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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여행 — 북적이던 거리 뒤편의 시간 ‘덴노지 동물원’

최근의 동물원들이 ‘체험형’이나 ‘사파리형’을 강조한다면, 이곳은 전통적인 동물원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길을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고, 각 구역마다 다른 동물을 만나는 방식이다.

신세카이에서 이어지는 길

신세카이를 걷다 보면 생각보다 동선이 단순하다. 츠텐카쿠를 중심으로 골목과 상점가가 이어지고,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남쪽과 동쪽으로 퍼진다. 처음에는 관광지 내부만 둘러보게 되지만,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분위기가 바뀐다.

화려한 간판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던 거리에서 벗어나면 갑자기 공기가 달라진다. 건물 간격이 넓어지고, 소음이 줄어들고, 대신 나무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 경계 지점이 덴노지 방향이다. 관광지라기보다 생활권에 가까운 공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의외의 장소가 나온다. 바로 덴노지 동물원이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동물원

처음엔 위치가 조금 낯설다. 보통 동물원이라고 하면 도시 외곽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신세카이에서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 안에 있고, 바로 옆에는 공원과 미술관이 이어져 있다. 관광지에서 생활 공간으로 넘어가는 경계선 같은 장소에 있다.

입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거대한 테마파크 입구처럼 꾸며져 있지 않고, 시립 공원 입구에 가까운 분위기다. 그래서 더 일상적인 느낌이 난다. 관광객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고, 유모차를 끌고 오는 부모들도 많이 보였다.

덴노지 동물원을 방문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주유패스를 사용하고 있었고, 무료 입장이 가능한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일정 중간에 잠깐 들르는 정도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오래된 동물원의 분위기

덴노지 동물원은 1915년에 개원한 곳이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동물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시설이 최신식 테마형 동물원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의 동물원들이 ‘체험형’이나 ‘사파리형’을 강조한다면, 이곳은 전통적인 동물원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길을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고, 각 구역마다 다른 동물을 만나는 방식이다.

입구 근처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방문객이 많아졌다. 특히 아이들이 많은 구역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였다. 단순히 관광객이 구경하는 장소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이 주말에 산책 겸 방문하는 공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걷다 보니 동선이 꽤 길다. 지도를 보지 않으면 같은 길을 다시 걷게 될 정도로 공간이 넓게 퍼져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 구역

가장 인상적인 구역은 아프리카 사바나 존이었다. 공간이 넓게 트여 있고, 기린과 얼룩말을 한 시야 안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철창으로 나뉘어 있는 전시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보인다.

멀리서 기린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아이들이 그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는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히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동물을 보는 방식이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사자 구역도 가까이에 있다. 다만 활동 시간대가 아니었는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한 번 보고 지나가고, 몇몇만 잠깐 머무르는 정도였다.


기대했지만 보지 못한 장면

이 동물원에서 유명한 장면이 하나 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하마다. 수조를 통해 수중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조금 기대하고 갔지만, 방문 당시 하마는 잠을 자고 있었다. 물속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멀리 누워 있는 모습만 겨우 보였다.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한동안 보고 있다가 그냥 이동하게 됐다.

여행에서는 이런 장면이 꽤 많다. 유명한 장면을 보러 갔지만 보지 못하는 경우. 대신 그 시간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 하마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그 앞에서 잠깐 서 있었던 시간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펭귄 구역은 분위기가 달랐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곳이었고, 움직임이 많아서 계속 사람들이 모였다. 그물 앞에 붙어서 지켜보는 모습이 반복됐다.


Bird Garden

한쪽에는 대형 새장이 있다. “Bird Garden”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공간인데, 천장이 그물로 덮여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반적인 조류관과 달리 관람객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곳은 분위기가 조용하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춘다. 새가 가까이 날아다니기 때문인지, 모두가 천천히 걷는다. 동물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같이 있는 공간’에 가까웠다.

여행 일정 중 계속 걸어 다니다가 이곳에 들어오면 잠깐 쉬어가는 느낌이 든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도 많았고,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냥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관광지와 공원의 중간

덴노지 동물원은 단순한 관광 명소라기보다, 도시 공원에 가까운 장소였다. 바로 옆에 게이타쿠엔 정원과 시립미술관이 이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산책 코스가 형성된다.

신세카이의 츠텐카쿠에서 시작해 동물원, 정원, 미술관 순서로 이동하면 하루 동선이 완성된다. 관광지 중심에서 생활 공간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흐름이다.

입장료도 부담 없는 수준이다. 주유패스가 없다면 성인 기준 500엔 정도다. 큰 기대 없이 들어왔다가 시간을 꽤 오래 보내게 되는 유형의 장소였다.

특별히 화려한 장면이 있는 곳은 아니다. 대신 여행 일정 중간에 호흡을 바꾸는 공간에 가깝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벗어나 잠시 걷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장소다.


🦁 덴노지 동물원 (天王寺動物園, Tennoji 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