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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신주쿠의 밤이 시작되는 곳 ‘오모이데 요코초’

처음에는 꼬치구이, 내장요리, 값싼 술을 파는 작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천막이 판자로 바뀌고, 판자가 벽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형성된 공간이 지금의 오모이데 요코초다. 즉, 계획된 관광지가 아니라 ‘살기 위해 만들어진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도쿄 신주쿠는 처음 방문하면 압도적인 규모로 기억되는 지역이다. 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의 수, 끝없이 이어지는 간판, 높은 건물 사이를 채우는 네온사인, 그리고 늦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 거리의 소음까지. 도쿄라는 도시의 밀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공간이 바로 신주쿠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가부키초나 대형 쇼핑몰, 혹은 전망대를 먼저 떠올리지만, 신주쿠의 진짜 인상은 오히려 그런 거대한 공간이 아니라 작은 골목에서 시작된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 근처를 걷다 보면, 번쩍이는 상업시설과 고층빌딩 사이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끊기는 지점이 나타난다. 큰 길에서 한 발짝만 옆으로 들어섰을 뿐인데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바로 ‘오모이데 요코초(思い出横丁)’다.


전후 일본에서 시작된 골목

‘오모이데 요코초’는 직역하면 ‘추억의 골목’이라는 뜻이다. 이름만 들으면 관광용으로 만든 거리처럼 느껴지지만, 이 골목의 시작은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다. 1946년, 전쟁이 끝난 직후의 일본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문제였던 시기였다. 신주쿠역 주변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간이 노점이 생겼다. 당시에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허가도 없이 장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꼬치구이, 내장요리, 값싼 술을 파는 작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천막이 판자로 바뀌고, 판자가 벽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형성된 공간이 지금의 오모이데 요코초다. 즉, 계획된 관광지가 아니라 ‘살기 위해 만들어진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골목은 깔끔하게 정리된 쇼핑 거리와는 다르게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간판도 제각각이고, 가게의 크기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이 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준다.


사람 둘이 지나가기 힘든 폭

골목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폭이다. 정말 좁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걸으면 서로 어깨가 닿을 정도다. 여행지라고 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걷는 공간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한 줄로 걸어야 한다.

양쪽에는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창문이라고 할 만한 것도 거의 없고, 문을 열어둔 채 바로 조리대가 보이는 가게가 많다. 그 안에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숯불 냄새, 간장 양념 냄새, 구워지는 닭꼬치 냄새가 섞여 골목 전체를 채운다. 멀리서도 골목의 위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냄새가 강하다.

가게 내부 역시 좁다. 보통 5~10명 정도 앉으면 가득 차는 규모다. 테이블이 있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바 형태 좌석이다. 손님과 요리사가 거의 마주 보는 구조다. 서로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구조다.


밤이 되면 더 살아나는 거리

이 골목의 분위기는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르다.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사람이 빠르게 늘어난다. 퇴근한 직장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고, 작은 가게 안에서 술잔이 오간다. 일본 특유의 ‘퇴근 후 한잔’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골목 안을 걷다 보면 여러 언어가 들린다. 일본어가 대부분이지만, 관광객도 많아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섞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끄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큰 음악이나 확성기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술잔 부딪히는 소리, 가스 불꽃 소리, 고기를 굽는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이 골목을 채운다.

신주쿠의 다른 거리들이 ‘도시’의 느낌이라면, 오모이데 요코초는 ‘생활’의 느낌이다. 관광지인데도 관광지 같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어가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장소

이날은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기 때문에 골목 안의 가게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머물렀다. 골목을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며 가게 내부를 들여다보고,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작은 가게 안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분위기는 충분히 전달된다. 웃음이 터지고, 잔이 오가고, 요리사가 손님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그 공간을 경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형 관광지는 사진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런 골목은 기억으로 남는다. 신주쿠에서 본 수많은 건물과 간판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겠지만, 이 골목의 공기와 냄새는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주쿠라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

신주쿠는 흔히 화려함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모이데 요코초는 그 반대편에 있는 공간이다. 고층빌딩 바로 옆에서 전후 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장소다.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개발이 빠른 도시에서 이런 공간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신주쿠를 방문한다면 유명 관광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이 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걷고, 바라보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했다는 감각이 생기는 장소다.

화려한 도쿄의 중심에서 가장 인간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오모이데 요코초는 그런 골목이었다.


📌 오모이데 요코초 (思い出横丁, Omoide Yokocho)

  • 📍 주소 : 1 Chome-2 Nishi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3, Japan
  • 🌐 홈페이지 : http://shinjuku-omoide.com/
  • 🕒 영업시간 : 24시간 (매장별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