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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SOS 아동보호센터” 책 나눔 봉사활동 — 온라인에서 시작해 현실로 이어졌던 시간

그런데 2009년, 대구에서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눔 블로그”를 통해 모인 책들을 기관에 전달하자는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그 장소가 바로 대구 SOS 아동보호센터였다. 날짜는 2009년 9월 26일 토요일이었다.

오래전에 써 두었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용보다 먼저 분위기가 다가온다. 2000년대 후반의 인터넷은 지금과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 냄새는 더 짙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온라인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경계심부터 드는 시대가 되었고, 익명성은 관계를 만들기보다 거리를 만드는 장치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반대였다. 글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번 글은 2009년에 진행했던 대구 SOS 아동보호센터 책 나눔 봉사활동을 떠올리며 다시 정리해보는 기록이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던 시절

2008년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이웃들이 생겼다. 서로의 글에 댓글을 남기고, 방명록에 안부를 남기고, 같은 주제로 글을 이어 쓰다 보면 이름과 성격, 취향까지 알게 되는 이상한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당시 서울 지역 블로거들은 실제 모임 후기를 자주 올렸고, 대구에서 블로그를 하던 입장에서는 그게 조금 부러웠다. 같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9년, 대구에서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나눔 블로그”를 통해 모인 책들을 기관에 전달하자는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그 장소가 바로 대구 SOS 아동보호센터였다. 날짜는 2009년 9월 26일 토요일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다행히 센터는 당시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웃 블로거였던 ‘함차가족’님의 차를 얻어타고 이동했고, 가는 길에 또 다른 이웃 ‘윤뽀’님이 합류했다. 현장에서는 ‘아디오스’님과 ‘벙어리냉가슴’님을 처음 만났다.

온라인에서는 꽤 익숙했던 이름들이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댓글과 글로만 알던 사람들이 눈앞에 있으니 잠깐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였기 때문이다.

센터에 도착했을 때 대문을 자연스럽게 열어주던 두 사람이 직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블로거 이웃들이었다는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원장님과 간단한 담소를 나눈 뒤, 바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책을 옮기는 일

그날의 작업은 간단했다. 기부받은 책을 3층 도서관으로 옮기는 것.

간단해 보였지만 책의 양은 적지 않았다. 박스로 10여 박스가 넘는 분량이었다. 다행히 20대와 30대 청년들이 모여 있었고, 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박스를 나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책을 모두 옮긴 뒤에는 정리 작업이 시작됐다. 기존 도서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는데, ‘아디오스’님의 제안으로 아예 모든 책을 빼고 새로 분류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현장은 작은 도서관 정리 프로젝트가 되었다.

우리는 책을 연령대별로 나누었다.

가장 아래 칸은 유아용, 그 위는 초등학생용, 다음은 중학생 수준, 마지막은 성인용 도서로 채웠다.

단순히 옮기는 일보다 정리 작업이 더 오래 걸렸지만, 이상하게도 힘들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각자 책을 들고 분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고, 처음 만났던 어색함도 사라졌다.


봉사 이후의 시간

작업이 끝난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들이 같은 사진 속에 있다는 것이 묘하게 실감나지 않았다.

이후 일부는 바로 귀가했고, 몇몇은 남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세 명이 동성로를 걸었다. 당시 유행하던 개그콘서트 대사 “씁쓸하구만…”을 농담처럼 반복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모두 솔로 남성이었다는 이유로 더 웃겼던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봉사활동 자체보다 그 시간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인물들


신문에 실렸던 작은 사건

이 활동은 이후 지역 언론 기사로 소개되었다. 노컷뉴스에 책 나눔 활동이 실렸고, 현장 사진도 함께 게재되었다. 물론 개인 이름이나 블로그 주소가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신문에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하게 뿌듯했다.

기사에서는 블로그 네트워크를 통해 짧은 시간에 수백 권의 책이 모였다는 점, 그리고 온라인에서 알던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당시에는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자체가 꽤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모인 책들

이 프로젝트는 약 100일의 준비 기간과 30일간의 모집 기간을 거쳐 진행되었다. 30명 이상이 참여했고, 총 362권의 책이 모였다. 어린이 도서부터 청소년 권장도서, 문학작품, 참고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후 2차 책 나눔 활동으로도 이어졌고, 500권 이상이 추가로 기증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일정 문제로 2차 현장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활동이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며

지금의 인터넷은 훨씬 편리하고 빠르다. 하지만 관계는 오히려 더 얕아졌다. 그때는 불편했지만 대신 사람이 남았다.

당시 블로그는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이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공간이었다. 댓글 몇 줄로 시작된 인연이 실제로 만나 함께 무거운 책 박스를 옮기고, 하루를 같이 보내고, 이후에도 서로의 글을 계속 읽게 되는 관계로 이어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봉사활동의 의미는 책의 수량이나 작업 결과에 있지 않았다. 온라인이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 자체에 있었다.

아마 그 시절 인터넷의 낭만이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실제 사람으로 받아들이던 태도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