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라는 이름이 생긴 이유
을지로는 원래 카페를 찾아오는 동네가 아니었다. 인쇄소와 철물점, 공구 상가가 이어진 전형적인 작업 지역에 가까웠다. 낮에는 기계 소리와 배송 차량이 오가고, 밤이 되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 곳. 그런데 몇 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지금은 ‘힙지로’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개성 있는 카페와 바가 골목 사이에 들어섰다. 새 건물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많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진다.
분카샤도 그런 카페 중 하나다. 지도만 보고 찾아가면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건물 외관만 보면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입구를 찾는 것이 먼저인 카페
건물 앞에 도착하면 먼저 보이는 것은 카페 간판이 아니라 1층의 호성 P&P 간판이다. 처음에는 잘못 온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을지로에서는 이런 순간이 자주 생긴다. 카페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보다 건물 안쪽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구는 호성 P&P 옆에 붙어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동안에도 여기가 정말 카페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공장이나 사무실 건물에 들어가는 느낌이 더 가깝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제야 카페가 나타난다. 외부의 산업적인 분위기와 내부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구조다. 을지로 카페들이 가진 특징적인 경험이다. 찾아오는 과정 자체가 방문의 일부가 된다.


금요일 밤의 분위기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특히 젊은 연령대 방문객이 많았다. 대화를 나누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여 있고, 테이블마다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카페는 생각보다 넓지는 않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장 건물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은 듯한 천장과 벽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새로 만든 카페라기보다 ‘사용 용도가 바뀐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을지로의 카페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감각이 있다. 편안하다기보다는 독특하고, 오래 머무르기 좋다기보다는 경험을 남기기에 적당한 공간. 분카샤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간다.


팬케이크를 주문하게 되는 이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팬케이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팬케이크와 음료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기대감은 충분히 컸다. 주변 테이블에서도 같은 메뉴를 주문한 경우가 많았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막상 먹어보니 기대했던 만큼의 인상은 아니었다. 나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맛도 아니었다. 오히려 공간이 주는 인상에 비해 음식은 평범하게 느껴졌다.
이곳의 경험은 음식보다 장소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디저트를 먹기 위해 찾는 카페라기보다, 을지로의 밤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들르는 카페에 가깝다.


카페라는 목적보다 머무름의 연장
안동장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시간이었다. 분카샤는 그 다음 단계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식사가 끝난 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공간,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춰 서는 공간이다.
주변을 보면 대부분의 테이블이 비슷한 흐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온 듯한 방문객, 술집에 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 혹은 을지로를 구경하다 들어온 듯한 방문객들까지 섞여 있다.
그래서 이곳은 ‘맛있는 디저트 카페’라기보다 을지로 밤 동선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공간의 역할이 메뉴보다 앞서는 장소다.


카페 안에 남아 있는 작은 상점의 감각
분카샤 안쪽을 둘러보다 보면 단순한 카페라기보다 작은 잡화점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카운터 주변에는 다양한 굿즈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라이터 같은 레트로한 아이템부터 손수건, 열쇠고리까지 종류가 꽤 다양했다. 관광 기념품처럼 과하게 꾸며진 물건이라기보다, 예전 문구점이나 동네 잡화점에서 발견할 법한 물건들에 가까운 분위기다. 을지로라는 동네가 가진 공업 지역의 기억과 묘하게 어울린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자연스럽게 물건을 구경하게 되고, 구매가 목적이 아니어도 한 번씩 손에 들어 보게 되는 종류의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음식이나 음료보다 공간의 인상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고, 이곳이 단순히 음료를 소비하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해주는 부분이었다.
을지로에서만 가능한 카페 경험
을지로의 카페들은 접근성이 좋지 않은 대신 기억에는 잘 남는다. 입구를 찾는 과정,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문을 열었을 때의 분위기 변화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분카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케이크의 맛보다 건물을 올라오던 순간과 금요일 밤의 소음, 그리고 젊은 방문객들로 가득했던 공간의 분위기가 더 또렷하게 남았다.
어쩌면 이곳은 ‘좋은 카페’라기보다 ‘을지로다운 카페’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특별한 메뉴 때문이 아니라, 동네의 분위기와 함께 기억되는 장소. 저녁 식사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밤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 분카샤
-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4길 20, 호성P&P 2층
- 📞 전화번호 : 0507-1401-6086
- 🌐 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bunkasha
- 🕒 영업시간 : 10: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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