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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 — 홍대 온맘씨어터 & 플레이그라운드 | 벽에 남아 있는 밤의 기억

이 장소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2025년 8월 3일 이곳에서 열렸던 카노우 미유의 공연 때문이다. 그날 역시 홍대였다. 지금처럼 아침의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저녁이 되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공연을 기다리는 공기가 골목을 채우던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온 팬들과 한국 팬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고, 언어는 달랐지만 기다리는 표정만큼은 비슷했다.

그래피티 앞에서 멈춰 서다

홍대 레드로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추는 건 건물 자체다. 화려하게 꾸민 간판보다, 오래된 외벽 위에 덧입혀진 그래피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맘씨어터가 자리한 이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옆 플레이그라운드 건물과 이어지는 이 일대는, 홍대 특유의 자유로운 에너지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이다. 아침 시간대의 레드로드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그래피티는 그 조용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또렷하다. 밤의 소음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벽면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그래피티를 바라보고 있으면, 공연장이 ‘오늘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무대는 하루 만에 사라지지만, 공연이 열렸던 장소의 분위기와 기억은 이렇게 벽에 남아 계속해서 다음 사람을 맞이한다. 그래서인지 온맘씨어터 앞에 서면, 특정한 날짜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2025년 8월 3일, 같은 장소 다른 시간

이 장소가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는, 2025년 8월 3일 이곳에서 열렸던 카노우 미유의 공연 때문이다. 그날 역시 홍대였다. 지금처럼 아침의 정적인 풍경이 아니라, 저녁이 되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공연을 기다리는 공기가 골목을 채우던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온 팬들과 한국 팬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고, 언어는 달랐지만 기다리는 표정만큼은 비슷했다.

공연 전, 이 건물 앞에 서서 티켓 배부를 기다리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일본어로, 누군가는 한국어로 공연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이에서 공연장은 국적이나 언어보다는 ‘같은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공간이 되었다. 지금은 셔터가 내려와 있고, 그래피티만 남아 있지만, 그날 이 장소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소극장이 가진 밀도

온맘씨어터는 대형 공연장이 아니다. 오히려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홍대 특유의 소극장이다. 그래서 공연의 밀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무대 위의 작은 숨소리, 곡 사이의 짧은 멘트, 관객의 반응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8월의 공연에서도 그 밀도는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의 카노우 미유와 객석 사이에 ‘전달 과정’이 거의 없었다. 노래가 시작되면 바로 닿았고, 반응은 지체 없이 되돌아갔다.

이런 구조의 공연장은, 같은 공연이라도 다른 장소와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대형 홀에서의 공연이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된다면, 이런 소극장 공연은 대화처럼 남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다시 이 장소를 찾게 되면, 특정 곡이나 특정 순간보다도 그날의 공기 전체가 먼저 떠오른다.


홍대라는 배경이 더해진 기억

온맘씨어터가 있는 홍대 레드로드 일대는, 공연이 끝난 뒤의 시간까지 포함해 하나의 경험이 된다. 공연장을 나서면 바로 거리이고,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과 음악,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한 바퀴 더 돌게 되는 이유다.

이번에 다시 찾은 홍대는 아침이었다. 거리 공연도 없고, 사람도 적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잘 보였다. 밤에는 보지 못했던 그래피티의 디테일, 건물 외벽의 색감, 그리고 ‘여기서부터 레드로드’라는 표식들. 그 모든 요소들이 겹치며, 공연이 열렸던 밤과 현재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같은 장소가 시간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이, 홍대라는 공간의 재미이기도 하다.


다시 공연을 기다리며

이번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된 이유 역시, 다가올 공연 때문이다. 1월 중순, 다시 한 번 홍대입구 인근에서 카노우 미유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아직 무대에 오르기 전이지만, 이렇게 장소를 먼저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공연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공연은 무대 위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무대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까지 포함해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온맘씨어터 앞 그래피티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 있었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이 벽을 지나간 수많은 공연과 사람들, 그리고 그중 하나였던 나의 기억까지 겹쳐지면서,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작은 공연장이 남기는 것

온맘씨어터는 ‘크게 기억될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오래 기억되는 공연장’에 가깝다. 화려함보다는 밀도, 규모보다는 체온에 가까운 공간. 그래서인지 이곳에서의 공연은 시간이 지나도 특정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밤으로 기억된다.

그래피티가 그려진 건물 외벽처럼, 공연은 사라져도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기억은 자연스럽게 되살아난다. 이번 홍대 방문은 공연을 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기다림조차도, 온맘씨어터라는 장소 덕분에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페이지가 되었다.


📌 장소 정보 — 온맘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