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 한일축제한마당
코엑스에서 확인된 카노우 미유의 현재형, 그리고 ‘함께 서는 방식’
서울 코엑스 D홀은 콘서트장이 아니라 축제의 공간이었다. 한일축제한마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음악만이 아니라 음식과 여행, 캐릭터와 코스프레, 지자체 홍보 부스와 기업 전시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 관객은 정해진 좌석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상태가 아니었고, 대부분은 걷다가 멈추고, 구경하다가 스쳐 지나가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였다.
이런 공간은 공연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집중된 조명도 없고, 박수의 리듬도 일정하지 않으며, 무대 위의 노래는 축제장의 소음과 동선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무대는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자리’가 아니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 가깝다.
바로 그 공간 한복판,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0분간 이어진 무대에 카노우 미유와 마코토가 함께 올랐다. 짧은 러닝타임, 빠른 전환, 그리고 명확한 첫인상이 요구되는 상황. 이 무대는 단순한 초청 공연이 아니라, 축제형 공간에서 아티스트가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듀엣’으로 시작된 무대, 그리고 각자의 언어
무대는 두 사람의 듀엣으로 시작됐다. 선택된 곡은 「큐티 허니」였다. 익숙한 멜로디, 가벼운 템포, 그리고 축제장이라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이 곡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노래는 아니지만, 대신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려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관객에게 “지금 이 무대는 즐겨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곡이다.
미유와 마코토는 이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과도하게 힘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가볍게 흘려보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경쟁자처럼 서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서로를 가리는 방식으로 노래하지도 않았다. 이 듀엣은 ‘누가 더 잘하는가’를 가르는 무대가 아니라, 지금 이 무대가 하나의 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출발점에 가까웠다.
듀엣이 끝난 뒤, 무대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솔로로 이어졌다. 이 전환은 중요했다. 같은 무대에 섰지만, 이제부터는 각자가 어떤 언어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완창된 「비밀번호 486」, 설명이 필요 없는 선택
카노우 미유가 선택한 곡은 「비밀번호 486」이었다. 그리고 이 곡은 일본어 버전이 아닌, 한국어 가사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불려졌다. 이 선택은 단순한 팬서비스나 일회성 이벤트로 보기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곡은 한국 관객에게 멜로디보다 가사가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감정보다 기억이 앞서 반응하고, 한 소절만 어긋나도 전체 인상이 흔들릴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외국인 가수가 이 노래를 한국어로 완창한다는 것은, 발음의 완성도 이전에 가사의 의미를 직접 전달하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미유의 한국어 발음이 완벽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세한 억양의 차이와 발음의 흔들림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 불완전함을 피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일본어로 안전하게 변주하거나 일부만 한국어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끝까지 한국어 가사 그대로 노래를 이어갔다. 이는 ‘잘 들리게 부르겠다’기보다, ‘이 노래를 이 언어로 전달하겠다’는 태도에 가까웠다.
과도한 감정 과잉이나 억지스러운 발음 강조도 없었다. 대신 문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중, 그리고 가사의 박자에 자신을 맞추려는 안정적인 호흡이 인상에 남았다. 축제장이라는 산만한 환경 속에서도, 무대 앞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정돈되었고, 관객의 반응 역시 박수와 호응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한국어’가 아니었다. 이 곡을 선택했고, 이 언어를 선택했으며, 끝까지 책임지듯 노래했다는 사실이다. 미유는 이 무대에서 자신을 일본에서 온 초청 가수로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이 공간의 감정과 언어를 직접 건너는 사람으로 무대에 서 있었다.

마코토의 「Oh My Julia」 —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여는 힘
이어진 마코토의 솔로 무대는 「Oh My Julia」였다. 곡의 성격은 분명했고, 선택 역시 명확했다. 경쾌한 리듬, 직선적인 멜로디, 그리고 축제장의 분위기와 즉각적으로 맞물리는 에너지. 마코토의 무대는 복잡한 해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관객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반응을 빠르게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마코토의 강점은 이 지점에서 선명해졌다. 무대 위에서의 표정, 몸의 사용, 그리고 관객과의 거리 설정이 직관적이었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가볍게 풀렸고, 축제 공간 특유의 개방적인 공기와 자연스럽게 섞였다. 이 무대는 설명이 아니라 체감으로 설득하는 공연에 가까웠다.
