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캐릭터였던 시절
가끔은 물건을 사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물건을 사다가 같이 따라온 것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에비츄 무드등도 정확히 그런 종류다. 분명 내가 일부러 고른 제품이 아니었다. 올리브영에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다가 금액이 어느 기준을 넘었고, 계산대에서 “사은품 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건네받았던 물건이었다. 당시에는 에비츄라는 캐릭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 귀여운 햄스터 모양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사은품은 집에 가져오면 한동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가, 결국 서랍이나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대를 하고 받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애착이 생길 이유도 없고, 기능적으로도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이 무드등을 집에 가져왔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책상 위에 올려두기는 했지만, 오래 남을 물건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물건은 버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무드등’이라는 기능
무드등이라는 건 사실 애매한 카테고리다. 조명이라고 하기에는 밝기가 부족하고, 장식품이라고 하기에는 기능이 있다. 대부분은 처음 며칠 켜보고 나면 존재를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에비츄 무드등은 의외로 자주 켜게 되는 쪽에 가까웠다.
빛이 강하지 않다. 대신 눈에 부담이 없고 색온도가 따뜻하다. 밤에 방 불을 끄고 나면 완전히 어두워지는 공간이 싫은데, 그렇다고 형광등을 켜두기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그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화면을 보거나, 늦은 시간에 잠깐 방을 이동할 때, 혹은 그냥 불을 끄기 직전의 시간에 켜두기 좋았다.
무드등의 성능이라는 게 사실 거창할 건 없지만, 중요한 건 켜두었을 때 거슬리지 않느냐이다. 밝기가 과하면 조명이 되고, 너무 약하면 장식품이 된다. 이 무드등은 그 중간 지점을 잘 잡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설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생활 속에서 계속 쓰게 되는 밝기였다.
처음에는 귀여운 캐릭터라서 눈에 들어왔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조명이 아니라 습관처럼 켜게 되는 물건이 되었다.

에비츄라는 캐릭터를 나중에 알게 되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에비츄는 일본 캐릭터였다. 그것도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의외로 오래된 캐릭터였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애니메이션도 있고 나름의 팬층도 있는 캐릭터였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귀여운 햄스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꽤 독특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래도 이 무드등의 의미가 캐릭터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캐릭터를 알게 된 건 무드등 때문이었고,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니라 단지 생활 속에 오래 남아있던 물건이라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에 가까웠다.
사람이 어떤 물건에 애착을 느끼는 방식이 항상 의도적이진 않다. 좋아해서 산 물건은 오히려 빨리 질리기도 하고, 별 생각 없이 받은 물건이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이 무드등은 후자였다. 처음에는 의미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생긴 물건이었다.
사은품이라는 물건의 이상한 생명력
사은품은 대개 소비의 부속물이다. 본래 목적은 따로 있고, 사은품은 거래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대부분은 기억에서 빨리 사라진다. 그런데 가끔은 본래 샀던 물건보다 사은품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에비츄 무드등이 그 경우였다. 처음 구입했던 제품이 무엇이었는지는 지금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브랜드도, 종류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받은 무드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건의 가치는 가격이나 의도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비싸게 산 장식품은 관리해야 할 물건이 되고, 기대 없이 받은 물건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사용하면서 조심하지 않고, 자리를 바꾸고,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에 섞이기 때문이다.
결국 물건이 남는 이유는 성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사용 빈도다. 그리고 사용 빈도는 애착보다 편안함에서 나온다.

오래 남는 물건의 조건
이 무드등은 특별히 뛰어난 제품이 아니다. 고급 조명도 아니고, 디자인 오브제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단순한 실리콘 재질의 캐릭터 무드등이다. 그런데도 오래 남아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사용할 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전원을 켜는 행동이 귀찮지 않고, 밝기가 거슬리지 않고, 어디에 두어도 공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건은 공간에서 역할을 잃는 순간 치워지지만, 이 무드등은 작은 역할을 계속 유지했다.
밤에 방을 완전히 어둡게 만들기 전 잠깐 켜두는 조명, 늦게 귀가했을 때 불을 켜기 전 잠시 공간을 확인하는 불빛, 새벽에 물을 마시러 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빛. 대단한 기능은 아니지만 생활 안에 들어온 기능이다.
결국 이 물건은 캐릭터 굿즈라기보다 조명도구라기보다, 밤의 루틴을 만드는 작은 장치에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이 받은 사은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날의 소비를 기억하게 만드는 유일한 물건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에비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 한 시기의 생활 패턴에 대한 흔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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