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센트럴 지역을 걷다 보면 화려한 빌딩과 쇼핑몰, 트램과 자동차가 오가는 현대적인 도심 한가운데서 전혀 다른 시간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높은 빌딩 사이 좁은 계단길 위에 서 있는 오래된 가로등 몇 개. 얼핏 보면 그냥 빈티지한 장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실제로 홍콩의 역사를 품고 있는 유산이다.
그곳이 바로 더들 스트리트(Duddell Street)의 가스등이다. 지금의 도시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전기를 사용하지만, 한때 거리를 밝히던 빛은 전기가 아니라 가스였다. 더들 스트리트는 그 시절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홍콩에서도 매우 특별한 장소다.


홍콩 도심 한가운데 남아 있는 19세기의 풍경
센트럴은 홍콩에서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국제 금융회사와 명품 매장, 현대식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도시의 중심지다.
그런데 그런 공간 한복판에서 19세기 방식의 가로등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이다.
더들 스트리트 계단 주변에 설치된 이 가스등은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라, 실제 역사적 시설물로 보존되고 있는 유산이다. 홍콩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가스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법적 보호를 받는 문화재적 가치의 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즉, 단순히 오래된 등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더들 스트리트는 어떤 곳인가
더들 스트리트는 센트럴 중심부의 비교적 짧은 거리이지만, 홍콩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장소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된 화강암 계단과 가스등, 그리고 주변의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몇 걸음만 옮기면 유리 외벽의 금융 빌딩이 있고, 다시 계단을 바라보면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런 극적인 대비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장면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이곳은 규모가 큰 관광지는 아니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장소가 된다.
총 4개의 가스등이 남아 있는 계단
더들 스트리트의 상징은 계단을 중심으로 배치된 4개의 가스등이다. 계단 양옆에 자리한 이 등들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실제로 당시 도시 조명 시스템의 흔적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런 가스등이 홍콩 곳곳에 있었겠지만, 도시가 발전하고 전기 조명이 보급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그 가운데 더들 스트리트의 가스등만이 지금까지 남아 오늘날의 홍콩 시민과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아쉽게도 계단 일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전체 풍경을 온전히 볼 수는 없었고,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스등도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오히려 그 장면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오래된 유산은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계속 손보고 관리해야만 다음 세대까지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낮에 본 모습과 밤에 다시 찾은 이유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낮 시간이었다. 햇빛 아래서 본 가스등은 조용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돌계단과 오래된 기둥, 주변 건물 사이로 비치는 빛이 어우러져 꽤 분위기 있는 장소였다. 다만 낮에는 “가스등”이라는 존재의 핵심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기도 했다. 결국 이 등은 밤을 밝히기 위해 존재했던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저녁 시간에 맞춰 한 번 더 찾아갔다. 직접 불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 홍콩의 밤거리를 비추던 빛이 지금도 살아 있다면 얼마나 인상적일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아쉽게도 불은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밤에 다시 찾았을 때, 가스등에는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당시 계단 공사의 영향이었는지, 운영 시간이 따로 있었는지, 혹은 안전상의 이유로 상시 점등을 하지 않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실제로 불이 켜진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실망스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 한복판에서 “예전에는 이 빛이 거리를 밝혔겠구나” 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특별했다.
어쩌면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기대했던 장면을 완벽하게 보지 못해도, 그 빈자리를 상상과 기억이 채워 주기도 한다.
왜 기억에 남는 장소였을까
더들 스트리트는 규모가 큰 관광지가 아니다. 오래 머물러야 하는 장소도 아니고, 화려한 볼거리가 넘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홍콩이라는 도시의 성격이 이 짧은 계단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식민지 역사와 현대 금융도시의 이미지가 한 장면 안에 함께 존재한다.
가스등 하나를 보기 위해 찾아갔지만, 결국 내가 본 것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시간이었다. 다음에 다시 홍콩을 찾게 된다면, 그때는 꼭 불이 켜진 밤의 더들 스트리트를 다시 보고 싶다.
📌 홍콩 센트럴 더들 스트리트 가스등 (Duddell Street Gas Lamps)
- 📍 주소 : Duddell Street, Central, Hong Kong
- 📞 전화번호 : 해당 없음
- 🌐 홈페이지 : https://www.amo.gov.hk/
- 🕒 거리 상시 개방 (조명 운영 여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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