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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 리코 GR — 경통 문제 수리 기록

검색 끝에 알게 된 사실은, 이제는 14만 원대의 비용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수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 을지로 3가에 위치한 한국펜탁스 카메라A/S 센터였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다시 한 번 이 카메라에 숨을 불어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해준 제품은 바로 리코 GR이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대학을 막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의 문턱에 서 있던 시기였다. 월급은 많지 않았고, 소비 하나하나에 이유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와중에 카메라에 수십만 원을 쓴다는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만큼 고민도 오래 했고, 여러 기종을 비교하며 밤늦게까지 후기와 사진 샘플을 들여다봤던 기억도 아직 또렷하다.

그렇게 어렵게 손에 넣은 리코 GR은, 결과적으로 보면 본전을 뽑고도 남은 카메라였다. 단순히 사진 몇 장을 잘 찍는 수준을 넘어서, 이 카메라를 계기로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글과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기록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혹은 사진 퀄리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 이후 우수 블로거 제도가 사라지기 전까지 매년 ‘파워블로거’에 선정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점에는 분명 리코 GR이 있었다.


가볍지만 결과물은 가볍지 않았던 카메라

리코 GR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휴대성이었다. 가볍고 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고, 외출할 때 “오늘은 사진을 찍어야지”라는 마음가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챙기게 되는 카메라였다. 그런데 그렇게 부담 없이 들고 다니면서도, 결과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APS-C 사이즈의 비교적 큰 이미지 센서가 들어간 덕분에, 똑딱이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보정을 조금만 거치면 DSLR로 찍은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한계, 즉 어두운 환경에서의 노이즈나 광량 부족 문제는 피할 수 없었지만, 일상 기록용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사진을 찍는 빈도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만족스러웠지만, 결국 발목을 잡은 내구성 문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리코 GR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바로 내구성, 그중에서도 경통 문제였다. 수년간 문제 없이 사용하던 카메라는 어느 날부터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원을 켜도 렌즈가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한 번 튀어나온 경통이 다시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에는 정상적인 촬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리코 GR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고질병에 가까운 증상이었다. 수리를 알아보긴 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렌즈 유닛을 통째로 교체해야 했고, 수리 비용은 약 50만 원 선이었다. 카메라를 처음 구입했을 때 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었고, 그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새 카메라를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현실적인 판단 끝에 수리를 포기했고, 대신 소니 RX M4로 메인 카메라를 교체하게 되었다.

그렇게 리코 GR은 더 이상 ‘사용하는 카메라’가 아닌, 추억을 담은 물건으로 바뀌었다.


다시 찾아온 수리의 기회, 그리고 을지로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리코 GR은 벽장 한쪽을 차지한 채 전시품처럼 놓여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된 사진 파일을 정리하다가 리코 GR로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지금은 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달리 부품 수급 상황도 달라졌을 것이고, 사용자층도 어느 정도 정리된 시점이었으니 말이다.

검색 끝에 알게 된 사실은, 이제는 14만 원대의 비용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수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 을지로 3가에 위치한 한국펜탁스 카메라A/S 센터였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다시 한 번 이 카메라에 숨을 불어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센터를 방문해 점검을 받아보니, 진단 결과는 ‘셔터·줌 불량’.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접수를 마치고 나니, 약 2~3일 정도면 수리를 마친 뒤 택배로 보내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상하게도 그 짧은 며칠이 꽤 길게 느껴졌다. 오래된 친구를 수리 맡겨두고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그러나 달라진 위치

며칠 뒤, 수리를 마친 리코 GR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전원을 켜자 경통은 부드럽게 열렸고, 셔터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기능적으로는 완벽하게 복구된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이 카메라를 다시 메인으로 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사이 기술은 너무 많이 발전해 있었다. 이미 GR III가 출시된 지도 오래였고, GR IV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가는 상황이었다. 한때 최고의 선택지였던 GR 1세대는 이제는 성능 면에서 최신 기종과 비교하기 어려운 위치에 와 있었다. 결국 이 카메라는 다시 메인 장비로 복귀하지는 못했고, 여전히 벽장 한편을 지키는 존재로 남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로 살아 있는 전시품이 되었다는 점이다. 추억은 기능이 멈췄을 때보다, 작동할 때 훨씬 선명해진다.


서울 을지로, 한국펜탁스 카메라 A/S 센터 정보

한국펜탁스 카메라 A/S 센터는 지하철 을지로3가역 인근, 을지로비즈센터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매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접수 과정은 간결하고 설명도 친절한 편이다. 리코·펜탁스 계열 카메라를 오래 사용해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기억해둘 만한 장소다.


📍서울 을지로 한국펜탁스 카메라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수표로 45, 을지로비즈센터 203호
  • 전화번호 : 02-2268-7767
  • 홈페이지 : http://asahipent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