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 주방의 거리,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
킨류라멘에서 든든하게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이제 슬슬 다음 동선을 고민하게 되었다. 난바 일대에서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고, 그렇다고 또 도톤보리 중심가로 들어가기에는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남동쪽, 덴덴타운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덴덴타운으로 가는 길에는 반드시 지나치게 되는 골목이 하나 있다. 바로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다. 2018년 오사카를 여행했을 때도 한 번 들렀던 곳이어서, 이번에는 ‘다시 한 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방문이었다.

요리도구와 주방기구가 주인공인 거리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는 약 150m 남짓한 길이에 형성된 짧은 상점가다. 길이 자체는 그리 길지 않지만,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가게들의 밀도는 상당하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상점가와 달리 요리도구와 주방기구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팬, 냄비, 국자 같은 기본적인 조리도구부터 시작해서, 업소용 식기, 접시, 그릇, 식당 간판용 소품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관광객보다는 오히려 요식업 종사자나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도톤보리와 불과 몇 분 거리밖에 나지 않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화려한 간판과 사람들로 가득 찬 도톤보리와 달리, 이곳은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차분하다. 일부러 목적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천하의 주방’을 실감하게 만드는 풍경
오사카는 예로부터 ‘천하의 주방(天下の台所)’이라 불려온 도시다. 도구야스지 상점가를 걷다 보면, 그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문가용 식칼과 칼날을 취급하는 가게들이다.
유리 진열장 안에 가지런히 놓인 일본도 스타일의 식칼들은, 단순한 주방도구라기보다는 하나의 공예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격표를 보고 나면 쉽게 손이 가지는 않지만, 괜히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들여다보게 된다. 실제로 이곳에는 요리사들이 일부러 칼을 맞추러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가게 앞에서 칼을 손질하고 있는 장인의 모습이나, 오래된 가게 특유의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이 상점가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사카의 생활과 식문화를 지탱해 온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을 위한 소소한 재미도 있다
전문적인 주방기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점가 중간중간에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도 섞여 있다. 일본 특유의 모형 음식 샘플, 미니 간판, 젓가락이나 접시 같은 소품들은 여행 기념품으로도 부담 없는 편이다.
2018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실제로 작은 기념품 하나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혹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하나쯤 사볼까 하고 둘러보았지만, 이미 이번 여행에서 기념품을 여러 개 구입한 뒤라 이번에는 눈으로만 즐기기로 했다.
그래도 예전의 기억과 지금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겹쳐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조용히 스쳐 가기 좋은 상점가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는 일부러 시간을 많이 내서 방문해야 할 관광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덴덴타운이나 난바 일대를 걷다 보면, 한 번쯤은 들러볼 만한 장소다. 북적거리는 오사카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생활감 있는 오사카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화려함보다는 실용, 관광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이 거리 덕분에, 오사카라는 도시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
- 주소 : Nanbasennichimae, Chuo Ward, Osaka, 542-0075
- 전화번호 : +81-6-6633-1423
- 홈페이지 : https://www.doguyasuji.or.jp/
- 영업시간 :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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