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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오차드로드의 작은 취향 ― White Rose Parlour

더 흥미로웠던 건 진열된 캐릭터들의 구성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중심일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친숙한 캐릭터들, 서구권 히어로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건 이소룡(Bruce Lee) 피규어였다. 매장 중앙에 놓인 이소룡 피규어를 보는 순간, 이 가게가 어떤 취향을 지향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오차드로드는 ‘아시아 최대의 쇼핑 스트리트’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거리다. 대형 쇼핑몰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는 글로벌 브랜드부터 명품 매장, 패션·뷰티 매장까지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그래서 오차드로드를 걷다 보면,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여행자에게는 풍경이 조금 단조롭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규모는 크지만, 결은 비슷한 공간들이 반복되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들른 곳이 Orchard Central이었다. 오차드로드에 있는 여러 쇼핑몰 중에서도 비교적 개성이 있는 편인데, 상층부에 도서관이 들어서 있고, 매장 구성도 조금은 실험적인 편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쇼핑몰 안에 있는 도서관인 ‘오차드 도서관(Library@Orchard)’을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들를 이유가 된다.


도서관을 나오자마자 마주친 전혀 다른 결

오차드 도서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같은 층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아주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규모는 크지 않았고, 화려한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진열장 안에 놓인 물건들이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옷이나 가방, 화장품이 아니라 피규어였다. 쇼핑몰 안에서는 꽤 이질적인 존재였다.

가게 이름은 White Rose Parlour. 오차드 센트럴 4층, 다른 매장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 잡은 작은 피규어 숍이다. 일부러 찾아간 곳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지나가다 발견한 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런 우연한 발견이 여행 중에는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일본과는 조금 다른, 싱가포르식 피규어 가게

피규어라는 물건 자체는 일본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 아키하바라 같은 곳에 가면 전문 매장도 많고, 종류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피규어 문화가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전문 매장도 제한적인 편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이런 피규어 가게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의외로 다가왔다.

더 흥미로웠던 건 진열된 캐릭터들의 구성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중심일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친숙한 캐릭터들, 서구권 히어로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건 이소룡(Bruce Lee) 피규어였다. 매장 중앙에 놓인 이소룡 피규어를 보는 순간, 이 가게가 어떤 취향을 지향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헐크, 스타워즈 캐릭터들처럼 글로벌한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일본식 피규어 숍’이라기보다는 아시아와 서구 문화가 섞인 싱가포르다운 취향 공간에 가까웠다. 오차드로드라는 상업적인 거리 안에서도, 이런 소규모 취향 가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잠깐의 대화, 그리고 여행의 온도

가게 안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주인분이 사진 촬영을 해도 괜찮다며 먼저 말을 건네왔다. 이런 작은 배려 하나가 공간의 인상을 바꾼다. 피규어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이 가게는 ‘쇼핑몰 안의 매장’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다.

특별히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상상이 이어졌다. 언젠가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공간이 넉넉해지면 이런 것들을 하나씩 모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여행 중에 만난 물건이 꼭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은 충분히 남는다.

마지막 날에 다시 들러 하나쯤 사볼까 싶기도 했지만, 일정이 촉박해 결국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가게가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여행에서는, 사지 못한 것들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는다.


오차드로드에서 만난 ‘작은 취향의 틈’

White Rose Parlour는 오차드로드의 대표적인 명소라고 부를 만한 곳은 아니다. 여행 가이드북에 크게 실려 있지도 않고, 일부러 찾아가야 할 랜드마크도 아니다. 하지만 옷가게와 잡화점이 반복되는 쇼핑몰 동선 속에서, 이런 작은 피규어 가게 하나가 만들어내는 리듬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

오차드로드가 전부 소비를 위한 거리처럼 느껴질 때, 이곳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는 재미’를 되찾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장소 하나쯤은 여행의 밀도를 조용히 높여준다.


📌 White Rose Parlour (싱가포르 오차드로드 피규어 숍)

  • 📍 주소: 181 Orchard Rd, Orchard Central, Level 4, Singapore 238896
  • 📞 전화번호: (현장 기준 별도 공개 정보 없음)
  • 🌐 홈페이지: (공식 홈페이지 없음 / Orchard Central 입점 매장)
  • 🕒 영업시간: Orchard Central 운영시간 기준 (대략 11:00 – 21:00, 요일·시즌별 변동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