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야경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장소가 있다. 침사추이 해안가에서 바라보는 빅토리아 하버의 스카이라인도 유명하지만, 도시 전체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으로는 역시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가 대표적이다. 홍콩 섬 중심부 뒤편 언덕 위에 자리한 전망 명소로, 고층 빌딩 숲과 바다, 산세가 한 화면 안에 들어오는 곳이다.
홍콩을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꼭 가게 되는 장소이고, 나 역시 홍콩 도심 일정의 마지막 밤을 장식할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다.

홍콩 도심 일정의 마지막 밤
이번 홍콩-마카오 여행은 초반 4박을 홍콩 도심에서 보내고, 이후 마카오와 란타우섬으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침사추이와 센트럴, 셩완, 코즈웨이베이, 홍콩대학 일대까지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콩이라는 도시를 여러 각도에서 경험했다면, 마지막 밤은 조금 더 상징적인 장소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빅토리아 피크였다. 홍콩의 백만불짜리 야경을 가장 유명한 자리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는 방법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택시 이용
- 피크트램 이용
- 버스 이용 (대표적으로 15번 버스)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은 택시일 수 있다. 하지만 피크트램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홍콩의 역사와 관광 경험 자체에 가깝다. 19세기부터 운행해온 클래식한 케이블 철도이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감수하고서라도 피크트램을 선택한다.
나 역시 이번에는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미리 예매한 Klook 패키지
이번 여행은 비교적 계획적으로 준비한 편이었다. 이동 동선과 주요 입장권은 미리 예약해두고 움직였다. 피크트램 역시 현장에서 구매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 Klook 에서 예약했다.
당시 선택한 상품은 흔히 말하는 3-in-1 패키지 로, 아래와 같은 세 가지가 포함된 구성이었다.
- 피크트램 왕복권
- 스카이 테라스 428 전망대 입장권
- 마담투소 입장권
한 번에 예약해두면 현장에서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어 편할 것 같았다.
적어도 출발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집결 장소”였다
피크트램을 탄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피크트램 하부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미 티켓도 예매했고 QR코드도 있으니, 현장에 가서 줄만 서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내가 예약한 상품은 일반 개별 입장이 아니라 가이드 집결형 상품 이었다. 즉, 바로 탑승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정해진 장소에 모여야 했다.
그 집결 장소가 어디였냐면, MTR 센트럴역 K출구 앞 이었다.
그제서야 예약 페이지를 다시 자세히 확인했고,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미 나는 잘못된 장소에 와 있었고, 집결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상쾌한 야경 감상 계획은 땀 범벅으로 종료
원래 계획은 단순했다. 여유 있게 이동해서 피크트램을 타고,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되었다.
잘못 온 장소에서 다시 센트럴역 K출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홍콩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언덕길과 도심 인도를 오가며 뛰다 보니, 기분 좋게 야경을 보러 간다는 감성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땀 범벅이었다. 여행에서 이런 순간이 있다. 사진으로는 남지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 기억되는 순간 말이다.
센트럴역 K출구 = 황후상 광장 근처
결국 집결 장소에 간신히 도착했다. 센트럴역 K출구는 황후상 광장(Statue Square) 인근이라, 이 일대를 알고 있었다면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셩완과 센트럴을 여러 번 걸었던 터라 지형은 익숙했지만, 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체감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한 덕분에 그룹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다시 올라가는 길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열심히 뛰어 내려왔던 길을 이번에는 가이드와 함께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자 급하게 달리던 길을, 이제는 여러 여행자들과 함께 천천히 걸어 피크트램 승강장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긴장감 때문인지, 오히려 이 느린 걸음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한국어를 조금 하던 현지 가이드
이날 배정된 가이드는 홍콩 현지인이었는데,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했다. 완벽한 한국어 안내라기보다는 핵심 내용을 짧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탑승 방법, 티켓 수령 방식, 정상 도착 후 자유 관람 안내 등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고, 한국인 여행객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어 안내를 듣는 순간은 늘 묘하게 반갑다.
정신없는 티켓 배부 현장
피크트램 승강장 주변은 예상보다 훨씬 붐볐다. 사람이 많다 보니 직원들은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티켓을 나눠주고 있었고, 여행객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는 구조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복잡한 상황에서 이름을 듣고 움직이고, 티켓을 받고, 다시 줄을 찾는 과정이 꽤 정신없었다.
현장 운영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워낙 인기 관광지이다 보니 모든 과정이 전쟁처럼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빠른 트랙도 줄은 선다
예약 상품에는 빠른 입장 라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 대기열보다 빠르게 탑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빠른 트랙도 사람이 많았다.
결국 몇 대의 트램을 먼저 보내고 난 뒤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이곳이 왜 홍콩 최고의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지 몸소 실감했다. 빅토리아 피크를 방문할 때는 “트램 타는 시간”만 계산하면 안 된다. 대기 시간까지 일정에 포함해야 한다.
드디어 피크트램 탑승
오랜 기다림 끝에 트램에 탑승했다. 좌석에 앉아 출발하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예상보다 큰 경사도였다.
창밖 건물들이 한쪽으로 기울어 보일 정도로 급하게 올라가는데, 이것이 피크트램 특유의 재미다. 단순히 산 위로 올라가는 열차가 아니라, 도시를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듯한 독특한 감각을 준다.
가능하다면 오르는 방향 기준 오른쪽 좌석 이 풍경 감상에 유리하다. 빌딩 사이로 홍콩 섬 시내가 조금씩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정상 도착 후 자유 관람
피크에 도착한 뒤부터는 단체 이동이 아니다.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며 전망대를 보거나, 쇼핑몰을 둘러보거나, 마담투소에 입장하면 된다.
가이드 상품은 어디까지나 복잡한 입장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가깝고, 정상에서는 각자의 시간으로 바뀐다. 그 순간 비로소 “오늘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시작은 고생했지만, 그래도 추천할 만한 경험
처음 장소를 잘못 찾아가서 뛰어다닌 기억, 땀 범벅이 된 채 합류했던 순간, 정신없는 티켓 수령, 긴 대기줄까지. 솔직히 시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까지 포함해 홍콩다운 경험이었다. 홍콩은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도시였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피크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도시를 대표하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홍콩을 처음 방문한다면, 대기 시간이 조금 길더라도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볼 만하다.
📌 홍콩 센트럴 피크트램 하부 승강장 (Peak Tram Lower Terminus)
- 📍 주소 : 33 Garden Road, Central, Hong Kong
- 📞 전화번호 : +852 2522 0922
- 🌐 홈페이지 : https://www.thepeak.com.hk
- 🕒 운영시간 : 공식 홈페이지 최신 시간표 확인 권장
- 🚇 MTR Central Station / Admiralty Station 도보 이동 가능
- 🎫 성수기·주말은 사전 예매 추천 / 대기시간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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