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무너지는 순간을 설계하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단 하루 만에 22.6% 폭락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하루 기준 사상 최악의 주가 하락률이다. 이 날은 단순한 금융 사건을 넘어, “시장은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는 집단적 공포를 각인시킨 날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이 하루를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극단적인 하루를, 놀랍게도 하나의 보드게임으로 옮겨놓은 작품이 있다. 그 이름 그대로 「블랙먼데이」다.
이 게임은 주식을 테마로 삼고 있지만, 단순한 경제 교육용 보드게임이나 가벼운 투자 시뮬레이션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시장이 작동하는 가장 냉혹한 논리인 정보 비대칭, 조작, 탐욕, 붕괴를 압축적으로 구현한 구조물에 가깝다.
‘투자’가 아니라 ‘시장’ 그 자체를 다루는 게임
보드게임 「블랙먼데이」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가 선량한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시장의 일부이자, 동시에 시장을 흔드는 존재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기본이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떨어뜨리는 조작 역시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포함된다.
현실의 주식 시장에서는 불법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들이, 이 게임 안에서는 합법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지가 된다. 그 결과, 게임은 단순히 “누가 좋은 종목을 고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시장을 더 잘 흔드는가”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 지점에서 「블랙먼데이」는 투자 게임이 아니라 시장 게임이 된다.

단순한 규칙, 복잡한 결과
겉으로 보기에는 규칙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각 플레이어는 일정 금액의 현금과 주식 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고, 손에 든 카드를 이용해 주가를 조정한다. 이후 필요하다면 카드를 교체하고, 다시 손패를 채우는 구조다.
그러나 이 단순한 흐름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주식 가격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급등하거나 급락하고, 특정 종목에 대한 집단적 공격이 이어지면 순식간에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상장 폐지’라는 극단적인 장치가 존재하는데, 이는 단순한 손실을 넘어 보유 주식이 한순간에 무가치해지는 경험을 강요한다.
이 메커니즘은 실제 금융 시장에서 드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발생하는 ‘완전 붕괴’를 게임적으로 매우 직설적으로 구현한다.
‘상장 폐지’라는 잔혹한 장치
「블랙먼데이」가 다른 주식 테마 보드게임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바로 상장 폐지 시스템이다. 특정 카드의 효과로 주가가 0이 되면, 해당 종목은 즉시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던 플레이어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주식을 모두 버려야 한다.
이 과정은 잔인할 정도로 빠르고 냉정하다. 방금 전까지 가치 있어 보이던 종목이, 단 한 턴 만에 휴지 조각이 된다. 이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장에서 ‘안전한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종목은 이후 다시 새로운 가격으로 재상장된다. 과거의 붕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워지고, 시장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는 실제 금융 시장이 위기를 소화하고 다시 돌아가는 방식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협력 없는 경쟁, 그리고 고립된 판단
이 게임에는 협력 요소가 거의 없다. 모든 플레이어는 철저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때로는 서로 암묵적으로 손을 잡았다가도 언제든 등을 돌린다.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만, 의도와 전략은 철저히 숨겨진다.
누군가의 주가 상승은 다른 누군가의 기회이자 위기이며, 한 사람의 성공은 또 다른 사람의 몰락 위에 세워진다. 이런 구조 속에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지금 이 상승은 진짜인가, 함정인가?”
「블랙먼데이」는 이 질문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다.
‘Market Closed’—끝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게임의 종료 역시 예측할 수 없다. 일정 라운드 이후 덱에 섞이는 ‘Market Closed’ 카드가 등장하는 순간, 시장은 즉시 닫힌다. 그 순간 이후의 전략은 무의미해지고, 모든 플레이어는 현재 보유한 자산을 기준으로 최종 평가를 받는다.
이 장치는 매우 중요하다. 게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늘 지금의 선택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압박 속에서 움직인다. 장기적인 설계와 단기적인 수익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아야 하며, 욕심을 부리다가는 시장이 닫히는 순간 모든 계산이 어긋날 수 있다.
이 불확실성은 실제 금융 시장의 본질을 정확히 찌른다.

교육용 게임이 아닌, 체험용 게임
「블랙먼데이」는 투자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이 게임은 투자라는 행위가 얼마나 불완전한 정보와 감정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체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만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인간의 심리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 탐욕, 좌절은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시장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
보드게임 「블랙먼데이」는 숫자와 카드로 이루어진 작은 판 위에서, 거대한 금융 시스템의 축소판을 만들어낸다. 이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주식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라, 시장을 하나의 ‘게임’으로 환원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마치고 나면, 실제 주식 시장의 그래프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숫자 뒤에 숨은 의도, 상승과 하락을 만들어내는 힘, 그리고 언제든 닫힐 수 있는 시장의 문.
「블랙먼데이」는 그 모든 것을, 말이 아닌 경험으로 설명하는 보드게임이다.
🚩 보드게임 〈블랙먼데이〉
- 제품명 : 보드게임 〈블랙먼데이〉
- 플레이 인원 : 2인 이상
- 플레이 타임 : 약 15~20분
- 권장 연령 : 청소년 이상 / 성인에게 특히 추천
- G마켓 구매 링크 : http://app.ac/T3rM8iJ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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