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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연말 도쿄 여행 — 에필로그 ‘모든 것이 어긋났기에 더 선명했던 연말의 기록’

어찌 보면 이 여행은 실패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보고 싶었던 공연을 놓쳤고, 이동은 계속 어긋났으며,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평탄했던 어떤 여행보다도 선명하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흘러갔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은 불운들이 겹치며 만들어낸 밀도, 그 밀도 덕분에 이 여행은 단순한 연말 일정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남았다.

2024.12.31 – 2025.01.01 | 1박 2일 일본 도쿄

이번 여행은 계획이 아니라 결심에 가까웠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떠난 여행도 아니었고, 오래 준비한 일정도 아니었다. 연말이라는 시간, 공연이라는 목적, 그리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감정 하나가 모든 것을 밀어붙였다. 그렇게 2024년의 마지막 하루와 2025년의 첫 하루를 도쿄에서 보내게 되었다.

숙소도 잡지 않았고, 밤을 새울 각오도 이미 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일정이었지만, 오히려 그 무모함 덕분에 이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강한 밀도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단순히 ‘다녀온 여행’이 아니라, 몸으로 통과한 시간에 가까웠다.


시작부터 어긋났던 흐름, 그리고 연쇄적으로 이어진 변수들

이번 여행은 유독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출발부터 항공편이 지연되며 도쿄 도착 시간이 늦어졌고, 평소 문제없이 사용하던 유심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말썽을 부렸다. 인터넷 연결은 불안정했고, 그 영향은 곧바로 일정 전반으로 번졌다.

그 결과, 스카이라이너 탑승은 엇갈렸고, 함께 움직여야 할 동선은 자연스럽게 어그러졌다. 작은 문제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결국 무도관에서 열렸던 공연은 포기해야 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하고, 이동 중 스마트폰 화면으로 중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순간은 이번 여행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였다.

다행히 다음 일정이었던 카메이도 클락의 미니 라이브는 예정대로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선입장을 위해 굿즈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은 번호는 70번. 사실상 의미 없는 숫자였다. 노력과 기대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이번 여행은 왜 이렇게 안 풀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라는 변수, 그리고 예기치 못한 소비

연말의 도쿄는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고, 어디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선택한 곳은 노래방이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연말 요금이라는 현실은 냉정했다.

3명이서 이용한 노래방 비용은 약 34만 원.

숙소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여행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마저도 지금에 와서는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연말의 일본, 그리고 오오미소카라는 시간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의 연말, ‘오오미소카’를 몸으로 경험했다.

이자카야 TV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던 연말 방송, 센소지에 모여든 사람들, 오미쿠지를 뽑고 소원을 비는 풍경은 관광 이상의 장면으로 남았다.

특히 센소지에서 뽑은 오미쿠지에서 ‘대흉’을 받아들고 웃어 넘겼던 순간, 그리고 일본인 친구와 함께 연말 소바를 먹으며 한 해를 정리했던 장면은 이 여행의 온도를 결정짓는 기억이었다.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 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


불운으로 가득했기에 더 또렷해진 여행

어찌 보면 이 여행은 실패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보고 싶었던 공연을 놓쳤고, 이동은 계속 어긋났으며,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평탄했던 어떤 여행보다도 선명하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흘러갔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은 불운들이 겹치며 만들어낸 밀도, 그 밀도 덕분에 이 여행은 단순한 연말 일정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남았다.


여행 비용 정산

  • 항공권 : 333,624원 (에어서울 & 에어로케이 / 트립닷컴 / 179.9 파운드)
  • 유심 : 5,500원 (유심 도시락 2일)
  • 스카이라이너 : 40,200원 (편도 2장)
  • 노래방 : 약 340,000원 (1인당 약 115,000원)

숙소를 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그 비용을 단순한 ‘지출’로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평소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경험들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박 2일, 그러나 분명했던 기록

1일차 (2024.12.31)

2일차 (2025.01.01)


이 여행은 분명 짧았다. 하지만 짧았기 때문에 더 압축되었고, 어긋났기 때문에 더 오래 남았다.

그리고 아마도 언젠가 다시 연말이 되면, “그때는 도쿄에서 밤을 새웠지”라는 문장으로 이 여행을 다시 꺼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