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흔적이 일상으로 남아 있는 도시
싱가포르에서는 아직도 영국의 문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영국령 싱가포르 시절이 남긴 복합 문화의 흔적이 지금까지도 도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로의 구조다. 왼쪽 차선을 이용하는 교통 체계,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들, 그리고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영국식 영어 표현들까지. “QUEUE”, “LAVATORY” 같은 단어들은 이 도시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거쳐왔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인 ‘차 문화’ 역시 싱가포르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일상의 한 장면처럼 남아 있다.
영국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티타임을 가지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그중에서도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갖는 애프터눈 티타임(Afternoon Tea)은 가장 잘 알려진 전통 중 하나다. 싱가포르 역시 이런 영국식 티타임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금은 도시 곳곳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티타임을 대표하는 이름, TWG
싱가포르에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을 꼽자면 단연 ‘TWG’일 것이다. 쇼핑몰 안에서도, 번화가 한복판에서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차 전문 매장으로, 오후 시간에 방문하면 스콘과 함께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날은 여행 일정 중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오차드로드에 위치한 니안 시티(Ngee Ann City) 쇼핑몰 2층에 있는 TWG 매장을 찾았다. 시간은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사이. 애매하다면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다행히도 대기 줄은 거의 없었고,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다만, 매장을 나설 즈음에는 줄이 제법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이 왜 ‘대표적인 티타임 공간’으로 불리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메뉴판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되는 이유
TWG 매장의 메뉴판을 펼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단순하다. ‘너무 많다.’ 차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빼곡하게 적힌 차 이름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각각의 차가 어떤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메뉴판만 보고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평소에 차 문화를 깊게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터라, 결국 직원의 추천을 받아 비교적 부드러운 차를 하나 골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날 마셨던 차의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다만, 그 순간의 분위기와 맛만큼은 분명히 기억에 남아 있다. 여행 중에 굳이 모든 것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면, 아마 이런 시간들이 아닐까 싶다.


애프터눈 티 세트, 그리고 잠시 멈춘 여행의 리듬
오후 시간대에 TWG를 방문하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할 수 있다. 세트 구성은 차 한 주전자와 함께 스콘이나 머핀, 혹은 간단한 샌드위치가 곁들여지는 형태인데, 이 날은 스콘을 선택했다. 가격은 약 20싱가포르 달러 정도,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6,000원 선이었다.
결코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해주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걷고 이동하느라 조금씩 쌓였던 피로를 이 시간에 한 번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오후가 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나른해지기 쉬운 타이밍에, 차 한 잔과 함께 잠시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리듬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었기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티타임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차분하게 이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만약 가까운 지인과 함께였다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겠지만, 혼자서 보내는 애프터눈 티 역시 여행의 한 장면으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싱가포르 여행 중 만난, 가장 ‘영국적인 오후’
우리나라에서는 카페 문화는 매우 발달해 있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애프터눈 티 문화는 아직까지는 낯선 편이다. 그래서인지 TWG에서 보낸 이 오후의 시간은, 싱가포르라는 도시가 가진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 중 하나로 남았다. 쇼핑과 이동, 관광으로 이어지던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차 한 잔에 집중하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여행은 조금 다른 결을 갖게 된다.
가격만 놓고 보면 결코 가볍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 그 나라가 가진 문화를 직접 경험해본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지출이었다. 그렇게 애프터눈 티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오차드로드의 다음 일정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 싱가포르 오차드로드 니안 시티, TWG
- 📍 주소: 391 Orchard Rd, Level 2, Singapore 238873
- 📞 전화번호: +65 6363 1837
- 🌐 홈페이지: https://twgtea.com
- 🕒 영업시간: 10:00 –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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