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야 동굴까지 모두 둘러보고 나오니, 자연스럽게 에노시마 섬의 끝자락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와야 동굴은 에노시마 관광 동선상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장소이기도 해서, 동굴을 나서자마자 시야가 갑자기 확 트이며 남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섬의 중심부에서 느끼던 북적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바다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고, 파도 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여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주고 있었다.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탓에, 이대로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며칠 동안 도쿄와 가마쿠라, 에노시마를 오가며 꽤 많은 거리를 걸어 다녔던 터라 몸은 분명히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이 풍경 앞에서는 피로감이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이라는 게 결국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에노시마에서 조심해야 하는 매와 솔개”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찾아보니 에노시마 남쪽 해안에서는 솔개나 매 같은 맹금류를 조심하라는 안내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바닷가 근처 전봇대 위에 매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한 장면만으로도 이 지역의 자연성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날은 새들이 사람들에게 특별히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음식물을 들고 다닐 경우 갑작스럽게 낚아채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해 보였다. 성인이라면 크게 문제 될 상황은 아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일 것 같다. 관광지이면서도 동시에 자연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에노시마 섬 남쪽의 해안 산책로”
에노시마 섬 남쪽을 따라 이어진 해안 산책로는 전반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절벽을 따라 난 길과 바다 쪽으로 트인 시야가 번갈아 나타나며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파도가 높은 날에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이날처럼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그야말로 걷기 좋은 코스였다.
산책로 곳곳에는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벤치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그냥 천천히 걷는 것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관광 명소이면서도 각자의 속도를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 산책로의 가장 큰 매력처럼 느껴졌다.

“산책로 끝에서 탈 수 있는 보트”
해안 산책로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작은 선착장이 하나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유람 보트인 에노시마 유람선 벤텐마루를 이용할 수 있는데, 성인 기준 400엔, 어린이 기준 200엔으로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탑승이 가능하다. 보트를 타면 에노시마 섬으로 들어올 때 건넜던 다리 근처 선착장까지 이동할 수 있어, 걷는 동선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섬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이 보트를 타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번 일정에서는 에노시마 캔들을 일부러 마지막에 남겨두었기 때문에, 동선상 보트를 타고 돌아가는 선택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아쉬웠지만, 여행에서는 늘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 정도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로 남겨두기로 했다.
결국 다시 발걸음을 돌려, 이번 에노시마 여행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장소인 에노시마 캔들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남쪽 바다에서 보낸 이 느긋한 시간 덕분에, 이후의 일정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에노시마 유람선 벤텐마루(岩屋 승강장)
- 주소 : 2 Chome-6-22 Enoshima, Fujisawa, Kanagawa 251-0036
- 전화번호 : +81 466-22-4141
- 홈페이지 : https://www.fujisawa-kanko.jp/access/bentenmar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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