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는 서울의 스포츠 풍경이 모여 있는 공간이 있다. 종합운동장 일대에는 올림픽주경기장, 실내체육관, 수영장,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 야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잠실야구장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경기 보러 간다’라는 말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특히 잠실야구장은 조금 특이한 구장이다. 한 팀의 홈구장이 아니라 두 팀이 함께 쓰는 구장이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같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구조인데, 단순한 임시 공유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체계다. 해외에서도 임시로 같은 구장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완전히 공동 홈구장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잠실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서울 야구의 생활권’ 같은 공간이 된다.

종합운동장역에서 시작되는 경기 관람
잠실야구장은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야구장으로 이어지는 인파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3번 출구로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경기 분위기가 시작된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인데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보이고, 응원 도구를 파는 노점과 구단 굿즈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티켓 부스 주변에는 현장 구매를 시도하는 사람들, 입장 대기 줄, 그리고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섞여 있다.
TV 중계에서는 경기만 보이지만, 실제로 야구장은 경기 이전부터 하나의 행사처럼 진행된다.

예상과 달랐던 좌석, 그리고 시작된 관람
이날은 단체 관람이었다. 미국 국무부 파견 장학생 고등학생들과 한국 대학생 서포터즈가 함께 관람하는 일정이었고, 인원은 50명이 넘었다. 원래 계획은 두산 베어스 홈경기였던 만큼 1루 측, 즉 두산 응원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50명 이상 단체의 경우 최소 2주 전에 별도의 단체 예매를 진행해야 했는데, 두산 구단 측 안내 과정에서 일반 예매로 진행하면 된다는 잘못된 안내가 전달되었다. 그 안내를 믿고 예매를 진행했을 때는 이미 좌석 대부분이 매진된 상태였고, 결국 선택 가능한 좌석은 3루 측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응원석 한가운데에서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치어리딩에 맞춰 박수를 치다 보니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경기장이 만들어내는 열기는 생각보다 강했고,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어느 순간 LG의 공격 장면마다 함께 환호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 이후로 대부분이 LG를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되었고, 원래 두산 팬 몇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LG 팬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단 한 번의 직관이 응원팀을 바꿔버린, 조금은 웃기고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재미있는 건 경기 직후였다.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린 정도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경기장을 나오기 전 굿즈 매장에 들른 학생들 중 상당수가 LG 트윈스 모자와 응원 타월을 구입했고, 몇몇은 아예 유니폼까지 구매했다. 원래 두산 응원석에서 경기를 보려던 사람들이, 돌아갈 때는 LG 유니폼을 입고 나오는 장면이 펼쳐진 셈이다.
야구 경기는 결과보다 기억으로 남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날의 승패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의도치 않게 시작된 응원이 하나의 경험이 되고, 결국 취향까지 바꿔버린 그 현장의 분위기였다.

2023년 7월 29일, 잠실 라이벌전
경기는 잠실의 대표 라이벌전이었다. 두산 베어스 홈경기로 LG 트윈스와 맞붙은 날이었다. 당시 순위도 팽팽했다. LG가 1위, 두산이 3위였던 시점이라 경기 분위기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강했다.
초반에는 팽팽했지만 5회에 흐름이 크게 흔들렸다. LG가 먼저 4점을 뽑아내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그 이닝에서 두산이 3점을 따라붙었다. 관중석 분위기가 단숨에 달아올랐다.
6회에 두산이 동점을 만들었고, 8회에는 역전까지 성공했다. 거의 승부가 결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9회 말, 두산이 실책을 연달아 기록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흐름을 가져간 쪽은 LG였다. 10회 초 1점을 추가했고, 두산은 결국 점수를 내지 못하며 경기는 LG의 승리로 끝났다.
결과만 보면 한 경기일 뿐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점수 변동마다 경기장의 소리가 달라졌고, 응원가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 야구 응원 문화의 충격
함께 온 미국 학생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부분은 경기 내용이 아니라 응원 문화였다. 메이저리그 야구는 비교적 조용한 관람 문화에 가깝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공연에 가깝다.
이닝마다 응원가가 있고, 선수마다 전용 응원곡이 있으며, 공격 상황에서는 응원단장의 구호에 맞춰 관중이 동시에 움직인다.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참여형 이벤트에 가깝다.
TV로 볼 때는 소리만 들렸던 응원이 실제 현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타자가 등장할 때마다 음악이 흐르고, 관중 전체가 동시에 박자를 맞춘다. 경기 흐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분위기만으로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더위와 접전이 만든 기억
7월 말의 잠실은 무척 더웠다. 밤 경기였지만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는 힘든 경기였겠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났다면 단순한 경험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전과 동점, 연장전까지 이어지며 경기장의 긴장감이 계속 유지됐다.
직관을 처음 경험한 사람들도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석에서는 여운이 남아 쉽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TV 중계와 전혀 다른 경험
TV로 야구를 보면 상황 파악은 쉽지만 감정은 제한된다. 반대로 현장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몰입하게 된다. 공이 작아 자세한 플레이는 잘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함성과 파도처럼 움직이는 응원 분위기가 감정을 끌어올린다.
오히려 경기 내용보다 “그날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느낀 감정은 승패보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스포츠 관람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방문하면 확실히 환기가 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울 잠실야구장
- 📍 주소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25
- ☎️ 전화번호 : 1661-0965
- 🕒 운영 : 경기 일정에 따라 상이
- 🌐 티켓 : https://www.ticketlink.co.kr/sports/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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