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를 타고 한 정거장을 더 이동해, 우리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미 대부분의 일정은 끝난 상태였지만, 아직 완전히 헤어지기에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출국장 근처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때 함께 남아 있던 사람은 일본 팬은 한 명뿐이었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이 순간부터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출국장은 늘 그렇듯 분주했지만, 우리가 머문 자리는 이상하게도 고요하게 느껴졌다.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들, 전광판을 확인하며 서두르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우리는 비교적 느린 속도로 시간을 쓰고 있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며, 시간이 조용히 채워지고 있었다.


단둘이 남았을 때 비로소 나오는 말들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있었다. 일정이 끝나간다는 아쉬움, 이번 여행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가 버렸다는 감각, 그리고 이제 정말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까지. 치카피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았다. “벌써 끝이라니 아쉽다”는 말이 먼저 나왔고, 그 말에는 꾸밈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무겁게 가라앉지 않았다. 대신 자연스럽게 다음을 향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다음엔 일본에서 보자”, “아마 다음 일정은 도쿄가 되지 않을까” 같은 말들. 확정된 계획이라기보다는, 다시 만날 가능성을 당연하게 전제한 대화였다. 이 며칠 동안 함께한 시간 덕분에, ‘다음’이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여전히 카노우 미유가 있었다. 공연 이야기에서 시작해, 팬미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 그리고 각자가 어떻게 이 일정에 참여하게 되었는지까지. 미유라는 공통의 축이 있었기에,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누군가 억지로 화제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서 이 한 시간은 기다림이라기보다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정리의 시간에 가까웠다.


마지막 배웅, 그리고 남겨진 사람
결국 출국 시간이 다가왔고, 치카피상도 게이트로 향할 시간이 됐다. 에어서울 편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고, 출국 수속을 앞두고 짧은 인사를 나눴다. “조심히 가라”, “다음엔 일본에서 보자”라는 말들이 오갔고, 그 말들은 가볍지 않았다. 이 며칠의 시간을 함께 지나온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충분히 현실적인 약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치카피가 출국장을 지나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번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일본 팬까지 모두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렇게 나는 공항에 혼자 남게 되었다. 바로 돌아가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곧장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마음에 남은 여운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공항에서의 짧은 산책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공항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걸었다. 출국장 특유의 긴장감, 면세 구역의 밝은 조명,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여러 언어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모든 풍경이 ‘일정의 일부’였다면, 지금은 그저 지나가는 장면처럼 보였다.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을 때는 어떤 이유일까, 누구를 만나러 오게 될까 같은 생각도 스쳤다. 하지만 굳이 답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이번 일정은 이미 충분히 채워졌고, 남은 건 그 기억을 어떻게 간직할지에 대한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공항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야, 비로소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이렇게, 이번 여정은 접혔다
모든 공연이 끝났고, 모든 만남이 마무리된 뒤에 남은 건 조용한 공항과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화려한 장면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이 여정답게 느껴지는 마무리였다. 사람들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혼자 남아 여운을 정리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이번 일정은 완성되었다.
이렇게 서울에서 시작된 시간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조용히 접혔다. 다음을 향한 말은 남겨두었지만,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충분히 설레었고, 충분히 아쉬웠기에, 이 정도가 딱 좋은 끝이었다.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 📍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제2터미널대로 446
- 📞 전화번호: 1577-2600
- 🌐 홈페이지: https://www.airport.kr
- 🕒 운영시간: 24시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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