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입장 시작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번에도 어김없이 입장 번호 순서대로 입장이 진행되었다. 보통은 늘 뒷번호를 받는 편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빠른 번호를 받게 되었다. 입장 번호 10번. 지금까지 받아본 번호 중 가장 앞선 번호였고, 늘 40번대 이후에서 공연을 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 번호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나보다 더 빠른 번호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2번으로 입장한 한국 팬도 있었고, 일본 팬들 중에서도 한 자리수 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번이라는 번호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위치였다. 더구나 앞번호 중 하나가 비어 있었던 덕분에, 입장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이어졌다. 입구에서 음료 교환권을 700엔에 의무적으로 구매한 뒤, 바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음료 교환권은 받았지만, 아직 카운터가 열리지 않은 상태였다. 음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것보다는,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건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공연장을 처음 들어서며 잠시 방향을 가늠하지 못해 주변을 둘러보던 중, 마침 눈에 들어온 미유의 일본 매니저에게 길을 물어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서둘러 무대 쪽으로 이동했다.
이날은 공연 시작 전까지 매니저가 보일 때마다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며 “항상 고생이 많다”는 말을 전했다.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사소한 인사 하나도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았다.


1열 가장 앞자리 스탠딩석
10번째 입장이었기에 1열을 확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선호하는 위치가 비어 있었다는 점은 순전히 운에 가까웠다. 이미 앞서 들어온 일본 팬들 사이로 빈 공간이 하나 보였고, 망설일 이유 없이 그 자리를 바로 잡았다.
무대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좌측 끝과 중앙 사이. 이 자리는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위치다. 미유는 보통 왼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에서 관객을 바라볼 때 오른쪽 방향으로 자주 움직이는 편이기 때문에, 이 자리는 표정과 동선을 모두 가장 잘 볼 수 있다.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혀진 감각 같은 것이었고, 그 자리가 비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 날의 절반은 성공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준비해 간 초대형 응원 슬로건도 무대 바로 앞 난간에 걸어두었다. 마침 스테이지 앞쪽에 대형 앰프로 보이는 구조물이 있었고, ‘이 정도면 충분히 눈에 띄겠지’라는 생각으로 슬로건을 올려두었다. 그런데 잠시 후, 공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슬로건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를 듣고 나니, 상황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이따가 미유가 이쪽으로 올라와 노래를 부를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슬로건을 걸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아니라, 뜻밖의 보너스가 되었다. 공연장 양쪽에 튀어나와 있는 이 무대는 객석과의 거리가 체감상 10cm 남짓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구조였다. 의도하고 이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된 셈이었다.
소위 말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상황이었지만, 이 선택이 그날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는 건,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야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뒤쪽까지 가득 차기 시작하는 공연장
자리를 잡고 나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공연장 안은 곧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입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간이 조금씩 채워졌고, 무대 앞 1열부터 뒤쪽까지 자연스럽게 밀도가 높아졌다. 이번 공연 역시 좌석 없이 스탠딩으로 진행되는 공연이었기에, 입장 자체가 천천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최대한 안전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입장을 조절하다 보니, 공연 시작 전까지도 제법 긴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뒤쪽을 돌아보니, 함께 원정을 온 한국 팬들도 하나둘씩 자리 잡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라면 2열이나 그 뒤에서 보게 되었을 상황이었지만, 앞쪽에 서 있던 일본 팬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장면도 있었다. 그렇게 결과적으로는 여러 명이 나란히 1열에 서서 공연을 보게 되었고, 의도하지 않았던 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에는 묘한 일체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무대 앞에서 바라본 공연장은, 아직 불이 꺼지기 전임에도 이미 열기가 느껴질 만큼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 체크 소리, 무대 위를 분주하게 오가는 스태프들, 그리고 공연을 기다리며 저마다 기대를 숨기지 못하는 관객들의 표정까지.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의 이 공기는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공연 시작 대기, 길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시간
자리를 확보한 뒤에도 약 3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이어졌다. 좌석이 정해진 공연에 비해 스탠딩 공연은 확실히 입장과 정리에 시간이 더 걸린다. 그만큼 공연 전의 공백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혼자 와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면, 이 시간이 꽤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주변에는 이미 여러 차례 얼굴을 익힌 일본 팬들과 한국 팬들이 함께 있었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의 응원도구를 구경하며 웃기도 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오늘의 공연에 대한 기대를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공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좋다. 공연 그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연을 기다리는 이 공백의 시간 역시 원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사람들, 그날의 긴장감까지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기억이 된다.
사진 촬영이 가능할 줄 알았지만, 결국은 불가능했던 공연
사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한 가지 기대가 있었다. 공연 중 일부 구간에서는 사진이나 영상 촬영이 허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공연 전에 진행된 미유의 라이브 방송에서, 촬영 가능 여부를 메모하는 모습이 잠깐 비쳤기 때문이다. 작년 생일 콘서트처럼, 오리지널 곡 몇 곡 정도는 촬영을 허용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 기대를 품은 채, 처음부터 카메라를 손에 들고 대기했다. 공연장 구조상 가방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고,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아예 카메라를 들고 공연을 기다렸지만, 결국 공연이 끝날 때까지 촬영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나오지 않았다.
