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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 —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 마지막 만찬,에도코지 ‘스기노코(杉の子)’

주문은 태블릿으로 진행했다. 메뉴 구성은 복잡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선택이 쉬웠다. 이 날 고른 메뉴는 일본식 사시미동 정식, 여러 종류의 회가 밥 위에 올라가고 작은 반찬들과 국, 디저트까지 포함된 구성의 정식이었다. 가격은 약 2,0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항 식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늦은 도착, 줄어든 선택지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꽤 늦어 있었다.

도쿄 시내에서 여러 번 환승을 거쳐 공항까지 이동했고, 몸은 솔직히 더 이상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고를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이틀 동안 이어진 공연과 이동, 촬영과 대기, 그리고 짧은 만남들까지, 몸은 이미 충분히 써버린 상태였지만, 여행의 마지막 단계는 아직 남아 있었다.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로 이동하는 일. 목적지는 분명했지만,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문을 닫은 식당이 훨씬 더 많았다. 늦은 시간대의 공항은 늘 그렇듯 조용했고, 선택지는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도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한 끼는 먹고 가자는 것이었다.


에도코지, 불이 꺼지지 않은 공간

그러던 중 제3터미널 4층, 에도코지 구역 안쪽에서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일본식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출국장을 바라보는 방향 기준으로 오른쪽 끝자락에 자리한 곳이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입구 앞 메뉴판은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24시간 영업’이라는 안내 문구가 또렷하게 붙어 있었다. 이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마운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곳이 바로 스기노코(杉の子)였다.

다만 안을 들여다보니 만석이었다. 좌식 구조의 일본식 식당이다 보니 회전이 빠를 것 같지는 않았고, 당장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잠시 고민이 들었다. 다른 식당을 더 찾아볼까, 아니면 그냥 간단한 것으로 대신할까. 하지만 이 시간대에 이미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다시 이동해서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른 선택지를 찾기 위해 더 걷는 것보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대기하는 편이 더 빠를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입구 근처에서 잠시 서서 시간을 보냈다. 시계를 보니 대략 20분 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길게 느껴질 법한 시간이었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이상하게도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틀 동안의 일정이 워낙 촘촘했기 때문인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하나의 쉼처럼 느껴졌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공항 식당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일본식 좌식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항 안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구조였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주변을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나무 격자 구조의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 그리고 창가 너머로 보이는 하네다 공항 체크인 카운터.

조금 전까지 내가 지나왔던 공간이, 식당 안에서는 하나의 풍경처럼 보였다. 출국을 앞둔 사람들의 움직임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이 여행의 끝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고른 한 그릇

주문은 태블릿으로 진행했다. 메뉴 구성은 복잡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선택이 쉬웠다. 이 날 고른 메뉴는 일본식 사시미동 정식, 여러 종류의 회가 밥 위에 올라가고 작은 반찬들과 국, 디저트까지 포함된 구성의 정식이었다. 가격은 약 2,00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항 식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로 충분하다’였다. 화려하거나 과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한 끼로 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 이 시점의 나에게는 맛의 디테일보다는 편안하게 앉아 천천히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정리되는 시간

좌식에 앉아 천천히 젓가락을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지난 이틀을 정리하게 됐다. 고마자와 올림픽 공원의 바람, 펜스 너머에서 바라본 무대, 마지막으로 나눴던 인사들,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이동들까지. 이제는 더 이상 서두를 필요도, 다음 일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는 시간이었다.

이 식사가 사실상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점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여행의 끝에서 남은 풍경

식사를 마칠 즈음, 다시 한 번 창밖을 바라봤다. 체크인 카운터 쪽은 여전히 조용했고, 공항 특유의 긴장감도 이 공간 안에서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스기노코는 단순히 ‘늦게까지 여는 식당’이 아니라, 여행의 끝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마지막 한 끼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맛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여행의 리듬을 천천히 내려놓게 해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니혼노아지 스기노코 (日本 すぎの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