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증명되는 서사
— 소형 화면을 뚫고 나오는 진짜 음악 드라마,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
2025년 12월 23일, DMM TV의 세로형 쇼트 드라마 서비스 ‘DMMショート’를 통해 전편 일괄 공개되는 오리지널 작품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은 여러모로 이례적인 프로젝트다. 일본 대중음악사를 상징하는 프로듀서 고무로 데쓰야(小室哲哉)가 총괄 프로듀스·악곡 제공·출연까지 맡았고, 리리 프랭키를 필두로 한 탄탄한 배우진이 합류했으며, 무엇보다 실제 데뷔한 3인조 걸즈 유닛 OVAL SISTEM의 탄생 과정을 극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한 ‘아이돌 성장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그 중심에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현실적인 체온으로 붙잡아 두는 인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인물이 바로 카노우 미유(かのうみゆ)가 연기한 아이베리(iBerry)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옆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아이베리는 흔히 기대되는 아이돌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타고난 스타성도 없다. 그녀는 라이브하우스의 플로어 스태프였고, 과거에는 공수도(가라데) 유단자였으나 부상을 계기로 무대를 ‘보는 쪽’으로 물러난 인물이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운 것이 기타였다.
이 설정은 배우 카노우 미유의 실제 이력과도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그녀 역시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며, SNS에 업로드한 연주 영상 하나로 TM NETWORK의 레코딩에 참여하게 될 만큼 연주력에 대한 평가를 받아왔다. 아이베리는 그래서 ‘연기된 인물’이라기보다, 현실에서 건너온 사람처럼 보인다.
카노우 미유는 인터뷰에서 “기타를 치는 역할이었기에 익숙했고, 연기에서도 자신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역할에 들어가기 쉬웠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캐스팅 소감이 아니라, 이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히 설명한다. 아이베리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주도하는 인물이 아니라, 음악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자다.

‘노래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는 인물’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이 그리는 세계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착취, 희롱, 폭력, 좌절이 일상처럼 반복되는 지하 아이돌 업계는 이 작품에서 숨김없이 묘사된다. 그 안에서 아이베리는 가장 감정의 균형을 잡고 있는 인물이다.
사랑받는 재능을 지닌 아이코(愛子), 구원받는 청자로서의 루카, 그리고 과거의 영광에 갇힌 음부(音部) 사이에서 아이베리는 늘 한 발 물러서서 음악이 왜 필요한지를 질문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노래로 자신을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기타를 통해, 리듬을 통해, 사운드의 바닥을 받쳐준다.
카노우 미유의 연기는 이 지점을 과장 없이 포착한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소리로 암시한다. 특히 라이브 장면에서 기타를 치는 손놀림과 무대 위 시선 처리에서는 ‘연기하는 배우’보다 ‘현장에 있는 뮤지션’에 가까운 태도가 느껴진다. 이는 세로형 쇼트 드라마라는 한계 속에서도 화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다.
고무로 데쓰야의 음악과 교차하는 아이베리의 위치
이 작품에서 음악은 배경이 아니라 서사 그 자체다. 주제가 「Never Alone」과 극중 삽입곡 「I Surrender」는 모두 고무로 데쓰야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대신 말해준다. 그중에서도 기타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아이베리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음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이는 ‘센터’에 서지 않는 방식의 존재 증명이다. 카노우 미유는 이 점에 대해 “세 명 각자의 열정이 음악으로 겹쳐지고,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노래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은 성공을 향한 직선적인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목소리는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 속에서, 아이베리는 가장 현실적인 답에 가까운 인물로 존재한다. 혼자서는 구원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 ‘함께’의 중심에는 음악이 있다는 것.

쇼트 드라마라는 형식, 그리고 카노우 미유의 설득력
세로형 쇼트 드라마는 여전히 실험적인 포맷이다. 짧은 러닝타임, 작은 화면, 빠른 전개는 자칫 인물의 깊이를 희생시키기 쉽다. 그러나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에서 아이베리는 그 한계를 가장 잘 넘는 캐릭터다.
과도한 설명 없이도 인물이 이해되는 이유는, 카노우 미유가 가진 음악적 배경과 생활감이 연기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기한다’기보다 ‘존재한다’. 이는 쇼트 드라마라는 압축된 형식에서 특히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아이베리, 그리고 카노우 미유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은 OVAL SISTEM의 탄생기를 다루지만, 동시에 새로운 배우·아티스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카노우 미유는 배우와 뮤지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존재로, 이 작품을 통해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
아이베리는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이렇게 설득력 있게 해내는 배우는 흔치 않다.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연기, 그리고 연기를 통해 음악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방식. 그것이 카노우 미유가 『地下アイドルの方程式』 (지하 아이돌의 방정식)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성취다.
12월 23일, 전편 공개 이후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들이 아이베리라는 이름, 그리고 카노우 미유라는 인물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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