공연 내내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순간은 끝내 오지 않았다.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이날 미유의 의상은, 지금까지 봐온 무대 중에서도 가장 ‘락스타’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일본 공연 문화의 특성상, 이런 저작권과 촬영 관련 규칙은 엄격할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아쉬움을 겪고 나니,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된다. 대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1월 서울 공연에서는, 그때는 가능한 한 많은 장면을 기록해두자고.


가장 ‘미유다운’ 모습을 마주한 무대
그리고 마침내, 불이 꺼지고 무대 위에 미유와 밴드가 등장하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은 「It’s a New World」. 시작부터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 순간 공연장의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날 미유는 마지막 곡 「터미널」까지, 총 16곡을 쉼 없이 소화했다.
중간중간 짧은 토크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노래에 집중된 구성이었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곡을 연속으로 부르는 모습은 볼 때마다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선곡 면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동안 솔로 콘서트라고 해도 시스(SIS/T) 곡을 일부 섞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스 곡을 완전히 제외하고 솔로 곡으로만 구성되었다.
세트리스트의 절반 이상은 미유의 오리지널 곡으로 채워졌고, 나머지는 커버 곡이었다. 빠른 템포의 곡들이 많이 포함되면서, 공연 전체의 에너지도 훨씬 높아졌다. 「HELLO, TOKYO」, 「베이비 파라다이스」, 「大丈夫だよ。」 같은 곡들이 이어질 때마다, 무대와 객석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여 들어갔다.
여기에 한국 곡 커버가 더해졌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와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일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들을 위해 이렇게 한국어 곡을 준비해 준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고, 동시에 고마운 일이었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이 얼마나 큰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알기에 더 깊이 와닿았다.


이날의 세트리스트
이날 공연에서 미유가 소화한 곡들은 다음과 같다. 오리지널 곡과 커버곡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었고, 전체 흐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It’s A New World
- HELLO, TOKYO
- ANIGEL NIGHT
- 베이비 파라다이스
- 大丈夫だよ。
- Time Goes By
- Love, Maybe (사랑인가 봐)
- Wildest Dreams
- あきらめないで
- 비밀번호 486 (일본어 + 한국어)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 黒い心臓
- DO IT NOW!
- Re:Road
- 二人の世界 (앵콜)
- 터미널(Terminal) (앵콜)
총 16곡으로 구성된 세트리스트였고, 중간중간 짧은 토크를 제외하면 상당히 밀도 있게 이어진 공연이었다. 특히 한국 곡이 두 곡 포함되어 있었고, 시스(SIS/T) 곡을 완전히 배제하고 솔로 곡 중심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이 미유 스스로에게도 의미 있는 무대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공연 초반, 한국어로 전해진 미유의 소감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미유는 무대 위에서 짧은 소감을 전했다. 먼저 일본어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차분하게 이어갔다. 그런데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 자리에 한국에서 온 팬들도 와 있으니 한국어로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어진 한국어 소감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단순히 “와줘서 고맙습니다” 정도의 인사가 아니라, 문장을 이어가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는 모습이었다. 발음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전달하려는 감정은 충분히 느껴질 정도였고, 무엇보다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작년 생일 콘서트를 떠올려보면, 당시의 미유는 한국어로 거의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인사를 하더라도 짧은 단어 몇 개가 전부였고, 대부분의 소감은 일본어로만 진행되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비교적 긴 한국어 소감을 무대 위에서 직접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한국 팬들을 의식하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일본까지 날아와 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던 나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한국 팬들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 하나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고, 그 언어로 마음을 전해주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큰 감동이 되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날의 무대가 단순한 생일 콘서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곡이 흘러나오는 순간, 더 또렷해진 거리감과 배려
공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한 번 더 고조되었다. 특히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시작되었을 때, 공연장 안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 곡은 최근 미유가 공연에서 꾸준히 커버하고 있는 곡이지만, 들을 때마다 감정이 다르게 다가온다. 단순히 한국 곡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노래가 가진 서사와 지금 미유가 서 있는 위치, 그리고 그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팬들의 상황이 묘하게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미유의 한국 매니저를 통해 팬들에게 “미유가 커버했으면 하는 한국 곡”을 물어본 적이 있었고, 그때 이 곡을 추천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당시에는 가사와 분위기를 보고, ‘미유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는데, 그 곡이 실제로 무대 위에서 불려지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생각보다 더 큰 감정이 밀려왔던 기억이 있다. 7월 하라주쿠 솔로 콘서트에서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도 그랬고,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유는 일본 가수이고, 이 무대 역시 일본에서 열린 공연이지만, 한국어 가사를 또렷하게 전달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 노력을 알고 있기에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이 곡이 흘러나오는 동안, 공연장 안의 한국 팬들은 물론이고 일본 팬들 역시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언어보다 감정이 먼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공연 역시, 그렇게 또 하나의 ‘함께 써 내려간 페이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적어도 이 밤만큼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이터치, 짧지만 또렷하게 남은 감각
