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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여름의 끝에서야 이해하게 되는 음악

그러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 장소인데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관객들이 다시 무대 앞으로 모였다. 낮에는 넓어 보이던 공간이 갑자기 사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음악 소리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분위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묘하다. 서울에 있으면 그저 덥고 피곤한 계절인데, 어느 순간 바다 쪽으로 이동하면 같은 더위가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바뀐다. 인천 송도 역시 그런 공간이다. 빌딩과 바다 사이에 바람이 흐르고, 콘크리트 도시인데도 어딘가 휴양지 같은 분위기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매년 여름이면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야외 음악’이 어울리는 행사가 열린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국내에는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이 많지만,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꾸준히 이어져 온 행사는 사실 많지 않다. 과거 CJ가 주최하던 밸리 록 페스티벌이 중단된 이후로,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함께 펜타포트는 사실상 한국 록 페스티벌의 상징 같은 위치가 되었다. 단순히 공연 하나가 아니라,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기억하게 만드는 행사에 가깝다.


펜타포트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도시

‘Pentaport’라는 이름은 단순한 페스티벌 브랜드가 아니다. 말 그대로 다섯 개의 항구를 의미한다. 인천공항, 인천항, 정보포트, 비즈니스포트, 레저포트를 묶은 도시 전략 개념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인천이라는 도시가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사람·물류·정보·문화가 동시에 이동하는 도시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페스티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시작은 1999년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이었다. 당시 라인업은 지금 기준으로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Deep Purple, Rage Against the Machine, The Prodigy, Dream Theater 같은 팀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우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전설 같은 이야기로 남았다. 이후 2006년부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며 한국 록 페스티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장소 역시 여러 번 바뀌었다. 동춘동 부지, 드림파크 잔디밭, 정서진 아라뱃길을 거쳐 현재는 송도 달빛축제공원에 정착했다. 그리고 이 변화가 꽤 중요하다. 송도는 도시 구조 자체가 넓고 개방적이라 대형 야외 공연과 매우 잘 어울린다. 특히 인천 도시철도 1호선 ‘송도달빛축제공원역’이 생기면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이제는 지하철만 타도 록 페스티벌에 갈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2023년, 가장 더웠던 날의 방문

2023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8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라인업에는 김윤아, 검정치마, 체리필터, 장기하, 카더가든, 이날치 등 국내 아티스트와 해외 밴드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나는 첫 방문이었다. 다만 일반 관람객으로 온 것은 아니었고, 미국 국무부 장학생 학생들을 인솔하는 일정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사실 공연을 즐기러 왔다기보다는 ‘행사를 관리하러’ 온 쪽에 가까웠다. 공연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밤까지 머물 수 없었고, 일정상 낮 시간대 위주로만 머물러야 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그날은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여름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더웠다. 낮의 달빛축제공원은 그늘이 많지 않고 바람도 뜨거웠다. 야외 공연장은 밤이 되어야 완성되는데, 우리는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도착한 셈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음악이 울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공연을 즐기기보다 버티고 있었다. 물과 얼음컵, 양산과 모자가 더 중요한 물건처럼 보였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야외 공연을 보러 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였다.


해가 질 때 시작되는 페스티벌

그러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같은 장소인데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관객들이 다시 무대 앞으로 모였다. 낮에는 넓어 보이던 공간이 갑자기 사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음악 소리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분위기’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야외 록 페스티벌은 공연장이 아니라 시간대가 핵심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다. 낮에는 행사지만, 밤이 되면 경험이 된다. 조명과 음향, 관객의 움직임이 합쳐지면서 무대가 완성된다. TV나 영상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감각이었다.

학생들도 반응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행사 관람’ 정도로 생각하던 분위기였는데, 밤이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무대 쪽으로 시선이 모이고 음악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한국식 공연 문화, 특히 떼창과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관객 문화는 해외 학생들에게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야구장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게, 공연의 완성도는 무대 위가 아니라 관객석에서 결정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접근성과 구조, 그리고 페스티벌의 특징

펜타포트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다. 수도권에서 갈 수 있는 대형 록 페스티벌이라는 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지방 축제는 이동 자체가 일정이 되지만, 이곳은 지하철만 타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출발해도 1시간 남짓이면 공연장에 들어설 수 있다.

주최 측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사실 지하철 접근성만으로도 충분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귀가가 가능하다는 점은 해외 페스티벌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관객층도 다양했다. 전문적인 음악 팬뿐 아니라 친구들끼리, 혹은 가볍게 축제를 경험해보려는 방문객들도 많았다.

현장에서 느낀 또 하나의 특징은 ‘캠핑형 페스티벌’과 ‘도시형 페스티벌’의 중간 지점이라는 점이었다. 완전히 숙박 중심의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단순한 공연 행사도 아니다. 피크닉처럼 앉아 쉬는 사람들, 굿즈를 구경하는 사람들, 공연만 집중해서 보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록 페스티벌이 남기는 것

아쉽게도 우리는 밤까지 머무르지 못했다. 일정상 해가 완전히 진 이후의 공연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완성된 페스티벌’을 경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인상에 남았다.

이 페스티벌은 무대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 음악, 공간, 계절, 그리고 사람의 감정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경험에 가까웠다. 낮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이, 해가 질 때 비로소 이해되는 행사였다.

아마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낮이 아니라 밤에 와야 할 것이다. 페스티벌은 프로그램표가 아니라 시간대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연의 퀄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의 공기와 분위기였다.


📌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 장소 : 인천 연수구 센트럴로 350 (송도 달빛축제공원)
  • 🗓 기간 : 2023년 8월 4일 – 8월 6일
  • 🚇 접근 :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달빛축제공원역 도보 이동
  • 🌐 홈페이지 : https://penta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