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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긴자에서 신주쿠로, 도쿄 메트로로 건너는 첫 이동

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신주쿠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마루노우치선은 대부분 구간이 지하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바깥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하철 안에서 들려오는 일본어 안내 방송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끼며 비로소 도쿄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천엔버스에서 내린 곳은 긴자역 바로 앞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서 있으니, 몇 년 만에 다시 도쿄 도심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긴자는 2018년과 2019년 도쿄를 여행하면서 몇 차례 들렀던 장소다. 그때는 여행 일정 중간에 잠깐 들러 거리를 걷고, 사진을 찍고,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서 보니 묘하게 그 시절의 기억이 겹쳐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긴자 거리 이곳저곳을 다시 걸어보고 싶었다. 당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번화한 사거리, 고급스러운 상점가, 사람들로 붐비던 인도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며 천천히 걸어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행의 첫날, 그것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캐리어를 끌고 도심을 배회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긴자역 앞 사거리 풍경을 한 번 바라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최대한 빠르게 숙소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번 여행에서 첫 번째로 머무를 숙소는 신오쿠보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오쿠보는 신주쿠와 바로 맞닿아 있으면서도 분위기가 조금 다른 동네로, 개인적으로는 도쿄에 올 때마다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숙소에 짐을 먼저 내려놓고 나서야 본격적인 이동과 구경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긴자에서 신주쿠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도쿄 메트로 ― 긴자역에서 신주쿠로

숙소는 신오쿠보에 있었지만, 접근 가능한 역은 여러 곳이었다. JR 야마노테선을 이용해 신오쿠보역으로 바로 갈 수도 있었고, 세이부 신주쿠선을 이용해 세이부 신주쿠역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었다. 신주쿠역 역시 숙소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우선은 가장 익숙한 신주쿠역을 기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긴자역에서 신주쿠까지 이동할 때 선택한 노선은 도쿄 메트로 마루노우치선이었다. 긴자역에서 신주쿠역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노선이라 환승 부담도 없고,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에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오랜만에 도쿄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으니, 분명 과거에도 여러 번 경험해 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익숙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낯설어지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플랫폼으로 내려가 전광판을 확인하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하나 발생했다.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고 만 것이다. 오랜만에 타보는 도쿄 지하철이다 보니, 예전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도착한 도쿄역

열차가 몇 정거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도쿄역이었다. 원래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장소지만, 잘못 탄 덕분에 의도치 않게 도쿄역에 내려보게 되었다. 사실 일정만 놓고 보면 굳이 내릴 필요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온 김에 “도쿄역”이라고 쓰여 있는 지하철 간판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역은 언제나 상징적인 공간이다.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번 지나쳤지만, 여전히 ‘도쿄에 왔다’는 감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플랫폼에 서서 간판을 한 장 찍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결과적으로 이동 시간은 조금 더 늘어났지만, 이런 작은 실수 하나쯤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히려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이런 순간들이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다시 신주쿠역으로

이번에는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신주쿠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마루노우치선은 대부분 구간이 지하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바깥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하철 안에서 들려오는 일본어 안내 방송과 사람들의 분위기를 느끼며 비로소 도쿄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신주쿠역에 도착하자, 익숙하면서도 복잡한 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거대한 역답게, 플랫폼과 출구를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이 끊이지 않았다.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면서 구글 지도를 켜고, 숙소 방향으로 하나씩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신주쿠 거리에서는 예전에 여러 번 보았던 고질라 헤드도 다시 마주쳤고, 길을 걷다 보니 작은 공원에서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우선은 숙소에 짐을 내려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지나쳤다. 여행의 첫날은 욕심을 줄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신오쿠보 입구에서 만난 짧은 인연

신오쿠보로 들어가는 입구 쪽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옆에 서 있던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쳤고, 짧은 영어 대화가 이어졌다. 나이가 조금 있는 영국인 부부였는데, 일본 여행을 마치고 곧 귀국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나 역시 예전에 영국 친구와 도쿄를 함께 여행했던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런 우연한 대화는 언제나 인상 깊게 남는다. 헤어지기 전에 “다음에는 꼭 한국에도 한 번 와보라”는 인사를 건넸고, 그렇게 영국인 부부와는 각자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상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 낯선 도시에서 잠시 말을 나누는 경험. 시간이 지나면 얼굴은 희미해질지 몰라도, 그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는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힘은, 어쩌면 이런 짧은 교차점들에서 더 분명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긴자에서 출발한 첫 도심 이동은 신주쿠를 거쳐 신오쿠보까지 이어졌고, 이제야 비로소 여행의 출발선에 제대로 서게 된 느낌이 들었다. 짐을 내려놓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도쿄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긴자역(Ginza Station)

📌 신주쿠역(Shinjuku S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