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의 장어 사랑은 생각보다 깊다. 한국에서는 장어를 주로 숯불에 구워 쌈과 함께 먹는 보양식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에서는 장어가 하나의 ‘요리 장르’에 가깝다. 같은 장어라도 산지와 크기, 손질 방식, 굽는 방법에 따라 급을 나누고, 먹는 방식 또한 세분화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민물장어만을 진짜 장어로 취급하는 인식도 강하며, 좋은 장어를 다루는 집은 하나의 전문점으로 인정받는다.
4박 5일의 도쿄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다. 시나가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긴자로 이동했다. 시나가와에서 츠케멘을 먹었지만 일본 음식 특유의 가벼운 양 때문인지 긴자에 도착하자 다시 배가 고파왔다. 여행 막바지에는 이상하게 음식 선택이 더 신중해진다. ‘이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식사는 조금 과감하게 선택하기로 했다. 평소라면 가격 때문에 망설였을 메뉴, 장어덮밥이었다.


긴자에서 먹는 장어덮밥이라는 선택
긴자는 도쿄에서도 대표적인 상업지구다. 고급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고, 건물 하나하나가 쇼핑몰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자연스럽게 식당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일본 음식’을 먹기에는 오히려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관광객용 식당보다 전문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마로니에 게이트 건물 상층부에 위치한 ‘히츠마부시 나고야 빈초’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복도 분위기부터가 이미 레스토랑 층이라는 느낌이 난다. 식당 입구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일본식 전문점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있었다.
방문 시간이 애매한 저녁 전 시간대라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장어덮밥 가격대가 높은 편이어서인지 손님이 많지 않았고, 매장은 조용했다. 여행 중 마지막 식사를 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았다. 시끌벅적한 식당보다 기억에 남는 식사는 이런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히츠마부시라는 음식
한국에서는 장어를 ‘구이’로 인식하지만 일본에서는 덮밥 문화가 발달해 있다. 장어덮밥은 일본의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히츠마부시는 나고야 지역에서 발전한 방식이다.
히츠마부시는 단순한 장어덮밥이 아니다. 하나의 코스 요리에 가깝다.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올리고 양념을 입혀 제공되는데, 중요한 것은 먹는 방법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그냥 먹는 덮밥이 아니라 ‘과정이 있는 음식’이다.
가격은 3,150엔부터 시작했다. 한화로 약 3만 원대 초반이지만, 일본 외식 물가와 긴자 위치를 고려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편이었다. 물론 장어 양을 늘리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처음 방문이었기에 기본 메뉴를 선택했다.

장어를 먹는 의식에 가까운 과정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장어 요리는 미리 만들어 두는 음식이 아니라 주문 후 굽는 요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과 함께 장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힌 안내문을 받았다. 한국어 안내도 준비되어 있었다.
히츠마부시는 장어를 네 등분해서 먹는다.
- 첫 번째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 두 번째는 파와 와사비를 넣어 먹는다.
- 세 번째는 육수를 부어 오차즈케 형태로 먹는다.
- 네 번째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이 설명만 보면 단순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완전히 다른 음식 세 가지를 먹는 느낌이 난다.

첫 번째 — 장어 자체의 맛
처음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먹었다. 장어는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일본식 장어구이 특유의 달콤한 간장 양념이 밥에 스며 있었고, 밥 자체에도 향이 배어 있었다. 한국식 장어구이와 다른 점은 기름진 느낌이 덜하고 더 정돈된 맛이라는 것이다. 숯향이 강하게 올라오기보다는 소스의 균형이 중심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장어의 질이 가장 잘 느껴진다. 그래서 첫 번째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도 이해가 갔다.
두 번째 — 파와 와사비
다음은 파와 와사비를 넣어 먹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장어에 와사비가 어울릴까 의문이 들었지만 의외로 잘 맞는다. 장어의 단맛을 와사비가 잡아주고, 파의 향이 기름기를 정리해준다. 같은 음식인데 맛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단계에서 비로소 일본 요리의 특징이 느껴진다. 단순히 맛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세 번째 — 오차즈케
마지막은 육수를 부어 먹는 방식이다. 따뜻한 육수를 부으면 장어덮밥이 국밥처럼 변한다. 처음 먹었던 장어덮밥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짭짤했던 양념이 부드럽게 풀리고, 밥은 죽에 가까운 질감이 된다.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 먹기에는 이 방식이 가장 편안했다. 하루 종일 걸어다닌 뒤 먹는 따뜻한 음식의 안정감이 있었다.
마지막 한 끼의 의미
가격은 분명 저렴하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비용에 대한 생각이 거의 남지 않았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식사는 대개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상황’과 함께 남는다. 긴자 저녁의 조용한 분위기, 여행이 끝난다는 감정, 그리고 천천히 먹었던 장어덮밥의 과정이 함께 기억으로 남는다.
히츠마부시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여행을 정리하는 식사에 가까웠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한다면, 이런 식사가 오히려 오래 남는다.
📌 히츠마부시 나고야 빈초 긴자점
- 📍 주소 : Japan, 〒104-0061 Tokyo, Chūō City, Ginza, 2 Chome−2−14 マロニエゲート
- 📞 전화번호 : +81 3-5159-0231
- 🌐 홈페이지 : http://hitsumabushi.co.jp
- 🕒 영업시간 : 11:00 – 15:30 / 17:00 –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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