이번 공연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유난히 하이터치를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웠던 만큼, 미유가 객석 쪽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잦았고, 자연스럽게 손을 맞닿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짧은 접촉이지만, 공연의 흐름 속에서 그 순간들이 반복되다 보니 체감되는 밀도는 꽤 높았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미유가 하이터치를 시작할 때마다 유독 내 손을 시작점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우연일 수도 있고, 그날의 동선이나 위치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느껴졌다. 무대 가장자리로 다가와 손을 내밀 때, 항상 가장 먼저 닿는 손이 내 쪽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하이터치라는 게 사실 아주 짧은 순간이고, 공연 전체를 좌우할 만큼 큰 요소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을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생겼다. 무대 위의 사람과 객석에 있는 사람이 단순히 바라보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흐름 안에 있다는 느낌. 이번 공연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도 아마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연 막바지, 미유의 눈물과 함께 번진 여운
공연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무대 위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에너지가 넘치던 초반과는 달리, 마지막으로 갈수록 감정이 조금씩 정리되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공연의 끝자락, 소감을 이야기하던 순간에 미유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평소 미유는 개인적인 감정을 무대 위에서 크게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 눈물이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년 생일 콘서트에서도 감동적인 순간은 있었지만, 그때와는 분명히 다른 결의 감정이었다. 작년이 ‘혼자 서서 버텨내는 무대’에 가까웠다면,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에 더 가까웠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관객의 반응을 하나하나 받아들이고, 그 에너지에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이 확실히 느껴졌다. 아마도 그런 흐름 속에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괜히 목이 메는 느낌이 들었다. 공연이 너무 좋았기에, 이 시간이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 정도였다.
이날은 밴드 멤버들의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밴드 멤버 중에는 재일교포 출신의 연주자도 있었고, 한국어로 짧게나마 소감을 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이들이 모두 마지막에 우리의 응원 구호였던 “세카이데 이치방”을 자연스럽게 외쳤다는 것이다. 작년 이화여대 공연에서 시작된 그 구호가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팬들의 응원이 공연자에게 닿고, 그 응원이 다시 무대 위에서 돌아오는 구조가 이 밤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공연 종료 후, 짧지만 깊었던 배웅의 순간
공연이 끝난 뒤,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이 이어졌다. 출입구 쪽에서 미유가 직접 팬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는 배웅회가 진행된 것이다. 어차피 서둘러 나간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었기에, 최대한 뒤쪽에서 천천히 이동했다.
공연 중에는 내가 준비해 간 초대형 슬로건을 미유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다시 한 번 그 슬로건을 펼쳐 보여주었다. 그 순간 미유가 무언가를 이야기했는데, 일본어로 “마치가에타(まちがえた)”라는 말을 반복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웃으며 “생일 축하한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일본어로 전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함께 있던 한국 팬을 통해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슬로건에 적힌 이름을 순간적으로 혼동해서, 미유가 그걸 미안해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 짧은 대화가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일본어가 아직 완벽하지 않아서 놓쳐버린 순간이었지만, 그마저도 지금 와서는 하나의 추억처럼 느껴진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 이야기들
공연장 앞에서 일본 팬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평일 저녁이라는 현실로 모두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일본 팬들은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떴고, 자연스럽게 한국 팬들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밴드에 참여했던 아코디언 연주자가 공연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발견하자, 다들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단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공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남긴 사진이라 그런지, 그 한 장에도 그날의 공기가 그대로 담긴 느낌이었다.


퇴근길을 기다리지 않기로 한 선택, 그리고 뒤늦은 이야기
공연이 끝난 뒤, 잠시 고민이 들었다. 작년 생일 콘서트 때처럼 퇴근길 인사를 기다릴지, 아니면 바로 자리를 뜰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작년에는 공연장 앞에서 대기하다가, 미유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런 ‘퇴근길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이번에는 미유가 불편하지 않도록 먼저 자리를 비켜주는 쪽을 선택했다.
하라주쿠 공연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그때는 스태프가 직접 나와 자리를 이동해 달라고 요청했던 기억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떠올라서, 이번에는 굳이 기다리지 않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 매니저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우리가 보이지 않아서, 미유가 오히려 조금 섭섭해했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온다면, 미유가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퇴근길까지 기다렸다가 인사를 하고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말 불편했다면, 그때는 스태프가 정리를 해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해서, 이번 시부야 클럽 아시아에서의 생일 콘서트는 마지막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과 여운을 남긴 채 끝이 났다. 공연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면과 생각이 남은 밤이었다.
📌 장소 정보 : 시부야 클럽 아시아 (Shibuya CLUB ASIA)
- 📍 주소 : 1-8 Maruyamacho, Shibuya City, Tokyo 150-0044, Japan
- 📞 전화번호 : +81-3-5458-2551
- 🌐 홈페이지 : https://clubasia.jp
- 🕒 공연 일정에 따라 상이 (이벤트별 운영)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