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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룡포 비치타월 — 왕의 옷이 수건이 되었을 때

판매 시작 시간에 맞춰 접속하면 상품 페이지가 아니라 대기열 화면이 먼저 뜬다. 처음에는 금방 들어가겠지 싶었는데 대기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 5분, 10분, 20분이 지나도 그대로였고, 거의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입장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부터는 결제 전쟁이다.

생활용품이라기보다 ‘물건’에 가깝다

처음 이 굿즈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그냥 수건은 아니다. 비치타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로 펼쳐보면 성격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보라색 바탕 위에 크게 들어간 금색 용 문양은 조선 왕의 곤룡포 문양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디자인이고, 크기도 예상보다 큼직하다. 욕실에서 쓰는 타월의 촉감이라기보다 얇은 천을 한 벌 펼쳐든 느낌에 가깝다.

그래서 이 물건은 사용하기 위해 사는 제품이라기보다, 갖고 있기 위해 사는 기념품에 가깝다. 실제로 물기를 닦으려고 꺼내기엔 조금 망설여지고, 대신 한 번씩 펼쳐보며 “이걸 어떻게 구했더라”를 떠올리게 되는 종류의 물건이다. 박물관 굿즈 중에서도 ‘소비재’보다는 ‘기억의 물건’ 쪽에 더 가까운 물건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가격은 하나에 약 45,000원 정도였다. 박물관 굿즈 기준으로 특별히 비싸다고 하기도, 싸다고 하기도 애매한 가격인데, 이 제품은 가격보다 구입 과정이 훨씬 더 강하게 남는다.


쇼핑이 아니라 티켓팅

판매 방식은 선착순 온라인 판매였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건 쇼핑이 아니라 거의 공연 티켓팅이 된다.

판매 시작 시간에 맞춰 접속하면 상품 페이지가 아니라 대기열 화면이 먼저 뜬다. 처음에는 금방 들어가겠지 싶었는데 대기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 5분, 10분, 20분이 지나도 그대로였고, 거의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그런데 입장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부터는 결제 전쟁이다.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결제가 튕기고, 다시 시도하면 세션이 만료되고, 다시 로그인하면 대기열로 돌아가고, 카드 인증 단계에서 오류가 나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재고를 잡아내는 과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첫 판매일에는 1개 구매에 성공했고, 다음 회차에서 추가로 3개를 더 구입했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승인 문자가 도착할 때까지 손에 힘이 들어가 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때는 박물관 굿즈를 산 게 아니라, 무언가를 ‘획득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왜 그렇게까지 인기였나

이 비치타월이 특히 화제가 됐던 시기가 있었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곤룡포 이미지 자체가 대중적으로 다시 소비되기 시작한 시기였고, 실제로 해외 인사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이 제품을 보며 흥미를 보이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영부인 방문 장면으로 알려졌던 사진이었는데, 그 장면이 온라인에서 꽤 널리 퍼지면서 관심이 더 커졌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구해야 하는 굿즈’가 되어버렸다. 온라인 판매 공지 하나 올라오면 접속자가 몰리고, 페이지가 느려지고, 대기열이 생기고, 품절이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박물관 쇼핑몰에서 대기열을 경험하게 될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결국은 쓰지 않는 물건

재밌는 건, 이렇게 힘들게 구했지만 실제로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치타월이지만 해변에 가져갈 생각은 없고, 욕실에서 쓰기엔 아깝다. 결국 접어서 보관해두고 가끔 꺼내보는 물건이 된다.

그래서 이 물건의 기능은 ‘몸을 닦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환기하는 것’에 가깝다. 대기열 화면, 결제 오류, 재고가 사라질까 봐 새로고침하던 순간, 승인 문자 오던 타이밍까지 전부 같이 붙어 있다. 물건 자체보다 그걸 얻던 과정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박물관 굿즈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전시를 집으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그때의 시간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

곤룡포 비치타월은 결국 수건이 아니라, 그날 밤의 접속 대기 시간까지 함께 보관하는 기념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