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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우 미유 —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가 어울리는 무대

카노우 미유의 음색은 이 곡에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다. 그녀의 보컬은 단순히 가볍거나 힘이 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밝은 에너지를 유지한 채 앞으로 굴러가는 타입이다. 밀어붙이는 성량형 보컬은 아니지만, 음이 살아 있고 추진력이 있다. 음이 튀지 않으면서도 생기가 있고,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듣는 입장에서는 ‘잘 부른다’보다 ‘기분이 밝아진다’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경쟁이 아니라, 캐릭터가 드러나는 무대

한일톱텐쇼의 무대는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한일가왕전 이후에 이어지는 형식의 무대인데, 한일가왕전이 한일 간의 노래 대결이라는 성격이 강했다면 한일톱텐쇼는 그 긴장감을 한 단계 풀어낸 뒤 이어지는 무대에 가깝다. 승패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 결과로 누군가가 바로 탈락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무대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생존형 오디션에서는 한 번의 선택이 곧 다음 라운드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최대한 안전한 곡을 고르게 된다. 실력을 증명할 수 있고, 실수 가능성이 낮은 선곡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일톱텐쇼에서는 패배해도 다음 회차에 계속 등장한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여유는 생각보다 크다.

결국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보다 ‘자신을 보여주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쟁은 남아 있지만 생존 압박은 약하고, 그래서 전략보다는 취향이 드러난다. 한일톱텐쇼의 무대가 비교적 자유롭고 즐기는 분위기로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한일톱텐쇼 5회차에서 카노우 미유가 선택한 곡이 모리타카 치사토의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였다는 점은 바로 그 지점에서 흥미롭다. 이 곡은 트로트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곡도 아니고, 고음을 과시하기 위한 곡도 아니다. 오히려 잘못 선택하면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곡이다. 그런데도 미유는 이 곡을 골랐다. 즉, 이 선택은 전략이라기보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겠다’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무대 이전의 분위기도 그랬다. 오디션 동기인 에리사가 등장하자 누구보다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고, 앞선 무대에서는 요요미와 강혜연과 함께 현아의 「Bubble Pop」을 선곡해 퍼포먼스 중심의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무대 적응력’을 보여준 상황에서, 1:1 무대에서는 반대로 가장 자기다운 곡을 꺼내 든 셈이다.


모리타카 치사토의 노래와 카노우 미유의 음색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는 단순히 밝은 아이돌 곡이 아니다. 이 노래의 핵심은 고음이나 성량이 아니라 ‘톤’이다. 힘을 주면 어색해지고, 힘을 빼면 비어 보인다. 듣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계속 듣게 만드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보컬이 필요하다.

카노우 미유의 음색은 이 곡에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다. 그녀의 보컬은 단순히 가볍거나 힘이 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밝은 에너지를 유지한 채 앞으로 굴러가는 타입이다. 밀어붙이는 성량형 보컬은 아니지만, 음이 살아 있고 추진력이 있다. 음이 튀지 않으면서도 생기가 있고,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듣는 입장에서는 ‘잘 부른다’보다 ‘기분이 밝아진다’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안무였다. 단순히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모리타카 치사토의 율동과 동선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왔다. 원곡의 느낌을 존중하면서도 과하게 모사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흔히 커버 무대는 재해석과 모방 사이에서 어색해지기 쉬운데, 이 무대는 그 경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서 있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따라 했다’보다 ‘원래 자기 노래 같다’는 쪽에 가까웠다.


승패보다 남는 장면

상대였던 강혜연은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선곡했다. 완성도 높은 무대였고 결과적으로 투표에서도 우세했다. 형식적으로 보면 미유의 무대는 패배한 무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결과가 곧 탈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무대는 결과보다 장면으로 남는다. 보통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승패가 기억되지만, 가끔은 특정 참가자의 특정 무대만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이 무대가 그런 경우에 가까웠다. 트로트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안에서 갑자기 등장한 일본 아이돌 감성, 그리고 그 감성이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졌다는 점 자체가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무대가 끝났을 때 느껴지는 감정도 특이했다. 잘했다는 감탄이라기보다 ‘어울렸다’는 인상이 남는다. 이 표현은 가창력 평가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아이돌이나 퍼포머에게는 가장 중요한 평가에 가깝다. 카노우 미유의 캐릭터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난 무대였기 때문이다.


커버라는 방식의 의미

커버 무대는 보통 원곡과 비교된다. 원곡보다 잘했는가, 다르게 해석했는가 같은 기준이 붙는다. 그런데 이 무대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원곡을 이기거나 바꾸려는 느낌이 아니라, 좋아하는 노래를 무대에서 직접 불러보는 감각에 가깝다.

그래서 모리타카 치사토의 안무와 동선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했음에도 위화감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솔직함이 무대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과하게 재해석하려 했다면 어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오히려 ‘취향’이 전달됐다.

카노우 미유라는 사람의 무대를 떠올리면, 강한 한 방의 고음이나 극적인 편곡보다 밝은 표정과 경쾌한 리듬이 먼저 떠오른다. 이 곡은 그 이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무대였다.

결국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 커버는 경쟁을 위한 무대라기보다, 카노우 미유라는 참가자를 이해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승패는 기록으로 남지만, 기억은 장면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무대는 기록보다 기억 쪽에 가까운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