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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여행 — 백제의 시간이 남아있는 절, 시텐노지

시텐노지는 6세기 말, 쇼토쿠 태자가 세운 사찰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백제에서 장인 세 명이 건너와 건축을 맡았고, 그 영향으로 가람 배치 자체가 한반도 양식을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사카 남쪽으로 내려가면, 우리식 한자로는 “사천왕사”라고 읽을 수 있는 절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름은 시텐노지(四天王寺).

처음에는 그저 일본 도시에 있는 오래된 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난바나 도톤보리처럼 화려한 장소도 아니고,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코스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일정 사이에 넣기 쉬운 장소였다. 큰 기대 없이 이동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사찰이 아니었다. 일본의 불교 유적이면서 동시에, 한국사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일본 여행 중에 한국을 떠올리게 되는 장소”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백제에서 건너온 건축으로 시작된 절

시텐노지는 6세기 말, 쇼토쿠 태자가 세운 사찰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백제에서 장인 세 명이 건너와 건축을 맡았고, 그 영향으로 가람 배치 자체가 한반도 양식을 따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읽으면 그냥 역사적 사실로 지나간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일본의 다른 절과 비교하면 배치가 꽤 다르다. 산 속에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는 구조가 아니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문 — 탑 — 금당 — 강당이 한 축으로 정렬되어 있다.

이게 바로 ‘백제식 가람배치’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시텐노지식”이라고 부른다. 이름만 보면 일본 전통 양식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한반도에서 전해진 형식이다. 현장에서 설명문을 읽는 순간, 이 절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 교차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번 사라지고, 여러 번 다시 세워진 건물들

지금 보이는 건물들이 모두 6세기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시텐노지는 거의 끊임없이 파괴와 복원을 반복해 온 장소였다.

1576년 화재로 가람 전체가 소실되었고, 이후 재건되었다. 1934년에는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공습으로 탑과 금당, 회랑이 다시 사라졌다.

그래서 현재의 건물은 대부분 1971년에 재건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복원 방식이다. 외형은 아스카 시대 양식으로 고증했지만,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겉으로 보면 고대 사찰인데 실제로는 현대 건축인 셈이다.

현장에서 보면 묘하게 느껴진다. 오래된 절의 분위기는 분명히 있는데, 동시에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다. 오래된 목조건축 특유의 뒤틀림이나 마모가 거의 없다. “역사적인 장소인데 깨끗하다”는 인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서문을 지나 중심 가람으로

시텐노지에는 여러 출입구가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곳은 서문이다. 고쿠라쿠몬(극락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석양 방향으로 열려 있어 분위기가 다르다. 관광버스 단체객은 남쪽에서 많이 들어오지만, 도보 여행자라면 서문으로 접근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문을 지나면 중심 가람 입구가 따로 있고, 여기서 입장료를 낸다. 금액은 크지 않다. 오히려 입장료가 있다는 점이 경계선처럼 느껴진다. 바깥은 공원 같은 공간이고, 안쪽부터가 ‘사찰’이라는 느낌이 분명해진다.

안으로 들어가면 오층탑과 금당, 강당이 한 줄로 놓여 있다. 사진으로 보면 단순해 보이는데, 실제로 서 있으면 공간의 축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걸어가게 된다. 시선이 앞으로만 이어진다. 아마 의도된 동선일 것이다.


탑에 올라가 본 경험

오층탑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 구조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공간도 좁다. 꼭대기에 올라가도 전망대 같은 풍경은 없다. 사실 올라가서 볼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유는 아마 ‘무엇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올라가는 행위 자체가 의미인 공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관광 명소라기보다 수행 공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금당에서는 누군가 조용히 독경을 읽고 있었다.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도시 한가운데인데도 소리가 낮았다.


북쪽 공간, 로쿠지도와 돌무대

가람 북쪽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로쿠지도라는 장소가 있다. 하루를 여섯 번 나누어 염불을 올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 추모 공간에 가깝게 느껴졌다.

앞에는 연못과 함께 다리가 놓인 돌무대가 있다. 이시부타이라고 불리는 장소다. 매년 4월 쇼토쿠 태자를 기리는 행사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무 행사도 없었지만, 비어 있는 공간임에도 의식 장소라는 느낌은 분명했다.


카메이도, 사진을 찍지 못했던 장소

조금 더 내려가면 카메이도라는 샘이 있다. 돌아가신 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물에 띄워 명복을 비는 곳이다.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진을 남기지 못하면 기억이 흐려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사진이 없기 때문에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기록이 항상 사진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는 장소

처음에는 짧게 둘러보고 이동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지도만 보면 빠르게 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절은 “볼거리”가 많은 장소는 아니다. 대신 “걷게 되는 장소”다. 건물 하나하나보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구조로 느껴진다. 도시 관광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피로가 생긴다. 정신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장소다.

일본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는다는 표현이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시텐노지는 실제로 그런 경험에 가까웠다. 단순히 오래된 절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이어져 남아 있는 장소였다.


🏯 시텐노지 (Shitennoji Temple)

  • 📍 주소 : 1-11-18 Shitennoji, Tennoji Ward, Osaka, Osaka Prefecture 543-0051, Japan
  • 📞 전화번호 : +81 6-6771-0066
  • 🌐 홈페이지 : http://www.shitennoji.or.jp/
  • 🕒 운영시간 : (4월–9월) 08:30–16:30 / (10월–3월) 08:30–16:00 (마감 30분 전 입장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