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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도쿄역 ‘모토무라 규카츠 야에스점’

자리에 앉자 규카츠 세트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작은 화로가 함께 놓였다. 규카츠는 일반 돈카츠와 다르게 거의 익지 않은 상태로 제공된다. 겉만 튀겨진 고기를 직접 화로 위에 올려 원하는 정도로 익혀 먹는 방식이다.

도쿄역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여행 넷째 날 저녁이었다. 일정으로만 보면 여행의 후반부였지만, 오히려 이때쯤부터 여행이 가장 또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도시의 구조가 머릿속에 어느 정도 들어와서 길을 걷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아지는 시점이다. 자연스럽게 ‘어디를 가야 할까’가 아니라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일본에 오면 꼭 먹는다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중 하나였던 규카츠를 아직 먹지 못했다. 라멘도 먹었고, 돈카츠도 먹었고, 우동도 먹었지만 이상하게 규카츠만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도쿄역 앞에서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도쿄역 규카츠”를 검색했고, 그 결과로 나온 곳이 바로 ‘모토무라 규카츠 야에스점’이었다.


도쿄역 동편 골목 안쪽, 모토무라 규카츠

도쿄역 기준으로 서쪽이 마루노우치의 고풍스러운 오피스 지구라면, 동쪽 야에스 쪽은 조금 더 생활감이 있는 공간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는 작은 식당들이 골목마다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모토무라 규카츠 역시 그런 골목 안쪽에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찾기 쉬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일본에서 자주 느끼는 감각인데, 유명한 식당일수록 대로변에 크게 자리 잡기보다 오히려 작은 건물의 지하나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기다리는 줄이 보였고, 그 순간 ‘여기가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기 줄의 대부분이 한국인 여행객이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블로그를 보고 왔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유튜브를 보고 왔을 것이다. 서로 말을 섞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느낌이었다. 일본에 와 있는데도 한국어가 계속 들리는 상황이 약간 어색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프랜차이즈지만 “여기서 먹는다”는 의미

모토무라 규카츠는 특정 지점만 특별한 식당은 아니다.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에 가깝다. 이론적으로는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굳이 ‘도쿄역 근처 지점’을 찾아온다.

여행이라는 건 결국 음식의 맛 자체보다 “어디에서 먹었는가”가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도쿄역을 둘러본 뒤 바로 이어지는 저녁 식사라는 흐름이 이 식사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대기하는 동안 메뉴판을 먼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가장 기본 세트는 약 1,300엔 정도였다. 마를 간 토로로가 포함된 세트를 주문했고 가격은 약 1,400엔 정도였다. 여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일본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싼 식사는 아니었다.


카운터 좌석과 작은 공간

매장 안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좌석은 모두 조리 공간을 둘러싼 카운터 형태였고 한 번에 8~10명 정도만 식사가 가능했다. 그래서 줄이 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좁아서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일본 식당 특유의 집중된 분위기가 있었다. 서로 대화를 크게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에 몰입하는 공간이다. 옆자리 사람과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가깝지만, 누구도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여행 초반이었다면 어색했겠지만, 넷째 날쯤 되니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1인 화로 위에서 완성되는 음식

자리에 앉자 규카츠 세트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작은 화로가 함께 놓였다. 규카츠는 일반 돈카츠와 다르게 거의 익지 않은 상태로 제공된다. 겉만 튀겨진 고기를 직접 화로 위에 올려 원하는 정도로 익혀 먹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그냥 두 점을 그대로 먹어버렸다. 먹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이 고기를 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멈칫했다가 화로 위에 고기를 올렸는데, 그 순간 이 음식의 핵심이 이해됐다.

이건 단순히 튀김 요리가 아니라 ‘요리를 완성하는 경험’이었다. 고기를 몇 초만 올려도 식감이 바뀌고, 더 익히면 풍미가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가 느려지고, 음식에 집중하게 된다.

고체 연료가 다 타면 직원에게 손짓만 해도 바로 교체해준다. 일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런 순간마다 여행에서 언어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토로로와 밥, 그리고 규카츠의 조합

세트에는 밥, 미소된장국, 양배추, 그리고 토로로가 함께 나왔다. 토로로는 마를 갈아 만든 음식인데 처음 보면 약간 낯설다. 끈적거리는 질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밥 위에 올려 간장과 함께 먹으면 의외로 담백하다.

가이드대로 규카츠를 조금 익혀 밥과 함께 먹고, 여기에 토로로를 더하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튀김의 기름기와 고기의 풍미를 부드럽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밥은 1회 무료 리필이 가능했는데, 결국 한 번 더 요청하게 됐다.


여행 후반에 남는 기억

돌아보면 이 식사가 특별한 미식 경험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고, 압도적인 요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행을 떠올릴 때 자주 생각난다.

아마 이유는 타이밍일 것이다.

도쿄역을 충분히 걸어본 뒤, 하루가 끝나갈 무렵 조용한 골목의 작은 식당에 앉아 천천히 고기를 굽던 시간. 관광이 아니라 생활에 가까웠던 순간이었다.

여행은 결국 유명한 장소보다 이런 식사 장면에서 더 오래 남는다.


📌 모토무라 규카츠 야에스점

  • 📍 주소 : Japan, 〒103-0028 Tōkyō-to, Chūō-ku, Yaesu, 1 Chome−1−6−14
  • 📞 전화번호 : +81 3-3231-0337
  • 🌐 홈페이지 : http://www.gyukatsu-motomura.com/shop/yaesu
  • 🕒 영업시간 : (월–토) 11:00–22:00 / (일) 11:00–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