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기다린 방, 같은 방향의 기억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이미 공유되어 있었다. 수 노래방 별관. 카노우 미유가 이전에 다녀간 적이 있는 노래방이었다. 공연장도, 팬미팅 장소도 아니었지만, 이 서울 일정의 흐름 위에 분명히 놓여 있는 공간이었다.
도착했을 때, 사실 빈 방이 금방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르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방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미유가 들어갔던 방으로 가자.”
결국 우리는 약 20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이미 하루 종일 기다림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 방보다, 같은 기억이 남아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쪽이 이 날에는 더 자연스러웠다.

4층 창가, 401호
우리가 안내받아 들어간 방은 4층, 401호 창가 쪽에 위치한 룸이었다. 정확한 호수는 기억이 조금 흐릿하지만, 401호였던 것 같다는 감각은 비교적 또렷하게 남아 있다. 각도와 위치를 보았을 때, 팬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던 바로 그 방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창가 쪽으로 시야가 열려 있었고, 홍대의 밤 풍경이 살짝 내려다보이는 구조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장소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미유가 노래를 불렀겠구나”라는 생각이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공연장의 무대처럼 특별히 연출된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 잠시 쉬며 노래를 부르고 웃었을 법한 방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방은 충분히 의미를 가졌다. 과거의 흔적을 재현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같은 방향의 시간을 겹쳐보는 선택에 가까웠다. 그래서 방에 들어서는 순간, 괜히 소리를 낮추게 되거나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도 없었다. 오히려 “그래, 여기서 그냥 우리도 즐기자”는 쪽에 더 가까웠다.
참고로 우리가 안내받은 4층은 원래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는 층이었다. 다만 ‘여성 전용’이라는 표현이 특별한 콘셉트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고, 구조상 그 층에 여자 화장실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현장에서 사정을 설명하고 요청하자, 직원은 잠시 확인한 뒤 예외적으로 방을 내주었다. 그날은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였고, 그래서 가능했던 선택이기도 했다.
이 점이 오히려 이 장소의 성격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규칙을 무너뜨리거나 무리한 요청을 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상황을 이해한 쪽에서 조용히 길을 열어준 정도에 가까웠다. 그래서 방에 들어서면서도 불필요한 부담이나 어색함은 없었다. 그저 “이 방이 맞다”는 감각만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뿐이었다.


노래보다 공간이 먼저 남은 시간
노래방 이용 요금은 2시간에 10만 원. 일반적인 노래방에 비하면 확실히 비싼 편이었지만, 이 날의 선택을 두고 비용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공간이 가진 맥락이 이미 충분했기 때문이다. 일본 팬들과 한국 팬이 섞여 있었지만, 노래방이라는 장소는 언어의 차이를 거의 지워버렸다.
누군가는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박수와 웃음으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요한 건 완성도나 선곡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공연과 팬미팅이 끝난 뒤, 아직 흩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장면. 이 노래방은 그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장소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시간이 우리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일본 팬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미유에게 직접 보내주었고, 미유는 팬들이 다 같이 이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팬은 이 장면을 스토리로 정리해 공유했고, 그 스토리는 결국 미유의 리그램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 이 방은 완전히 현재형이 되었다.
과거에 미유가 다녀간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연결되어 있는 공간으로.

공식 일정에는 없었지만, 가장 팬다운 선택
이 노래방 방문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선택이었다. 일정표에도 없었고, 누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더 팬다운 시간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미팅이 끝난 뒤에도, 아직 하루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의 선택.
빈 방을 두고도 일부러 20분을 더 기다렸다는 사실이, 이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더 편한 선택보다, 더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그래서 수 노래방 별관은 이번 서울 일정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선명한 장면 중 하나로 남았다.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같은 방향의 기억을 일부러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 수 노래방 홍대본점
- 📍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1길 37 2~4층
- 📞 전화번호: 없음
- 🌐 홈페이지: https://sunoraebang.com/
- 🕒 영업시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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