고, 그 다음에 연락을 하려고 했었다. “이제 나왔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어느 쪽 출구로 나오면 될지 물어보는 정도의 흐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 자체가 필요 없었다. 이미 우리가 나올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카피상은 그 자리에 있었다.

공항에서 누군가를 마중 나온다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순간적으로 반가움보다 먼저 미안함이 들었다. 인사를 나누고, 미리 준비해 온 선물을 전달했다. 공항이라는 장소 특성상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짧은 인사만으로도 상황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바로 이동하자”는 말과 함께, 우리는 곧장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원래의 계획, 그리고 바뀐 선택

사실 원래 계획은 대중교통 이동이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사이타마 쪽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루트. 일본의 대중교통은 잘 되어 있고, 시간만 넉넉하다면 큰 문제가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일정은 그 ‘시간’이 문제였다. 공연 시작 시간이 비교적 빠듯했고, 무엇보다 첫 공연을 놓칠 가능성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치카피상은 그 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혹시라도 우리가 환승을 한 번만 놓쳐도, 혹은 도쿄 도심 구간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버리면,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그래서 일부러 차를 가지고 공항까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마움과 함께 부담도 동시에 느껴졌다. 공항 주차비가 적지 않게 나온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게다가 꽤 이른 시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까지 덧붙여지니, 더더욱 그랬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이 사람이 한국에 오게 되면, 그땐 내가 똑같이 해야겠다.”

공항 마중이라는 건, 단순한 이동 지원이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대신 써주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이건 언젠가 반드시 되돌려줘야 할 호의처럼 느껴졌다.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의 의미

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조금 풀렸다. 대중교통을 탈 때의 불안과는 다른 종류의 안정감이 있었다. 목적지는 분명했고, 이동 경로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라라포트 후지미까지는 직선거리로만 해도 60km가 훌쩍 넘는 거리다. 도쿄 도심을 관통해야 하는 구간도 있었고, 주말 교통 상황을 고려하면 정체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실제로 이동 중간중간, 차가 막히는 구간도 있었다. 도심을 빠져나오는 구간에서는 속도가 거의 나지 않았고, 라라포트 후지미 인근에 가까워졌을 때도 갑작스럽게 차량이 몰리면서 잠깐 긴장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마다 시계를 확인하게 되었고, ‘혹시 굿즈 판매 시간에 못 맞추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차를 선택한 건 최선이었다. 대중교통이었다면 한 번의 환승 실수, 혹은 노선 착각만으로도 일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사이타마 쪽 쇼핑몰들은 전철역과 바로 맞닿아 있는 경우가 드물고, 역에 내려서도 다시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가는 장소라면, 그 변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동 중에 쌓인 이야기들

차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이번 숙소를 기타이케부쿠로역 근처로 잡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치카피상은 그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서 메이지 대학을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대학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분위기는 조금 더 편해진다. 서로의 배경을 설명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메이지대학과 어느 정도 비슷한 위치의 대학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굳이 비교를 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서로의 시간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에 가까웠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순한 ‘팬과 팬’의 관계라기보다는, 조금 더 인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치카피상은 알면 알수록 균형이 좋은 사람이었다.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먼저 고려할 줄 아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영어도 어느 정도 가능해서,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는 점도 이동 시간을 훨씬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라라포트 후지미, 그리고 마음이 내려앉는 순간

라라포트 후지미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시계를 확인하니 굿즈 판매 마감까지 약 15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동시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주차를 하고 바로 공연장 쪽으로 이동했고, 쇼핑몰 내부를 빠르게 가로질러 오늘 공연이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공연장 근처에 도착하자, 이미 시스 멤버들이 밖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그동안 쌓여 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혹시라도 차가 더 막혀서 도착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첫 공연부터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그 장면 하나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때, 미유가 우리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해주었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 그 짧은 순간에 마음이 울컥했다. 이동 내내 이어졌던 피로감,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일정, 체력적인 부담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오길 잘했다.’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유를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되겠구나 하는 확신도 함께 따라왔다.

이제 이동은 끝났다.

그리고 이 이동은 단순한 구간 이동이 아니라, 이번 사이타마 일정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제였다. 이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연의 시간이다.


📌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

  • 📍 주소 : Tokyo International Airport, Ota City, Tokyo, Japan
  • 📞 전화번호 : +81-3-5757-8111
  • 🌐 홈페이지 : https://tokyo-haneda.com
  • 🕒 영업시간 : 24시간 운영

📌 라라포트 후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