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스카이라이너에 탑승한 우리는, 비록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에노 방향으로는 더 이상 지체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항공기 출발이 지연되었고, 공항 도착 이후에도 스카이라이너 탑승 과정에서 여러 번 엇갈림이 생기면서, 도쿄 도심에 도착하는 시간은 애초 예상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 원래라면 일정이 맞는다는 전제 하에 고려하고 있었던 무도관에서 열리는 ‘모모이로 가합전’ 현장 관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지가 되었다. 우에노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고 해도, 공연 시작 시간에 맞추는 것은 상당히 빠듯한 상황이었고, 조금만 변수가 생겨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직 도심 이동 항공(UAM) 같은 수단이 일상화된 시대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오히려 이후 일정 전체를 망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움을 안은 채 무도관 현장 관람은 포기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ABEMA TV(아베마 TV)로 이어진 무도관 무대
하지만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스카이라이너에 탑승한 이후, 스마트폰을 통해 ABEMA T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한국에서라면 VPN 없이는 시청이 어려운 일본 방송이지만, 일본 현지에 있는 상태였기에 별도의 설정 없이도 바로 시청이 가능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열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아직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현장 분위기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로 화면을 지켜봤다. 무도관 안의 웅장한 전경과, 연말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화면 너머로 전해졌지만, 아직 우리가 기다리는 무대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스카이라이너가 종착역인 우에노역에 가까워질 즈음, 우리는 다시 한 번 세 명이 모두 합류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잠깐 얼굴을 본 이후로는 각자 다른 동선과 변수 속에서 흩어져 있었는데, 우에노역에서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이번 여행이 다시 한 덩어리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에노역 앞에서 마주한 오프닝 무대
다음 이동을 위해 우에노역 지하로 내려가던 중, 우리는 급하게 스이카 카드를 구입하고 충전을 마쳤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 ABEMA TV 화면에서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에노역 개찰구 근처,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 한켠에서 세 명이 나란히 서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게 된 순간이었다. 이날 시스(SIS/T)는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의상을 선택해 무대에 올랐다. 보통은 팀 전체가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된 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은 두 명은 흰색, 두 명은 붉은색을 선택한 조합이었다. 카노우 미유와 아사히 아이는 흰색을, 마코토와 타라 리호코는 붉은색 의상을 선택했다. 무도관이라는 상징적인 무대를 의식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사랑의 배터리’, 그리고 무도관
이날 시스가 선보인 곡은 데뷔곡이기도 한 ‘사랑의 배터리’ 일본어 버전이었다. 무도관이라는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이 곡을 현장에서 직접 듣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적어도 영상으로라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함께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마음 한편이 조금은 덜 무거워졌다.
화면 속 멤버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과 설렘,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무도관이라는 장소가 갖는 무게감은 가수에게도, 팬에게도 분명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비록 단독 공연은 아니었고, 수많은 팀이 함께하는 연말 행사에서 단 한 곡만을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오프닝 무대를 맡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만약 이 영상조차 보지 못했다면 그 아쉬움은 훨씬 더 크게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에노역 한복판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무도관과 연결된 채, 짧지만 분명한 하나의 장면을 함께 공유했다.
그리고 이 작은 장면은, 이후 이어질 일정 속에서 계속해서 여행의 감정선을 붙잡아주는 기준점처럼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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