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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 — 백년 토종 삼계탕 별관

이 식사가 특별했던 이유는, 음식 자체의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팬미팅에서 미유가 “삼계탕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짧은 문장이, 이렇게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컸다. 누군가의 취향을 기억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취향을 하루의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는 점.

말 한마디에서 결정된 저녁

이 날 저녁의 행선지는 사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팬미팅 도중, 질문을 받던 미유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삼계탕을 꼽았던 그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모두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회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 강하게 제안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 오늘은 삼계탕 먹을까요?”라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왔고, 그 문장은 그대로 결정이 되었다.

공연과 팬미팅이 끝난 뒤, 감정이 과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를 정리하기에는 삼계탕만큼 적당한 선택도 없었다. 몸을 덥히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날의 이야기를 천천히 씹어 삼키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음식은 없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8명의 식탁

이 날 함께 움직인 인원은 일본 팬 3명, 한국 팬 5명, 총 8명. 전날의 대규모 모임과 비교하면 훨씬 작은 숫자였지만, 그만큼 밀도는 높아졌다. 모두가 같은 질문을 들었고, 같은 답을 공유했으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상태였다.

“미유가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 문장 하나로 충분했다. 누군가를 위한 식사라기보다는, 그날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동도 빠르고 조용했다. 홍대의 번화한 거리 한복판을 지나면서도, 모두의 발걸음은 묘하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백년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

도착한 곳은 백년 토종 삼계탕 별관이었다. 이름에서부터 이미 이 집이 어떤 시간을 지나온 곳인지가 짐작되는 곳이다. 본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별관까지 확장된 구조라는 점만 봐도, 이곳이 하루이틀 반짝하고 사라지는 집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다만 우리가 방문한 시간대는 조금 애매했다. 일요일 오후 4시,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각이었다. 그래서인지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고, 붐비는 복날의 풍경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공간이 가진 성격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사람으로 가득 찼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구조, 테이블 간의 여유, 그리고 조용히 퍼지는 국물 냄새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곳은 내가 예전에도 몇 번 방문했던 곳이다. 여름 복날이 되면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줄이 늘어서는 집이고, 계절과 상관없이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지역 맛집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날의 한산함은 낯설다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바쁜 시간대의 검증된 맛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조용한 시간에 마주한 공간은 오히려 더 신뢰를 주었다.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었다는 설명 역시, 이 분위기 속에서는 과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외관,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내부, 그리고 단출한 메뉴 구성. 기본 삼계탕 1인분 18,000원이라는 가격도, 이 집이 쌓아온 시간과 방식에 비해 담담하게 다가왔다. 오래 같은 자리를 지켜온 집이 가진 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미유가 삼계탕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어디를 갈까’ 고민한 결과라기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장소에 가까웠다. 이미 알고 있던 맛, 이미 경험해본 공간, 그리고 일본 팬들과 함께 가기에도 설명이 필요 없는 집. 붐비지 않는 시간대 덕분에, 이 날의 삼계탕은 더 천천히,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물 앞에서 생긴 첫 반응

삼계탕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자, 대화는 잠시 멈췄다. 뚜껑을 여는 순간 피어오르는 김, 은은한 인삼 향, 그리고 안쪽에 단단히 들어찬 닭 한 마리. 일본 팬들 역시 이 장면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첫 숟갈을 뜬 뒤, 반응은 거의 동시에 나왔다.

“맛있다.”

“생각보다 훨씬 담백하다.”

“국물이 정말 깊다.”

누군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국물을 한 번 더 떠먹었다. 일본인 입맛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인삼 향이나 마늘 맛이 오히려 이 집에서는 과하지 않게 조절되어 있었고, 그 점이 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했다.


음식이 만들어주는 대화의 온도

삼계탕의 좋은 점은, 먹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는 데 있다. 급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뜨거운 국물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씩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덕분에 테이블 위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정돈되었다.

이야기는 팬미팅의 한 장면으로 돌아갔다가, 전날 콘서트의 노래로 넘어갔고, 다시 일본과 한국의 음식 문화 이야기로 흘러갔다. 일본 팬들은 “이런 음식은 일본에는 없다”고 말했고, 한국 팬들은 “겨울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고 답했다. 그 사이에서 삼계탕은 조용히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의 여운

이 식사가 특별했던 이유는, 음식 자체의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팬미팅에서 미유가 “삼계탕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짧은 문장이, 이렇게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컸다. 누군가의 취향을 기억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취향을 하루의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시켰다는 점.

이 자리에는 미유가 없었지만, 그녀의 말은 분명히 테이블 위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이 식사는 누군가를 대신해 하는 흉내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에 더 가까웠다. “아까 그 말 기억나지?”라는 식의 확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같은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느린 방식

식사가 끝나갈 즈음에는, 국물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밥을 말아 마지막까지 국물을 비웠고, 누군가는 그릇을 내려놓은 채 잠시 숨을 돌렸다. 배가 부르다는 감각보다, 몸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날의 삼계탕은 저녁 식사이자, 이틀에 걸친 서울 일정의 마지막 정리 단계처럼 느껴졌다. 공연, 팬미팅, 기다림, 그리고 지금 이 식사까지. 하루의 속도가 이 국물 안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기억으로 남는 식당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 번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백년’이라는 단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버텨온 집, 그리고 오래 기억될 식사.

이 날의 삼계탕은 단순히 “맛있었다”로 정리되지 않는다. 미유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음식, 그 말을 기억한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 만들어낸 한 끼. 그래서 이 식사는 여행기의 한 장면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공연장이 아닌 식당에서, 무대가 아닌 식탁 위에서, 이 서울의 시간이 조용히 완성되고 있었다.


📌 백년 토종 삼계탕 별관

  • 📍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16길 10 1층
  • 📞 전화번호: 02-334-4854
  • 🌐 홈페이지: https://100tojong.com/
  • 🕒 영업시간: 매일 9:00 ~ 22:00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