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오대학교 미타 캠퍼스를 둘러보고 난 뒤, 원래의 계획은 에비스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지도 앱으로 경로를 검색해보니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게 나왔고,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묘하게 이상했다. 안내에 표시된 버스 노선이 정류장 표지판에는 없었다. 잠시 후 버스 한 대가 들어왔고, 정류장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탈까 말까 망설이고 서 있으니 버스 기사가 창문을 열고 무언가 말을 걸었다. 당시에는 일본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던 때라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기사분은 결국 마이크까지 사용해 다시 설명했다. 그 장면이 묘하게 기억에 남았다. 아마 “타는 버스가 아니다”라는 뜻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버스를 보내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확실한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까운 JR역을 찾다 보니 타마치역이 가장 적당했다. 그리고 그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름도 모른 채 지나갔던 골목
게이오대학교 정문에서 타마치역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길의 분위기가 바뀐다. 큰 도로에서 몇 걸음 벗어났을 뿐인데, 폭이 좁은 골목이 이어지고 양쪽으로 작은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처음에는 그냥 대학가 근처에 흔히 있는 골목이라고 생각했다. 관광지의 정돈된 상점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간판들은 화려하지 않았고, 가게들은 작았으며, 문은 반쯤 열려 있고 내부에서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본 특유의 “생활 소리”가 골목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그때는 이 골목의 이름을 몰랐다. 그냥 한자로 무언가 적혀 있는 아치형 간판이 있었던 정도만 기억한다. 작은 신사도 있었고, 오래된 간판의 식당과 술집들이 이어졌다. 관광객을 위한 거리라기보다는, 완전히 지역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곳은 게이오 나카도리 상점가(慶應仲通り商店街)였다.


대학 앞의 ‘진짜 생활 거리’
게이오 나카도리는 게이오대학교 미타 캠퍼스 바로 앞에 자리한 골목으로, JR 타마치역과 미타역 사이를 연결하는 길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학생들과 근처 직장인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식당 거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였는지 낮이었는데도 가게 문이 열려 있었고, 이자카야와 라멘집 간판이 유독 많았다. 가격표가 문 앞에 붙어 있는 곳도 많았는데, 관광지 가격이 아니라 확실히 ‘생활 가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편안한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골목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아사쿠사나 오다이바처럼 “보여주기 위한 일본”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
사진으로 보면 특별할 것이 없는 골목이다. 유명 관광지도 아니고, 랜드마크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 이때부터 여행의 시선이 조금 바뀌었던 것 같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도시의 생활을 바라보는 여행으로 바뀌는 지점이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구경’하고 있다기보다, 잠깐 그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단지 역으로 가기 위해 이 골목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쿄에서 가장 도쿄답게 느껴졌던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이 골목이었다.
📌 게이오 나카도리 상점가 (慶應仲通り商店街, Keio-nakadori Shotengai)
- 📍 주소 : 2 Chome-14 Mita, Minato City, Tokyo 108-0073, Japan (게이오대학교 미타 캠퍼스 앞 골목 일대)
- 📞 전화번호 : 없음 (상점가 공용 연락처 없음)
- 🌐 홈페이지 : 없음
- 🕒 영업시간 : 점포별 상이 (대체로 11:30 ~ 23:00 전후, 이자카야는 심야까지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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