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축제, 다른 공기, 다른 장소
2024년 9월 29일, 도쿄 고마자와에서 이어진 한일축제한마당의 또 다른 기록
2024년 9월 29일,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중앙광장은 이른 오후부터 서서히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한일축제한마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코엑스 D홀과는 전혀 다른 결을 띠고 있었다. 실내 전시장이 만들어내는 밀집된 에너지 대신, 고마자와에는 야외 공원이 가진 여백과 호흡이 있었다. 관객들은 빠르게 이동하지 않았고, 급하게 모이지도 않았다. 공연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기보다, 하루의 일부로서 이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상이 더 강했다.
이날 피날레 행사로 기획된 ‘K-POP 시크릿 콘서트’는 오후 3시 45분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지는 비교적 긴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미유와 마코토, 그리고 아키가 무대에 오른 시간은 서울 공연과 마찬가지로 길지 않았다. 짧은 러닝타임, 제한된 곡 수, 그리고 축제의 흐름 속에 배치된 하나의 장면. 이 무대 역시 아티스트에게 결코 관대한 조건은 아니었다.
더욱이 이 공연은 누구나 자유롭게 다가와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공연장 전면에는 지정석이 설치되어 있었고,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9월 6일까지 왕복엽서를 통해 사전 응모를 해야 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사람만이 지정석에 앉아 공연을 볼 수 있었고, 이는 곧 이 무대의 관객이 이미 ‘선택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 우연히 멈춰 선 시선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앉아 있는 관객 앞에서 무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조건은 공연자에게 또 다른 긴장을 요구한다. 관객은 이미 앉아 있고, 박수를 칠 준비도 되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쉽게 실망할 수도 있다. 이 무대는 흥을 돋우는 자리라기보다,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서울과 같은 선곡, 그러나 다른 무대의 언어
미유와 마코토가 선택한 곡 구성은 서울 코엑스 공연과 동일했다.
‘큐티 허니’로 듀엣의 문을 열고, 미유는 ‘비밀번호 486’을, 마코토는 ‘Oh My Julia’를 각각 솔로로 이어갔다. 이후 다시 함께 ‘사랑의 배터리’를 부른 뒤, 마지막 곡 ‘푸른 산호초’에서는 아키까지 합류해 세 명이 함께 무대를 완성했다.
같은 곡, 같은 순서. 그러나 이 반복은 안일함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공연을 연속해서 놓고 보면, 이 선곡이 얼마나 의도적인 선택이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서울에서는 이 곡들이 ‘소개’의 역할을 했다면, 도쿄에서는 ‘확인’에 가까웠다. 같은 레퍼토리를 다른 공간에서 다시 꺼내 드는 것은, 무대 위에서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있을 때 가능한 선택이다.
특히 카노우 미유에게 있어 ‘비밀번호 486’은 이미 하나의 기준점이 된 곡이다. 이 곡은 그녀의 보컬, 발음, 감정선, 그리고 무대 태도를 동시에 드러내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곡을 다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도쿄의 관객 앞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비밀번호 486’ — 야외 무대에서 드러난 태도의 차이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 중앙광장은 소리를 모아주지 않는다. 실내 공연장처럼 음향이 정제되지 않고, 바람과 주변 소음이 그대로 무대 안으로 들어온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창력보다 태도가 더 중요해진다. 소리를 키우는 대신 중심을 지켜야 하고,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이날 미유의 ‘비밀번호 486’은 그런 조건을 정확히 이해한 무대였다. 그녀는 과하게 몸을 쓰지 않았고, 불필요한 제스처도 줄였다. 대신 호흡을 낮추고, 박자를 안정적으로 가져갔다. 야외 무대에서 흔히 선택되는 ‘크게 보여주기’의 전략이 아니라, ‘흩어지지 않기’의 전략에 가까웠다.
그 결과, 넓은 공간에서도 그녀의 노래는 쉽게 흐려지지 않았다. 관객이 많아서가 아니라, 노래가 스스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인 완성도라기보다, 반복된 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선택에 가깝다. 이 곡을 여러 공간에서 불러온 사람이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경쟁과 공생 사이 — 마코토와 함께 만든 균형
이날 무대에서 미유를 이야기하면서 마코토를 빼놓기는 어렵다. 두 사람은 한일가왕전 이후 줄곧 비교의 대상이 되어왔고,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 무대에서 느껴진 관계는 경쟁보다는 균형에 가까웠다.
마코토의 ‘Oh My Julia’는 명확한 캐릭터를 가진 무대였다. 직선적인 보컬, 분명한 감정 표현, 그리고 일본 대중가요 특유의 향수를 안정적으로 전달했다. 반면 미유의 무대는 보다 절제된 방향으로 흐름을 만들었다. 이 두 방향은 충돌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색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대는 비교의 장이 아니라, 병렬의 장처럼 작동했다. 이는 이후 시스(SIS/T)라는 그룹 활동을 예고한 맥락에서 보면 더욱 흥미로운 장면이다. 경쟁 관계였던 두 사람이, 공존 가능한 구조를 이미 무대 위에서 실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른 산호초’ — 셋이 만들어낸 마지막 장면
마지막 곡 ‘푸른 산호초’에서는 아키까지 합류해 세 명이 함께 무대를 완성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피날레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서울 공연에서는 미유와 마코토의 듀엣으로 끝났던 곡이, 도쿄에서는 세 명의 목소리로 확장되었다. 이는 이 무대가 단발성 협업이 아니라, 이후를 염두에 둔 흐름 위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각자의 색은 분명했지만, 누구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세 명이 같은 곡 안에서 각자의 위치를 유지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축제의 피날레로서도, 향후 활동을 암시하는 장면으로서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

도쿄라는 무대가 남긴 인상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의 한일축제한마당은, 화려한 사건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안정적인 인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안정감의 중심에는 카노우 미유가 있었다. 그녀는 이 무대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선택해온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같은 축제, 같은 곡, 다른 도시. 이 반복 속에서 미유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무대에 서는 사람인지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급하게 변하지 않으며, 무대의 조건에 따라 스스로를 조정할 줄 아는 태도. 이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가수보다는, 장기적인 무대를 염두에 둔 아티스트의 모습에 가깝다.
서울과 도쿄, 실내와 야외, 우연과 선택 사이를 오가며 이어진 이 두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카노우 미유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에서의 그녀는, 적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흔들리지 않음은, 이제 막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쌓여온 과정의 일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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