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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보다 먼저 장면이 기억된다 일본 드라마나 예능을 보다 보면 식당에 앉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메뉴판을 펼치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말한다. 처음 들으면 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직역하면 “우선 생으로” 정도인데, 실제 의미는 훨씬 단순하다. “일단 생맥주 주세요.”라는 말이다. 재밌는 건, 이 표현은 맥주를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다. 아직 메뉴를 고르지 않았다는 말에 가깝다. 음식은 나중에 정해도 되지만, 자리에 앉았으면 ...

신주쿠에서 밤거리를 한참 걷고 난 뒤, 다시 시나가와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이동한 거리만 생각해도 꽤 길었다. 아침에는 호텔에서 출발해 대학 캠퍼스를 걸었고, 에비스와 하라주쿠를 지나 메이지 신궁을 보고, 저녁에는 신주쿠까지 이어졌다. 전철을 몇 번 갈아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야 비로소 오늘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시나가와역에 내렸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하지만 바로 호텔로 들어가기에는 ...

시나가와에서 미타를 지나 타마치까지 걸었던 오전의 산책은 생각보다 길었다. 특별히 목적지가 있어서 걸었다기보다는, 도쿄라는 도시를 천천히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가까웠다. 지하철을 타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일부러 1시간 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는 “에비스”가 되었다. 에비스라는 이름은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다. 관광지로 유명한 시부야나 신주쿠와 달리, 여행 가이드북에서 크게 강조되는 지역은 아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면 도쿄에서도 분위기가 ...

아키바 스퀘어 안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빠져 있었다. 전시장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사람 구경을 하고 부스를 하나씩 둘러보다 보니 시간도 꽤 흘렀고, 계속 서 있던 탓에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아키하바라에 도착했을 때는 그 독특한 분위기에 정신없이 돌아다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잠깐 앉아서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안쪽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