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닿지 못했어야 할 무대 앞에서
공연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연이 늦게 시작했고, 끝난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꽤 무리가 갔던 한 주였다. 일주일 내내 피로가 쌓인 채로 출근을 반복했고, 몸은 분명히 지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계속 공연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따뜻했던 한 주. 이번 기록은 그 감정에서 출발한다.
보통은 서울에서 일본으로 향한다. 도쿄를 중심으로 공연을 보기 위해 이동했고, 그 과정 자체가 익숙한 패턴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향이 달랐다.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공연이 열렸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이동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무대가 ‘건너가야 할 곳’이 아니라 ‘이미 생활권 안에 들어온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에서 팬들이 대거 오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에는 일본에서 두 명의 팬이 한국으로 원정을 왔고, 그 사실만으로도 공연의 공기는 조금 달라졌다. 늘 우리가 건너가던 쪽이 아니라, 누군가를 맞이하는 쪽이 되었을 때 생기는 묘한 감각. 이 공연은 시작 전부터 그런 방향 전환을 품고 있었다.

홍대, 온맘시어터라는 장소
이번 공연이 열린 곳은 홍대 앞에 위치한 온맘시어터였다. 약 70석 규모의 소극장. 홍대 메인 거리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몇 번이나 앞을 지나치기만 했던 장소였다. 입구가 골목 안쪽에 숨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구조였고, 좁은 통로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야 공연장 출입구가 나오는 형태였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공연장은 아담했다. 하지만 지금의 미유에게는, 아직은 이런 규모의 공연장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깝고, 표정과 호흡이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 언젠가 더 큰 공연장에서 노래하게 될 날이 오겠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공간에서의 공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원래는 가지 못할 뻔했던 공연
홍대는 내가 살고 있는 연희동에서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한 거리이고, 날씨만 허락한다면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위치다. 공연이 늦게 끝나더라도 이동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다음 날 바로 출근해야 하는 일정이기는 했지만, 그건 나중에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거리나 시간보다 다른 곳에 있었다. 이번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연 직전까지 대구에 내려가 있어야 했고, 일정이 계속 꼬이면서 사실상 공연에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스케줄상으로는 분명히 ‘불가능’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래서 티켓팅을 할 때조차 시도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티켓을 먼저 사두는 건, 오히려 마음만 더 아프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번 공연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이미 한 번 포기한 공연이었다.
그런데 8월 1일, 금요일이 되어서야 상황이 바뀌었다. 엉켜 있던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정리되었고, 그제야 공연에 갈 수 있다는 확정이 내려왔다. 하지만 이미 티켓은 매진 상태였다.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정작 갈 수 있는 표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 말 그대로 한 박자 늦은 타이밍이었다.
그때 팬카페에서 도움을 받았다. 여러 장의 티켓을 미리 구입해 두었던 분이 계셨고, 덕분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B11이라는 꽤 좋은 자리였다. 1열은 아니었지만, 공연장 규모를 생각하면 어느 자리에서도 시야에 큰 제약은 없었을 것이다. 좌석이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리보다 시야가 더 중요한 구조였다.
원래는 닿지 않았어야 할 자리, 원래는 포기했던 공연. 그 무대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감정의 밀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8월 3일 아침, 뒤늦은 준비
8월 2일, 대구에서 서울로 바로 올라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선물도, 편지도 미리 챙기지 못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평소에 이런 상황을 대비해 어느 정도는 준비를 해두는 편이었고, 예전에 써 두었던 편지를 다시 꺼내 번역해서 전달할 수는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선물 역시 전날 밤에 급하게 정리했다. 7월 19일 도쿄 공연 이후, 도쿄 타워와 나리타 공항을 들르며 기념품을 구입했는데, 그때 같은 물건을 두 개씩 사두었다. 하나는 내가 가지고, 하나는 미유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도쿄 타워에서는 타워가 새겨진 복주머니를, 나리타 공항에서는 공항 유니폼을 입은 피카츄 인형을 골랐다.
시간에 쫓겨 준비한 선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정도면 선방이었다. 모든 것이 여유롭지는 않았고, 처음부터 계획된 흐름도 아니었지만, 결국은 이 공연을 향해 하나씩 맞춰지고 있었다.
이 프롤로그는, 그렇게 원래는 닿지 않았어야 할 공연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를 기록하는 출발점이다. 무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날의 감정은 이미 충분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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