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Magzine Korea

홍대는 늘 사람으로 기억되는 동네다. 누군가는 쇼핑을 하러 오고, 누군가는 술자리를 위해 모이고, 누군가는 거리공연을 보러 온다. 나는 홍대가 “우리 동네”임에도 의외로 자주 오지 않는 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다시 홍대를 걷게 만드는 건 늘 공연 일정 같은 ‘명확한 목적’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1월 17일과 18일, 카노우 미유의 서울 공연과 팬미팅이 홍대입구 권역에서 이어질 예정이고, 그 동선 한가운데에 ㅎㄷ카페가 있었다. 공연장만 찍고 ...

그래피티 앞에서 멈춰 서다 홍대 레드로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추는 건 건물 자체다. 화려하게 꾸민 간판보다, 오래된 외벽 위에 덧입혀진 그래피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온맘씨어터가 자리한 이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옆 플레이그라운드 건물과 이어지는 이 일대는, 홍대 특유의 자유로운 에너지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구간이다. 아침 시간대의 레드로드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그래피티는 그 조용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또렷하다. 밤의 소음과 사람들의 ...

홍대 레드로드는 서울에서 가장 ‘젊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거리 중 하나다.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낮과 밤의 얼굴이 분명히 다른데, 특히 아침 시간대의 레드로드는 비교적 조용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공연과 인파로 가득한 저녁의 이미지와 달리, 아침에는 상점들이 천천히 셔터를 올리고,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 그래피티와 간판들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늘 살고 있는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

2004년 4월 9일, 미국 켄터키주 워싱턴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단순한 장난전화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질문을 남겼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소개한 한 남자의 목소리는, 단 몇 분 만에 여러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켰고, 결국 한 사람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 사건의 핵심은 ‘속임수’ 자체보다, 그 속임수가 어떻게 ...

2024.12.31 – 2025.01.01 | 1박 2일 일본 도쿄 이번 여행은 계획이 아니라 결심에 가까웠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떠난 여행도 아니었고, 오래 준비한 일정도 아니었다. 연말이라는 시간, 공연이라는 목적, 그리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감정 하나가 모든 것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2024년의 마지막 하루와 2025년의 첫 하루를 도쿄에서 보내게 되었다. 숙소도 잡지 않았고, 밤을 새울 각오도 이미 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

이번 도쿄 여행의 마지막을 함께한 항공사는 에어로케이(Aero K)였다. 사실 출발 전까지도 에어로케이라는 항공사는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외국 항공사인가 싶기도 했고, 뒤늦게서야 ‘K’가 들어가는 걸 보고 우리나라 항공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에어로케이는 청주공항을 베이스로 하는 국내 LCC 항공사였다. 평소 인천공항 위주로만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적었던 셈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항공권 가격과 시간대가 맞아 ...

심야식당이 가르쳐준 비즈니스의 기본 그저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었을 뿐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은 화려한 성공담이나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다.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 인근, 밤이 깊어야 불이 켜지는 작은 식당을 무대로 삼아, 각자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오가고, 주인은 말없이 음식을 내어준다. 이 단순한 구조의 드라마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는, 이야기의 밀도 이전에 그 공간이 가진 일관성과 신뢰에 있다. 드라마의 ...

— 행동하지 않는 삶에 대한 가장 정직한 문장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묘하게 불편했다.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위로도 없고, 여지도 없고, 상황을 고려해주지도 않는다. 변명할 틈조차 주지 않는 문장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동기부여 문구라기보다는, 삶의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진술에 가깝다. 좋게 말하면 명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나리타 공항 제3터미널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몸은 이미 밤샘의 여파로 한계에 가까운 상태였다. 공항에 일찍 도착한 김에 체크인이라도 미리 해두고 싶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조차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공항에서 가장 애매한 시간대였다. 이미 ...

우에노역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결국 새해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알람을 맞추고 일어난 아침이 아니라, 밤을 통째로 넘긴 끝에 자연스럽게 맞이한 아침이었기에 몸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에 가까웠다. 그래도 이상하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를 잇는 이 시간 자체가 이번 여행의 연장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새벽이 지나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할 무렵, 함께 동행했던 일본인 친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