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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 — 끝없이 이어지는 길, 후시미이나리 신사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본전 건물보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신사 뒤편으로 들어가면 붉은 도리이가 터널처럼 이어진 길이 나타난다. 바로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고 불리는 구간이다.

교토 남부 후카쿠사 지역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 여행 사진을 검색하면 거의 반드시 등장하는 붉은 문들의 터널, 그리고 산을 따라 이어지는 길. 바로 후시미이나리 신사이다.

일본에는 불교와는 다른 토속 신앙인 신토(神道)가 존재한다. 이 신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상징적인 구조물이 바로 ‘도리이(鳥居)’라는 문인데, 일본에서 흔히 보는 신사의 입구에 서 있는 그 붉은 문이다. 그리고 그 도리이가 한두 개가 아니라, 산 전체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교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관광지라기보다는 일종의 ‘공간 경험’에 가까운 장소였다.


후시미이나리 타이샤 — 단순한 신사가 아닌 총본산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정식 명칭은 “후시미이나리 타이샤(伏見稲荷大社)”이다. 일본에서는 규모가 크고 격이 높은 신사를 ‘타이샤’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약 3만여 개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에 해당하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모시는 신은 ‘이나리’로, 쌀과 농업, 그리고 상업과 사업 번창을 관장하는 신이다. 그래서인지 신사에는 일반 관광객뿐 아니라 사업가로 보이는 참배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가게를 시작하거나 사업의 성공을 기원할 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711년에 하타 씨족이 이나리 산에 수호신을 모신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하타 씨족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 계통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백제, 가야, 신라 등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일본 외부에서 건너온 집단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다.

현재의 본전은 오닌의 난으로 소실된 뒤 1499년에 재건된 것이다.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일본 중세사의 흐름을 그대로 겪어온 장소이기도 하다.


여우의 신사가 아니라, 여우가 지키는 신사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흔히 “여우 신사”라고 불린다. 실제로 신사 곳곳에서 여우 석상을 쉽게 볼 수 있고, 에마(소원을 적는 나무판) 역시 여우 모양이 많다. 하지만 이곳이 여우를 신으로 모시는 곳은 아니다.

이나리 신의 사자가 여우이기 때문이다.

즉, 여우는 신이 아니라 신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이나리 신의 이름은 ‘우카노미타마’로, 풍요와 생산을 상징하는 신이며, 여우는 그 신의 뜻을 인간 세계에 전달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우의 이미지가 강해져 “여우를 모시는 신사”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신사에서 여우가 입에 물고 있는 물건들도 의미가 있다. 어떤 것은 열쇠, 어떤 것은 두루마리, 어떤 것은 곡식을 물고 있는데, 모두 풍요와 생산, 재물을 상징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리이의 터널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본전 건물보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신사 뒤편으로 들어가면 붉은 도리이가 터널처럼 이어진 길이 나타난다. 바로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고 불리는 구간이다.

처음 이 길에 들어섰을 때의 인상은 관광지라기보다 오히려 공간 자체가 하나의 구조물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건물처럼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해서 참여하며 만들어낸 구조에 가까웠다.

도리이가 많은 이유는 단순하다.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감사의 의미로, 혹은 소원 성취를 기원하며 도리이를 봉납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도리이를 기부하는 형태인데, 실제로 도리이 뒤편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도리이 봉납 가격이 적혀 있는 안내판도 보인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데, 결코 가벼운 금액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일본 여고생들이 가격표를 보고 “비싸다(高い…)”라고 말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누군가가 설계해서 만든 관광지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축적되어 형성된 공간이었다.


올라갈수록 조용해지는 산

처음 입구 근처는 사람이 매우 많다. 사진을 찍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붐빈다. 하지만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걷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도리이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공간감각이 흐려지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정표는 거리감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꽤 오래 걸었는데도 지도에서는 거의 이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많이 이동한 것으로 표시된 표지판을 만나기도 한다.

결국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올라갈수록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입구 근처의 북적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관광지의 소음이 사라지고, 산길과 바람 소리만 남는다. 이곳이 단순한 신사가 아니라 산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는 중간 쉼터

정상 근처로 올라가면 교토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지점이 나온다. 화려한 전망대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관광시설처럼 꾸며진 장소가 아니라, 길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풍경에 가깝다.

아래쪽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관광지인데, 조금만 올라와도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같은 장소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보러 왔다고 생각했지만, 내려올 때는 ‘어떤 길을 다녀왔다’는 감각이 더 강하게 남았다.


두 번째 방문에서 완성된 장소

첫 번째 방문 때는 태풍 때문에 산에 오르지 못했다. 입구만 보고 돌아갔던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방문에서 정상까지 걸었을 때 비로소 이 신사를 제대로 경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건물을 보는 곳이 아니라 길을 걷는 곳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풍경은 이 장소의 일부일 뿐이고, 실제 경험은 걷는 과정 속에 있었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지만, 가장 관광지답지 않은 장소이기도 했다. 이곳은 무엇을 본 기억보다, 얼마나 걸었는지가 더 오래 남는 곳이었다.


📌 후시미이나리 타이샤 (伏見稲荷大社)

  • 📍 주소 : 68 Fukakusa Yabunouchichō, Fushimi-ku, Kyoto, 612-0882, Japan
  • 📞 전화번호 : +81 75-641-7331
  • 🌐 홈페이지 : http://inari.jp/
  • 🕒 운영시간 : 24시간 개방 (참배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