이 지점에서 미유와 마코토는 자연스럽게 대비를 이뤘다. 미유가 언어와 밀도를 통해 관객을 천천히 끌어당겼다면, 마코토는 리듬과 에너지로 공간을 한 번에 열어 보였다. 한쪽은 안으로 수렴하고, 다른 한쪽은 바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대비가 경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압도하거나 가리는 구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방식의 무대가 연속으로 배치되면서, 각자의 색이 더 또렷해졌다. 같은 축제, 같은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이 각기 다른 해법으로 관객과 만나는 장면은, 이후 이어질 흐름을 예고하는 전조처럼 작용했다.
이 무대는 ‘누가 더 잘했는가’를 가르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신, 같은 출발선에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해온 두 사람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균형은, 이후 등장할 이야기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시스(SIS/T)’라는 이름의 등장 — 개인을 지우지 않는 선택
무대 후반부, 미유와 마코토는 아사히 아이, 타라 리호코와 함께 시스(SIS/T)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짧게 전했다. 발표 자체는 길지 않았고, 과장된 연출도 없었다. 그러나 이 한 문장은, 이 무대를 지켜보던 이들에게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미유와 마코토는 트롯 걸즈 재팬이라는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했다.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경쟁했고, 동시에 서로의 존재를 통해 각자의 위치를 분명히 해온 관계였다. 누군가가 무대 위에 설 때, 다른 누군가는 비교의 대상이 되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완전히 밀려나지는 않았다. 이 관계는 경쟁이면서도, 동시에 공생에 가까웠다.
시스(SIS/T)라는 그룹 선언은 이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 개인의 색을 희석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전제로 한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미유에게 이 선택은 단순한 그룹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팀 안에서 또 다른 방식의 무대와 호흡을 실험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후 무대는 다시 듀엣으로 이어졌다. 「사랑의 배터리」, 그리고 「푸른 산호초」. 축제라는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들이었다. 관객이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반응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박수와 웃음이 섞이는 노래들이다.
여기서 미유의 태도는 앞선 솔로 무대와 분명히 달라졌다. 한국어 발음의 정확함이나 메시지 전달을 증명하려는 자세보다는, 공간을 나누는 쪽에 더 가까웠다. 표정은 부드러워졌고, 동작은 한 박자 여유를 두었다. 솔로 무대에서 보여준 밀도와, 듀엣에서 보여준 유연함은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두 개의 얼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장면에서 미유는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주변을 살폈다. 혼자서 무대를 끌고 가기보다는, 함께 있는 사람들과 리듬을 맞추는 쪽을 선택했다. 이는 축제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태도는, 시스(SIS/T)라는 이름이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무대 밖으로 확장된 장면들 — 축제라는 공간의 의미
이날의 무대는 메인 스테이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일축제한마당이라는 행사 특성상, 공연 이후에도 아티스트는 관객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 부스 사이를 오가고, 사진을 찍고, 우연히 시선이 마주치는 상황들.
피날레에서는 전체 출연진이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과 춤을 추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이때 미유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팬들의 요청에 응했고, 짧은 순간들이지만 다수의 투샷이 만들어졌다. 이는 사전에 계획된 팬서비스라기보다, 현장의 흐름에 반응한 결과에 가깝다.
이런 장면들은 무대 위의 퍼포먼스만큼이나 중요하다. 축제형 공간에서 아티스트는 ‘공연자’이자 ‘행사 구성원’이 된다. 미유는 이 역할을 과하지 않게, 그러나 성의 있게 수행했다.


축제형 무대가 남긴 것
한일축제한마당의 무대는 길지 않았다. 약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여러 곡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나 이 짧은 러닝타임은 카노우 미유라는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그녀는 더 이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서사 속에 머무는 인물이 아니었다. 동시에, 완성된 스타의 자리에 서 있다고 말하기도 이르다. 대신, 어디에 서야 하는지,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축제장의 소음과 개방된 공간 속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끝까지 전달했고, 경쟁과 공생이 공존하는 무대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이 무대는 대형 콘서트도, 단독 쇼케이스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드러난 태도는 오히려 더 선명했다.
카노우 미유는 이 날,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었다. 화려한 조명이나 과장된 연출 없이, 선택과 태도로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증명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퇴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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