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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롯본기, 이름은 익숙했지만 처음 걸어본 거리

롯본기는 흔히 서울의 이태원과 비교되곤 하는 동네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고,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으며,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몇 년 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며 ‘롯본기 클래스’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는 점도, 두 지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신바시 일대를 둘러보고 나서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바로 롯본기 일대였다. 롯본기라는 이름은 사실 도쿄를 이야기할 때 한 번쯤은 꼭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고, 여행 관련 콘텐츠나 기사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지만, 이상하게도 도쿄를 여러 번 방문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늘 일정이 다른 곳에 쏠려 있었고, 공연이나 약속이 중심이 되는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선에서 빠져 있던 지역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이제는 한 번 가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롯본기를 목적지로 정했다. 오히려 이런 식의 방문이야말로 롯본기라는 동네를 있는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의 이태원과 자주 비교되는 이유

롯본기는 흔히 서울의 이태원과 비교되곤 하는 동네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고,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으며, 밤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몇 년 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래스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며 ‘롯본기 클래스’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는 점도, 두 지역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롯본기를 떠올릴 때 막연히 이태원과 비슷한 분위기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도착해 보니 느낌은 조금 달랐다. 이태원이 가진 다소 거친 에너지나 자유분방한 분위기보다는, 롯본기는 한 톤 더 정제되고 고급스러운 인상이 강했다. 오히려 압구정이나 청담 일대와 더 가까운 분위기라고 느껴졌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도쿄 현대 예술의 중심지라는 얼굴

롯본기가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은 ‘예술의 거리’라는 점이다. 롯본기 힐스, 도쿄 미드타운, 국립 신미술관 등 현대 예술과 관련된 상징적인 공간들이 이 일대에 모여 있다. 낮 시간에 방문했다면 아마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 위주로 동선을 짜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날은 비가 막 그친 오후였고, 특별히 전시를 관람할 목적은 없었기에 그저 거리 자체를 천천히 걸으며 분위기를 느끼는 데 집중했다. 화려한 건축물 사이로 비교적 차분한 보행자 동선이 이어지고, 거리 전체가 과하게 시끄럽지 않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유명한 동네’라는 이미지에 비해, 걷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여유를 허락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비가 그친 뒤의 롯본기 거리

롯본기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다행히 비가 완전히 그친 상태였다. 도로는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그 덕분에 거리의 조명과 간판들이 아스팔트 위에 은근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골든위크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혹은 낮에 내린 비 때문인지, 생각보다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처음 방문하는 동네를 이렇게 비교적 조용한 상태에서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빽빽이 몰려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골목의 분위기나 건물 사이의 여백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쿄에서도 손꼽히게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이 차분함이 더 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골목에서 마주친 익숙한 언어와 신사의 존재

거리를 걷다 보니 예상치 못한 장면들도 눈에 들어왔다. 한글로 쓰인 간판이 보였는데, ‘유진칡냉면’이라는 이름이었다. 도쿄 한복판, 그것도 롯본기에서 마주친 한글 간판은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문화가 뒤섞여 있는 동네라는 설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렇게 현대적이고 세련된 동네 한복판에서도 자연스럽게 신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땅값이 비싸고 글로벌한 이미지의 지역이라 하더라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풍경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일본이라는 공간이 가진 고유한 결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된다.


처음이었기에 더 또렷했던 롯본기

롯본기는 이름만으로는 이미 너무 익숙했던 곳이었지만, 직접 걸어보니 그동안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국제적이지만 정체성을 잃지 않은 동네. 그리고 무엇보다, 목적 없이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라는 점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롯본기의 골목과 큰 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 여행의 후반부에 어울리는 조용한 산책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한 번은 와봤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남는 방문이었다.


📌 롯본기역 (Roppongi Station)

  • 📍 주소 : 9 Chome-7-39 Akasaka, Minato City, Tokyo 107-0052
  • 🚇 노선 :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 도에이 오에도선
  • 🌐 공식 안내 : https://www.tokyometro.jp/station/roppongi/
  • 🕒 운영 시간 : 첫차·막차 시간은 노선별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