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게임 한 번 할까?”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분위기는 이미 정해진다. 누군가는 웃으면서 “난 사회자 할게”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괜히 말수가 줄어든다. 아직 역할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미 의심과 눈치가 시작된다. 마피아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규칙을 설명하기도 전에, 게임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즐기는 마피아 게임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결국 한 게임을 만나게 된다. 바로 〈타뷸라의 늑대〉, 원제 〈Lupus in Tabula〉.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마피아 게임의 구조, 낮과 밤의 반복, 소수의 가해자와 다수의 시민, 그리고 토론과 처형이라는 장치가 모두 이 게임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마피아 게임의 원형”이라는 말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유
타뷸라의 늑대는 2001년, 이탈리아의 보드게임 회사 다빈치 게임즈(DaVinci Giochi)에서 출시되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놀라운 점은 지금 해도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구조를 여기서 이미 다 만들었구나”라는 감탄이 먼저 나온다.
이 게임은 흔히 늑대인간류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오늘날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마피아 게임의 설계도에 가깝다. 늑대인간과 주민이라는 기본 대립 구조, 밤마다 벌어지는 비밀 행동, 낮에 공개적으로 벌어지는 토론과 린치. 이후 수없이 많은 변형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이 뼈대에서 크게 벗어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타뷸라의 늑대는 ‘비슷한 게임 중 하나’가 아니라,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직업이 추가되면 게임이 달라진다”는 걸 처음 증명한 게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마피아 게임은, 사실 굉장히 단순한 구조에서 시작한다. 마피아와 시민. 누가 거짓말을 잘하느냐, 누가 말을 많이 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런데 여기에 직업이 하나둘 추가되는 순간, 게임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타뷸라의 늑대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은 게임이다. 예언자, 영매, 경호원 같은 역할은 단순히 “있으면 재미있는 요소”가 아니라, 게임의 정보 구조 자체를 바꿔버린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해야 살아남으며, 누군가는 아무 능력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의심을 받는다.
이때부터 게임은 말싸움이 아니라 심리전이 된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언제 말하지 않을지를 아는 것이다. 타뷸라의 늑대는 이 감각을 아주 일찍부터 플레이어에게 요구한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게임은 더 ‘이야기’가 된다
타뷸라의 늑대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많은 인원을 전제로 설계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최소 8명, 많게는 24명까지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인원이 늘어나면 게임이 산만해질 것 같지만, 이 게임은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건이 늘어나고, 이야기가 생긴다.
특히 제3세력의 존재는 게임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쥐인간이나 악마 같은 캐릭터는 늑대인간도, 주민도 아니다. 이들은 게임의 승리 조건 자체를 흔들어 놓는다. “저 사람이 늑대냐 아니냐”라는 질문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되는 순간, 테이블 위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부터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이기기보다는, 자기 캐릭터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왜 이 게임은 20년이 지나도 ‘원조’로 불릴까
지금은 마피아 게임의 변형이 넘쳐난다. 모바일 앱, 방송용 룰, 카드 게임, 심지어 혼자서 즐기는 추리 게임까지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제대로 한 판 해볼까?”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감각은 여전히 비슷하다. 낮과 밤, 소수와 다수, 그리고 끝없는 의심.
타뷸라의 늑대는 이 모든 요소를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날것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 게임에는 친절한 안전장치가 없다. 잘못 말하면 바로 죽고, 아무 말 안 해도 의심받는다. 정의롭게 행동해도 손해를 볼 수 있고, 운 좋게 거짓말이 통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래 살아남았다.
마피아 게임을 좋아한다면, 결국 돌아오게 된다
타뷸라의 늑대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말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고, 분위기가 과열되면 피곤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마피아 게임을 좋아하고, 사람 사이의 심리와 말의 무게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마피아 게임의 감각이, 결국 여기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해보면, 그동안 해왔던 마피아 게임들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왜 그런 순간에 웃고 화가 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 보드게임 〈타뷸라의 늑대 (Lupus in Tabula)〉
- 플레이 인원 : 8~24인
- 장르 : 파티게임 / 심리 추리
- 특징 : 마피아 게임의 원형, 다양한 직업과 제3세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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