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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섬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청동 토리이(青銅の鳥居)’다. 에노시마 신사의 입구를 알리는 이 토리이는 이름 그대로 청동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특유의 푸른빛을 띠고 있는데,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섬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상징적인 구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토리이를 지나치는 순간, 단순한 관광지를 걷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길’에 들어섰다는 ...

야구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단순히 오래된 리그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세계다. 이 리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전설적인 선수의 이름이나 우승 반지의 개수만이 아니다. 오히려 메이저리그를 깊이 이해하려면, 각 팀이 어떤 야구장에서 어떤 조건 속에서 야구를 해왔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넓다. 그리고 그 넓은 땅 위에는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그 ...

사실상 오늘 일정의 중심은 에노시마 섬이었다. 에노시마는 지도상으로만 봐도 섬 전체가 제법 커 보였고, 단순히 한두 군데를 찍고 나오는 관광지가 아니라는 인상이 강했다. 신사와 전망대, 동굴과 해안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생각해보면,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이상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체력이 남아 있을 때, 그리고 햇빛이 너무 강해지기 전에 섬 안쪽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

― 한국어가 ‘의미’가 되기 전, ‘이미지’로 쓰이던 순간 요즘 해외에서 한국어를 듣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거리의 간판에서, 넷플릭스 콘텐츠에서,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 속에서도 한국어는 점점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가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달라졌다는 신호일 것이다. 다만 문제는, 한국어가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느냐에 있다. 싱가포르 맥도날드의 ‘서울 스파이시 버거’ 광고는 바로 그 ...

이 광고는 설명이 거의 없다. 포스터도 없고, 경고 문구도 길지 않다. 바닥에는 노란색 선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재떨이 하나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선의 형태는 누가 봐도 분명하다. 관(棺)이다. 그 안에는 “DESIGNATED SMOKERS AREA”라는 문구만 담담하게 적혀 있다. 흡연구역을 표시하는 안내문이지만, 동시에 그 행위의 종착지를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광고가 인상적인 이유는, 흡연의 위험성을 ‘정보’로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 이번 일본 여행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일정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도쿄에서 시작해 신주쿠, 가마쿠라를 거쳐 에노시마까지 부지런히 이동하다 보니, 체감상으로는 꽤 많은 장소를 다닌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에노시마 일대를 최대한 돌아본 뒤,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아침부터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미리 아침 식사를 신청해 두었다면 편했겠지만, 전날 일정이 워낙 빽빽했던 탓에 그 부분까지는 ...

관악구청 안에도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구청을 민원 업무만 보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텐데, 관악구청 1층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생활권 도서관’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곳은 대형 공공도서관처럼 방대한 장서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관악구청에 들렀다가 ...

오후나역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쇼난 모노레일에 몸을 실어 에노시마로 돌아왔다. 도쿄의 밤처럼 화려하거나 북적이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늦은 시각도 아닌 애매한 시간. 그 애매함이 오히려 이 지역의 밤을 더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에노시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사람의 기척이 거의 사라진 정적이었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붐볐을 거리와 역 주변이었지만, 밤이 되자 그 모든 소음이 깔끔하게 걷혀 있었다. 대신 에노덴이 ...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에노시마에서 오후나역으로 이동했다. 쇼난 모노레일에 몸을 싣고 나니, 오후나역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했다. 약 14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에노시마에서 출발해 가마쿠라 일대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작은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바다와 관광지의 풍경을 뒤로하고, 조금씩 생활권의 분위기로 들어가는 이동이라서인지, 여행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 이동의 목적은 사실 단순했다. 쇼난 모노레일이라는 독특한 교통수단을 직접 타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여행하다 보면, 바다와 사찰,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뿐만 아니라 의외로 독특한 대중교통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이동 수단이 바로 쇼난 모노레일이다. 일반적인 철도는 바닥에 레일이 깔리고 그 위를 열차가 달리는 구조지만, 쇼난 모노레일은 정반대다. 레일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열차는 그 레일 아래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달린다. 말로만 들으면 잘 상상이 되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