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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해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미니어처, 페인트,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관. 실제로 워해머는 영국의 게임즈 워크숍이 만들어낸, 상상 이상으로 방대한 세계를 가진 전쟁 게임 시리즈다. 원래는 미니어처를 활용한 워게임으로 시작했지만, 그 세계관이 워낙 단단하다 보니 카드게임, 보드게임, 비디오게임까지 수많은 파생작이 만들어졌다. 〈워해머 : 인베이젼〉은 그 세계를 카드 위로 옮겨온 게임이다. 이 게임은 LCG(Living Card Game) ...

보드게임 중에는 머리를 쓰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는 게임들이 있다.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손이 튀어나가고, 그 순간 이미 승패가 갈려버리는 종류의 게임이다. 〈슬램위치(Slamwich)〉는 그런 게임이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생각보다 정신이 없다. 테이블 위에 쌓이는 건 샌드위치 카드지만, 실제로 쌓이는 건 긴장감과 웃음이다. 이 게임은 샌드위치를 만든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억력과 순발력, 그리고 약간의 눈치를 동시에 시험하는 파티게임에 가깝다. ...

“마피아 게임 한 번 할까?”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분위기는 이미 정해진다. 누군가는 웃으면서 “난 사회자 할게”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괜히 말수가 줄어든다. 아직 역할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미 의심과 눈치가 시작된다. 마피아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규칙을 설명하기도 전에, 게임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즐기는 마피아 게임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결국 한 게임을 만나게 된다. 바로 〈타뷸라의 ...

“문명하셨습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이미 한 번쯤은 시간을 잃어본 사람이다. PC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은 ‘타임머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임이 아니다. 잠깐만 하겠다고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시대는 몇 번이나 바뀌어 있고 현실의 시간은 이미 사라져 있다. 보드게임 〈문명〉은 그 악명 높은 중독성을, 테이블 위로 옮겨온 버전이다. 2010년에 출시되었고, 국내에는 2011년 한글판으로 정식 발매되었다.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 하던 ...

왜 똑같은 보드게임이 여러 이름으로 존재할까? 보드게임을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분명 예전에 했던 게임인데, 이름이 다르다. 규칙도 같고, 하는 방식도 같은데, 상자에 적힌 제목만 바뀌어 있다. “이거 다른 게임 아니야?”라고 물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냐, 그냥 이름만 다른 같은 게임이야.” 처음에는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린다. 게임도 하나의 창작물일 텐데, 어떻게 이름만 바뀐 채 ...

보드게임 〈펭귄팡팡〉 보드게임 〈펭귄팡팡〉은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가볍다. 상자 디자인도, 구성도, 규칙도 모두 “아이들용 게임이겠네”라는 인상을 준다. 펭귄 하나를 얼음 위에 올려놓고, 차례대로 얼음을 깨다가 펭귄을 떨어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 설명은 단 두 줄이면 끝난다. 실제로도 규칙 설명에 1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게임을 몇 판 해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단순함은 맞는데, 그 단순함이 사람을 묘하게 긴장하게 만든다. 얼음이 하나씩 ...

주가가 무너지는 순간을 설계하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단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하루 기준 사상 최악의 주가 하락률이다. 이 날은 단순한 금융 사건을 넘어, “시장은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는 집단적 공포를 각인시킨 날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이 하루를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극단적인 하루를, 놀랍게도 하나의 보드게임으로 옮겨놓은 작품이 있다. 그 ...

전쟁을 규칙으로 번역하다 임진왜란은 한국사에서 가장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전쟁이자, 동시에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전쟁이기도 하다. 외침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내부의 붕괴가 너무 깊었고, 영웅 서사로만 묶기에는 수많은 실패와 오판이 겹쳐 있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전쟁을 하나의 ‘놀이’로 옮긴다는 발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용기를 요구한다. 역사 보드게임 〈칼을 찬 선비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게임은 임진왜란을 미화하지도, 단순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