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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인볼을 손에 쥔 채, 한 번쯤은 걸어보고 싶었던 공간 도쿄돔을 찾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전날 공연장에서 어렵게 손에 넣은 카노우 미유의 사인볼이 있었고, 그 위에 적힌 한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언젠가 돔 규모의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싶다.” 그 문장을 다시 떠올리다 보니, 굳이 공연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좋으니 도쿄돔이라는 장소를 한 번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

진보초에서 이어진 발걸음, 결국 도쿄돔으로 진보초역 안에서 스타벅스를 찾느라 한참을 헤맨 끝에, 결국 그곳에서는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이 간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걸어보자”는 마음이었다. 마침 진보초에서 도쿄돔까지는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고, 동선상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는 위치였다. 무엇보다 도쿄돔은 이번 여행에서 여러 의미가 ...

계속 걷다 보니, 잠시 쉬어가고 싶어진 순간 이날의 일정은 아침부터 유난히 발걸음이 바빴다. 오차노미즈를 지나 칸다 일대를 천천히 걷고, 진보초의 고서점 거리를 훑어보는 동안 생각보다 꽤 많은 거리를 이동했다. 목적지를 정해 두고 움직였다기보다는, ‘이 동네의 공기’를 느끼며 하나씩 걸어보자는 쪽에 가까운 동선이었기에 체감되는 피로도는 더 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잠깐 앉아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이런 타이밍은 ...

칸다 일대를 걷다 보면, 화려한 간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와는 전혀 다른 결의 가게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오래된 간판, 낮은 조도의 입구, 그리고 안쪽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구조. 킷사에루(喫茶エル) 역시 그런 가게 중 하나였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여기가 정말 사람들이 찾는 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은 체인소맨 성지순례 장소 중 하나로 알려진 찻집이다. 나 역시 ...

일본식 냉면을 만나다 도쿄 여행을 하다 보면, 일정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지금 이 타이밍에 뭐를 먹으면 좋을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특히 공연이나 성지순례처럼 이동이 잦은 날에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식사를 찾게 되는데, 그날 칸다·진보초 일대에서 마주한 선택지가 바로 ‘일본식 냉면’이었다. 한국의 냉면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맛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보초 골목 안, ...

캐리어를 바꾸게 된 이유 캐리어는 잘 바꾸지 않는 물건이다. 카메라나 이어폰처럼 성능을 비교하면서 새로 사고 싶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그냥 익숙해져서 계속 쓰게 되는 물건에 가깝다. 고장만 안 나면 몇 년이고 쓰게 되고,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다시 꺼내 들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특별히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굳이 바꿀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

애니메이션을 몰라도 느껴지는 장소의 공기 칸다 일대를 걷다 보면, 유난히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계단이 하나 있다. 가파르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돌계단.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 앞에서는 잠시 시선이 머문다. 이곳이 바로 온나자카(女坂)다. 아직 체인소맨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배경지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작품을 먼저 소비하지 ...

공연을 마치고 단체 식사까지 끝내고 나면, 하루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분위기가 된다. 하지만 막상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서면, 마음 한쪽에서는 아직 끝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든다. 공연의 여운이 아직 몸에 남아 있고, 노래와 장면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상태에서 바로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래서인지 이 날 역시, 숙소로 돌아가기 전 자연스럽게 편의점에 들르게 되었다. 이번 숙소는 세 명이 ...

공연 다음 날, 조용히 열리는 동네의 아침 첫째 날 밤은 공연의 여운과 함께 비교적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둘째 날 아침이 늦잠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전날의 흥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뜨니, 창밖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유난히 또렷했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빛을 보는 순간, ‘아, 오늘 날씨가 정말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닛포리에서 맞는 아침은 늘 조용하다. 시부야나 신주쿠처럼 ...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비슷한 고민이 생긴다. 바로 “이제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이다. 각자 숙소로 바로 흩어지기에는 아직 감정이 너무 생생하고, 그렇다고 바로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 밤이 너무 아깝다. 특히 이번처럼 한국에서 함께 원정을 온 팬들이 여럿 있을 때는, 공연 직후 잠깐이라도 같이 앉아 숨을 고르고 방금 지나간 순간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필요해진다. 모두가 여행자였기에 시간에 쫓길 이유는 없었고, ...