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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월 도쿠시마 여행 — 프롤로그

도쿠시마는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동시에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불확실함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만큼 여행이라는 느낌은 더 또렷하게 남을 것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도시를 다시 방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있었다.

왜 하필 도쿠시마였는가

이번 여행은 도쿠시마 나루토에서 3월 20일에 열렸던 ‘나루토×한국 페어’ 행사를 보기 위해 다녀온 일정이었다. 평소라면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쉽게 생기지 않는 지역이었지만, 특정한 목적 하나가 생기자 그동안 이름만 알고 지나쳤던 장소가 갑자기 현실적인 목적지가 되어버렸다.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 계기는 단순하지만 그걸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멀리까지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도쿠시마라는 이름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도시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오면서도 늘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익숙한 도시 위주로 움직였고, 시코쿠 지역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순히 “행사를 보러 간다”는 목적을 넘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지역을 처음 마주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출발 전부터 한 번 꼬인 일정

문제는 출발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약 3주 전에 연차를 신청했지만 한 번 반려가 되었고,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일정이라 다시 회사와 협의를 시도하게 됐다. 여행이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현실적인 조건을 하나씩 통과해야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결국 복귀 이후 하루에 2일치 업무를 처리하는 조건으로 겨우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 이 과정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출발하기도 전에 체력을 한 번 당겨 쓰는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을 더 가볍게 넘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단순히 쉬다 오는 일정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숙소를 도쿠시마로 잡은 이유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국제공항은 도쿠시마시와 나루토시 사이,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지도만 놓고 보면 두 도시 모두 접근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숙소를 잡는 단계로 들어가면 선택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진다. 특히 나루토 지역은 행사장이 있는 대신 숙박 인프라가 제한적이었고, 일정이 겹치면 방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건 도쿠시마역 근처였다. 완전히 행사 중심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조금 더 도시의 기능이 살아 있는 곳을 기준으로 잡고 이동하는 쪽이 전체 동선을 관리하기에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처음 가는 지역일수록 이동, 식사, 편의시설 같은 기본적인 요소가 확보된 위치에 머무는 것이 여행 전체의 피로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같이 가게 된 여행, 그리고 숙소 변수

이번 일정은 혼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조금 다르게 시작됐다. 같은 행사에 가는 한국인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둘이서 움직이게 되었고, 덕분에 첫날 숙소는 함께 사용할 수 있었다. 원래는 1인실을 예약해둔 상태였지만, 호텔에서 추가 요금을 내고 2인실로 변경이 가능해서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다만 둘째 날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2인실 자체가 부족한 상태라 결국 따로 숙소를 잡을 수밖에 없었고, 같은 여행 안에서 하루는 같이, 하루는 따로 움직이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큰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행이라는 게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작은 변수들이 쌓이면서 여행의 기억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는 이유

도쿠시마는 처음 가보는 지역이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동시에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불확실함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만큼 여행이라는 느낌은 더 또렷하게 남을 것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도시를 다시 방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있었다.

최근 회사 일로 머리가 꽤 복잡한 상태였는데, 바다를 보고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정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여행의 핵심이었던 ‘나루토×한국 페어’ 행사에서는 카노우 미유가 소속된 시스(SIS/T)의 공연과 함께 마츠자키 시게루의 무대까지 이어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이유가 충분히 있는 일정이었다. 결국 이 여행은 휴식과 목적이 동시에 섞여 있는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급하게 끊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항공권

항공권은 3월 18일 밤, 조건부 휴가가 승인된 직후 바로 구매하게 됐다. 출국이 임박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격이 꽤 올라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의외였다. 일정이 확정된 직후 바로 결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순간이 실제로 여행이 시작되는 지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최종 가격은 273,000원. 급하게 끊은 항공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불필요하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출발이었다. 준비가 길지 않았던 만큼, 이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조금은 빠르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을 남긴 채 그렇게 출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