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이날은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번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급하게 먹은 토스트, 그리고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이동하며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었던 간단한 샌드위치가 전부였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도 배가 고프다는 감각은 계속 따라다녔지만, 일정이 촘촘했던 탓에 따로 식사할 여유는 없었다. 결국 “공연이 끝나고 다 같이 먹자”는 말만 남긴 채, 배고픔을 잠시 뒤로 미뤄둔 하루였다.

공연이 끝난 뒤, 이제서야 허기를 마주하다
카메이도 클락에서의 미니 라이브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시계를 보니 아직 저녁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연말의 도쿄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웠다. 해는 이미 오래전에 져 있었고, 거리에는 연말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들뜬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일본의 연말에는 개인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막상 직접 겪어보니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체감될 정도였다.
카메이도 골목에서 만난 로컬 이자카야, 555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중, 함께 있던 일본인 현지 팬이 조용히 “이 근처에 아직 문 연 곳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따라간 곳이 바로 카메이도역 근처 골목에 자리한 이자카야 555였다. 역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큰 길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위치였다. 간판도 화려하지 않았고, 외관만 보면 정말 동네 사람들이 단골로 드나들 것 같은 전형적인 로컬 술집의 모습이었다.




외국인보다 동네 사람들이 먼저 떠오르는 공간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분위기는 확실했다. 이곳은 관광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메뉴판은 일본어로만 적혀 있었고, 영어 안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현지의 공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한 일행이 함께 있었기에 주문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고, 우리는 배가 고팠던 만큼 이것저것 음식을 골라 주문했다. 이자카야답게 든든한 정식보다는 안주 위주의 메뉴들이었지만, 그날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 정도가 잘 어울렸다.




연말의 일본을 실감하게 만든 풍경들
우리는 이곳에서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음식이 하나씩 나오고, 잔이 채워질수록 하루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가게 안에 켜져 있던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다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연말 특집 음악 프로그램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홍백가합전으로 보이는 무대와 일본 가수들의 공연이 화면을 채우는 모습을 보며, ‘아, 지금 정말 일본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구나’라는 감각이 뒤늦게 밀려왔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평소처럼 조용히 집에서 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글을 쓰거나, 미뤄둔 일을 정리하거나, 괜히 집안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낯선 동네의 작은 이자카야에서, 공연 이야기를 나누며, 일본의 연말 방송을 배경음처럼 흘려보내는 이 시간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계획되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은 밤
사실 이자카야 555는 ‘맛집’이라고 소개할 만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화려한 메뉴도, 특별한 요리도 없었다. 하지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기, 공연이 끝난 직후의 허기와 여운, 그리고 우연히 이어진 선택들이 겹치면서 이곳은 이번 여행에서 꽤 중요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계획하지 않았기에 더 자연스럽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 카메이도 이자카야 555
- 주소: 6-chōme-61-8 Kameido, Koto City, Tokyo 136-0071, Japan
- 전화번호: +81 3-3681-5550
- 영업시간: 17:00 ~ 23:00 (연말·공휴일 변동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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