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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교토 여행 중에 만난 ‘태풍 짜미’

이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주변 편의점들조차 일찍 문을 닫았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 물품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몰렸고, 진열대는 빠르게 비어갔다. 다행히 미리 간단한 음식들을 사두어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은 보통 장소를 기준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은 어디를 갔고, 무엇을 봤는지가 순서대로 남는다. 그런데 이번 간사이 여행은 조금 달랐다. 이번 여행을 떠올리면 관광지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날씨였다.

2018년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했다. 항공권과 숙소 예약은 일찍 끝났고, 오사카 주유패스까지 준비해둔 상태였다. 출발 전까지는 평범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탔을 때까지만 해도 특별히 불안한 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 도착하기 직전, 태풍이 간사이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태풍 예보는 흔하고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날짜였다. 태풍이 상륙할 시점이 정확히 여행 일정 한가운데였다.

이미 출발한 여행이었다. 돌아갈 수도 없었다.


원래의 계획은 오사카였다

이번 여행의 기본 구조는 단순했다. 오사카에서 주유패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후 교토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주유패스 2일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최소 이틀은 오사카 관광에 집중하려 했다. 도톤보리와 주요 관광지들을 돌아보고, 셋째 날 저녁쯤 교토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여행 계획표 역시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태풍 예보가 구체화되면서 일정이 애매해졌다. 상륙 예상 시각은 9월 30일 낮 무렵이었다. 여행 한가운데 날짜였다. 그날 하루는 사실상 관광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오전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본은 재난 대응이 체계적인 나라이기도 하고, 실제 상황이 과장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오래가지 않았다.


멈추기 시작한 도시

셋째 날 아침, 오사카의 분위기는 이미 평소와 달랐다.

교토로 이동하기 전에 들르려고 했던 오사카 주택박물관은 문을 열지 않았다. 건물 입구에는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직 비바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는데도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그때부터 상황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간사이 공항이 조기 폐쇄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JR 노선이 정오부터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발표되었다. 일본에서 철도가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이 불편해지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리듬 자체가 멈추는 것에 가깝다.

시간을 더 끌면 교토로 이동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계획보다 빨라진 이동

결국 일정을 포기하고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교토로 향했다.

주유패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갈 수 있는 구간까지는 패스로 이동했다. 타이시바시이마이치역까지 이동한 뒤 도이역으로 걸어가 열차표를 따로 구매해 후시미이나리역까지 이동했다. 요금은 390엔이었다.

평소였다면 아무 의미 없는 이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역 안에는 관광객보다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둘러 이동하는 사람들, 열차 시간표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람들로 플랫폼이 가득했다.

관광 도시가 아니라, ‘대피하는 도시’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하루

교토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비가 강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혹시라도 둘러볼 수 있을까 싶어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향했다. 하지만 신사 역시 문이 닫혀 있었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바람도 강해졌다.

결국 숙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주변 편의점들조차 일찍 문을 닫았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 물품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몰렸고, 진열대는 빠르게 비어갔다. 다행히 미리 간단한 음식들을 사두어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여행 중 하루를 통째로 실내에서 보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나가고 나서야 보였던 것

밤사이 태풍은 간사이 지역을 통과했다.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전날의 날씨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햇빛이 비쳤다. 전날 비와 바람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도시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오사카에서 만난 가이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본의 태풍은 상륙하면 의외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결국 주유패스는 하루밖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일정은 크게 틀어졌지만, 이 경험은 다른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관광지를 보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가 자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직접 체험한 시간에 가까웠다.

여행에서 반드시 많은 곳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하루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 여행은 관광보다 날씨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