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데 야외처럼 느껴지는 장소
더 현대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5층에 있는 실내 정원이다. 흔히 ‘사운즈 포레스트’라고 불리는 공간인데, 천장이 높게 뚫려 있고 실제 나무와 흙,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실내임에도 공원 같은 분위기가 난다.
일반적인 쇼핑몰의 휴게 공간은 잠시 쉬어가는 장소에 가깝다. 벤치가 있고, 사람들은 앉아서 휴대폰을 보거나 다음 매장을 고민한다. 반면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머문다’. 걸어 다니고, 사진을 찍고, 대화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다.
특히 밤에 조명이 켜진 시간대에는 더 실감이 난다.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간접 조명이 겹치면서 실제 야외보다 더 정돈된 야경이 만들어진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공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산책로. 그래서인지 계절감은 유지되지만 불편함은 없다.
백화점 안에 공원을 넣었다기보다, 공원 안에 매장이 들어와 있는 구조처럼 느껴진다.





기념품의 형태도 달라지는 공간
5층을 걷다 보면 흥미로운 매장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흔히 관광지에서 볼 법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인데, 내용은 예상과 조금 다르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단청 스타일의 키보드나 키캡 같은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냉장고 자석이나 열쇠고리 같은 전형적인 기념품이 아니라,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한국적인 디자인을 입힌 형태다.
특히 단청 색감을 적용한 키보드는 처음 보면 다소 낯설지만 동시에 자연스럽다. 전통 장식이 박물관이나 공예품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용품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기념품이 될 수 있고, 국내 방문객에게는 디자인 제품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의 기념품이 ‘기억을 남기는 물건’이었다면, 이곳의 제품은 ‘사용하면서 기억을 이어가는 물건’에 가깝다.
이 매장은 더 현대 서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의 해석 방식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전통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안으로 끌어오는 방식. 그래서 이곳에서는 쇼핑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경하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기존 백화점과 다른 동선
더 현대 서울을 걷다 보면 방향 감각이 조금 흐려진다. 일반 백화점은 브랜드 중심으로 층이 나뉘고,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이동이 반복된다. 반면 이곳은 하나의 큰 건물을 층별로 나눈 구조라기보다, 여러 구역이 이어져 있는 복합 공간에 가깝다.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오고, 다시 좁아졌다가, 또 다른 광장이 등장한다. 동선이 효율적이라기보다 탐색형 구조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돌아다니게 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쇼핑’보다 ‘산책’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로 구매 없이 한 바퀴를 도는 사람들도 많다. 공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형태다.


지하에서 느껴지는 트렌드의 밀도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위층이 여유로운 공원 같은 공간이라면, 아래층은 밀도가 높은 거리처럼 느껴진다. 이곳에는 팝업스토어가 유난히 많다. 일정 기간만 운영되는 매장들이 계속 교체되면서 방문할 때마다 구성이 달라진다.
기존 백화점이 안정적인 브랜드 중심이라면, 여기서는 실험적인 브랜드나 온라인 기반 브랜드를 자주 볼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트렌드를 직접 확인하는 공간에 가깝다.
줄이 길게 늘어선 매장도 흔히 볼 수 있다. 물건이 반드시 필요해서라기보다 ‘지금 유행하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매장의 역할이 판매보다 전시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백화점의 지하층이 식품관 중심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 이곳은 시장이나 푸드코트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작동한다.




지하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목적, 식사
지하 1층에는 푸드코트도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 식당가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특정 메뉴를 빠르게 해결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마치 여러 작은 식당이 모여 있는 하나의 시장 같은 느낌에 가깝다. 좌석은 비교적 넓게 배치되어 있고, 조명도 밝지 않아 오래 머물러도 피로감이 적다.
메뉴 구성도 전통적인 푸드코트와 다르다. 돈가스, 라면, 우동 중심의 구성이라기보다 각기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가볍게 한 끼를 먹을 수도 있고, 간단한 디저트나 음료만 선택해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쇼핑 도중 잠깐 들르는 장소라기보다 방문 일정 자체에 포함되는 식사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현대 서울에서는 식사가 동선의 끝이 아니라 중간이 된다. 쇼핑을 하다가 내려와 식사를 하고, 다시 공간을 둘러보거나 위층의 정원으로 올라가 시간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기능을 넘어, 건물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
더 현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체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진다. 쇼핑몰에서는 보통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그 감각이 늦게 온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의 밀도 조절이다. 넓은 공간과 좁은 공간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시선이 계속 바뀐다. 같은 종류의 매장이 반복되지 않고, 휴식 공간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이동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하나는 ‘목적이 없는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엇을 사야 한다는 압박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구경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하루가 지나간다. 상업 공간임에도 소비 중심의 긴장감이 약하다.


백화점이라는 개념의 변화
더 현대 서울은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에 가깝다. 쇼핑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중심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콘텐츠 역할을 한다.
예전 백화점은 브랜드의 집합이었다. 지금의 더 현대 서울은 장면의 집합처럼 보인다. 특정 매장을 기억하기보다 머물렀던 공간의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실내 정원의 빛, 통로의 여백, 팝업스토어의 활기 같은 것들이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곳은 쇼핑몰이라기보다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구역이 이어지고, 방문자는 그 안을 이동하며 시간을 보낸다.

왜 사람들이 다시 찾는가
더 현대 서울이 인상적인 이유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다. 반복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팝업스토어는 계속 바뀌고, 공간은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한 번 방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다시 들르게 되는 장소다. 쇼핑의 목적이 사라져도 방문의 이유가 유지되는 구조. 그것이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백화점의 역할이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서 시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였다.
더 현대 서울은 결국 ‘구매의 장소’가 아니라 ‘머무름의 장소’에 가까웠다.
📌 더 현대 서울
-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 📞 전화번호 : 1588-3650
- 🌐 홈페이지 : https://www.thehyundai.com
- 🕒 영업시간 : 평일 10:30 – 20:00 / 주말·공휴일 10:30 – 20:30 (식당가 및 일부 매장은 별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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