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 고분군, 사라질 뻔했던 왕도의 흔적
서울 잠실 일대는 오늘날 대형 상업시설과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현대적인 도시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오래전, 삼국시대 백제가 도읍을 두었던 이른바 ‘한성 백제’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그 흔적은 지금도 잠실 곳곳에 남아 있으며, 석촌동 고분군은 그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유적이다.
한성 백제의 무덤, 석촌동 고분군
석촌동 고분군은 1911년 일제강점기 당시 처음으로 유적 현황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학계에 알려졌다. 당시 조사 결과, 이 일대는 한성 백제 시기의 무덤군으로 인식되었고, 이후 1912년 간단한 조사와 1916~1917년의 정밀 조사를 거치며 그 성격이 보다 구체화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한때 이 지역에는 약 290기 이상의 무덤이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돌무지무덤(적석총)과 봉토분이 혼재된 이 고분군은 백제 초기 왕족이나 지배층의 장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한성 백제가 단순한 소국이 아닌, 체계적인 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이기도 하다.

광복 이후, 도시 개발 속에서 잊힌 유적
그러나 석촌동 고분군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광복 이후 사회적 혼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무덤 상당수는 민가와 경작지 아래에 묻히거나 훼손되며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후 1970년대 잠실 일대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1974년부터 잔존 고분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시작되었고, 1987년 민가 철거와 함께 전면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극히 일부의 무덤만이 원형에 가깝게 확인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석촌동 고분군 공원이 조성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풍경
현재의 석촌동 고분군은 ‘고분 공원’이라는 형태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곳이 지닌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고분 너머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의 실루엣은 이 공간이 지닌 시간의 간극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수천 년 전 백제의 무덤과, 21세기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석촌동 고분군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가 겹겹의 시간을 품고 성장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라 할 수 있다.
📍 서울 잠실, 한성 백제 유적지, 석촌동 고분군
- 주소 : 서울 송파구 석촌동 248
- 개방 시간 :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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