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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여행 ― 에노시마의 아침,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을 걷다

이 해변은 슬램덩크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그려봤을 장소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 부상을 입은 강백호가 재활 훈련을 하며 해변을 달리고, 이후 채소연의 편지를 읽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바로 그 배경이 이곳이다.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도 특히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장면이기에, 이 해변이 가진 상징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

이번 일본 여행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일정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도쿄에서 시작해 신주쿠, 가마쿠라를 거쳐 에노시마까지 부지런히 이동하다 보니, 체감상으로는 꽤 많은 장소를 다닌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에노시마 일대를 최대한 돌아본 뒤,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아침부터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 미리 아침 식사를 신청해 두었다면 편했겠지만, 전날 일정이 워낙 빽빽했던 탓에 그 부분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른 아침부터 무언가를 제대로 먹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기에, 숙소 바로 앞에 있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 우유를 하나 집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마음은 이미 바닷가를 향하고 있었다.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이 펼쳐졌던 곳,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은 숙소에서 도보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큰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바다가 펼쳐지는 구조였는데, 이 정도 거리라면 해변을 ‘관광지’라기보다는 동네 앞마당처럼 느끼게 만드는 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해변은 슬램덩크를 보며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그려봤을 장소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 부상을 입은 강백호가 재활 훈련을 하며 해변을 달리고, 이후 채소연의 편지를 읽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바로 그 배경이 이곳이다.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도 특히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장면이기에, 이 해변이 가진 상징성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 서 보니, 만화 속 장면과 현실의 풍경 사이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바다의 위치, 시야의 트임, 해변의 길이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른 아침, 조용해서 더 좋았던 바다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한 덕분에 해변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낮이나 주말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붐빈다고 들었지만, 이 시간대의 해변은 조용했고,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바닷가 한쪽에서는 방송 촬영으로 보이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한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멀리서 보아도 제법 규모가 있는 촬영처럼 느껴졌다. 반면, 그 옆에서는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같은 공간 안에서 ‘일’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천천히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굳이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하루가 잘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도 소리는 크지 않았고, 바람도 세지 않았기에 그저 멍하니 앉아 있기 좋은 아침이었다.


바다를 걷는 시간, 그리고 뜻밖의 풍경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해변을 따라 잠시 걷기로 했다. 따로 갈아입을 옷이 없어 바닷물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신발 위로 모래를 밟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도쿄에서 느꼈던 빽빽한 일정과는 완전히 다른 리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단체로 해변에 도착해 있었다. 아마도 소풍이나 체험학습 일정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인솔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은 바다를 보며 들뜬 모습이었다. 이 풍경 덕분에 해변의 분위기는 더욱 평화롭게 느껴졌다.

여행지에서 이런 장면을 마주치면, 그 장소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에노시마로 향하는 발걸음

슬슬 다음 일정으로 이동할 시간이 다가왔다. 해변에서 에노시마로 이어지는 동선은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웠고,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도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다리를 건너며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해변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잠시 머무르는 정도였지만, 언젠가 다시 온다면 이 해변에서 조금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정도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그 정도가 오히려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든다. 그렇게,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에서의 아침을 뒤로하고 에노시마로 향했다.


📍카타세 니시하마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